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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간의 비 - 20230923

by lucill-oz 2023.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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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소개글에 몹시 이끌려 예매.

1막은 2세들인 워커, 낸, 핍을 중심으로 현재의 상황이 전개되고

2막은 1막의 배경이 되는 그들의 아버지들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속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1막에서 워커의 불안정함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몰입이 잘 안됐다.

 

 

방황중인 워커가 아버지의 유산정리 문제 때문에 돌아오는데 그가 돌아와 찾은 곳은 바로

네드와 테오가 함께 처음으로 사무소를 열었던 아파트.

무대의 윗공간은 작업공간, 아래는 생활공간이다. 

워커는 그곳에서 우연히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마치 암호문처럼 짧은 한줄의 문장으로만 기록된 일기의 내용.

워커는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몰입하며 그 의미를 알고 싶어한다.

그렇게 워커는 여러 추론과 일기장의 단서로  네드와 테오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의 함께 만든 건축물들은 대부분 테오의 아이디어였었다는 것.

 

워커와 낸, 핍의 대화로 보아 낸은 오랫동안 워커에겐 엄마같은 누나였고

네드는 워커에게 별로 애정을 보이지 않는 아버지였고

핍은 그들 남매와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냈지만

워커가 핍을 (남자로)좋아한다는 이유로 낸과 핍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낸은 종잡을 수 없는 워커의 존재가 때로 버겁게 느껴진다.

낸과 워커, 그리고 핍은 그들 부모세대의 세 사람(네드, 테오, 레이나)처럼

서로 여러가지 감정으로 얽혀서 살아간다. 

가족애, 우정, 사랑, 책임감, 원망, 그리움 등등.

 

네드는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 심지어 말까지 더듬는.

테오는 말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좋은 남자다.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은 건축설계라고 하는 같은 직업을 가졌고 둘만의 건축사무소를 열었다.

그곳은 작업실이자 집이었고, 두 사람만의 공간이기도 했다.

네드 부모님이 그들의 첫번째 의뢰자가 되어 주었고

그 '제인웨이 하우스'의 아이디어를 얻고자 테오는 여행을 떠나고

그 사이 우연히 내리는 빗 속에서 테오의 여자친구인 레이나를 만난 네드.

3일 내내 비가 내리고 네드와 레이나는 계속 함께 지내며 급격히 가까워진다.

네드는 그 행복감을 "3일간 비가 내렸다"라고 짧게 기록한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테오는 네드와 라이나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지만 화내지 않고 조용히 나간다.

당황하며 따라 나온 네드에게 아직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다고만 한다.

 

네드와 라이나는 결혼하여 낸과 워커를 낳았고, 테오도 결혼하여 핍을 낳았다.

그런데 라이나는 어느 날 어떤 이유로 창문에 몸을 던졌고

(나중에 궁금해진 것은 레이나는 그날 무엇을 어디까지 알게 된 것일까였다.)

그것을 워커가 목격했고, 낸은 침착하게 신고하고 동생을 보살핀다.

이후 라이나는 정신병원에 길게 입원하고, 낸은 쭉 워커를 엄마를 대신하여 돌봐왔으나

워커는 늘 불안정한 상태로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긴 방황을 겪는다.

워커의 이 불안함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테오는 일찍 죽었다.

네드는 테오의 마지막을 지켰고 그날 일기에 "나는 그의 모든 것을 빼았았다"라고  적었다. 

네드는 죽으면서 왜 그들의 첫 작품이자 명성의 시작인 "제인웨이 하우스"를

아들인 워커나 딸인 넨에게 주지 않고 친구의 아들인 핍에게 주라고 유언했을까.

마지막 양심의 가책인가? 소오름^^

 

김주헌, 김찬호, 류현경 캐스트로 관극.

배우라면 "워커'&'네드' 역에 한번쯤 해보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워커와 상반되는 네드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니까.

김주헌은 워커보다는 네드가 더 잘 어울리는 듯.

류현경은 둘 다 좋았는데 2막의 레이나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테오를 배신하고 난 후, 네드에게 지금 생각하는 걸 그려!! 라고 할 때는

아, 레이나가 욕망의 캐릭터였나 싶은 게 좀 무섭기도?

자의식이 강한 레이나는 잘나가는 테오와의 관계에서 묘한 열등감을 느낀다.

어쩌면 그녀의 배신의 의도였나? 테오 대신 네드를 성공시키겠다는?

내가 성공시킨 남자의 여자가 되겠다는?

그러면 네드의 배신은 레이나에게 넘어가서?

아니면 아이디어적으로 역시나 마음속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테오에 대한 복수?

그러나 그렇다고 하기엔... 테오는 알면서도 네드에게 다 주었다는 이야기인데...

자의로 다 줄 만큼 네드를 사랑한 것인가, 아니면 네드가 그의 말처럼 다 빼앗은 것인가.

아니면 테오의 죽음을 보며 나는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았구나...라고 자책하는 것인가.

레이나는 왜 그렇게 됐을까, 네드와 테오의 관계를 알게 되어서?

아니면 혹시, 설마 핍이 네드의 친자였나? 하는 생각까지도 해 보게 된다.

테오는, 네드에게 전부이자, 또한 질투의 대상이었던 걸까.

아, 테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네드와 레이나가 둘 다 매력을 느끼고 질투를 느낄만큼 잘난 남자 테오의 이야기를.

테오&핍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김찬호였다.

 

 

사무소 내부와 거리를 동시에 보여주는 무대 디자인도 좋았다.

특히 무대 전면 좌측의 벤치, 가로등, 그리고 진짜로 내리는 비.

(사실 진짜로 비를 뿌릴 것까진 없지 않았나 싶긴 했다. 그냥 빗소리와 우산 정도면 되었을텐데.

무대 위에 직접 물을 쓰는 경우를 몇 번 보긴 했지만 혹시라도 사고의 위험이 있을까봐 걱정스럽다는)

 

재미는 물론이고 각각의 캐릭터, 구성과 대사, 반전까지!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관극하면서 프로그램북을 안 사고 그 돈으로  MD상품을 샀다.

삼일비도 아닌 '오펀스' 에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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