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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135

천안문의 탱크맨, 그리고 연극 차이메리카 지난 2015년에 올라왔던 연극 중에서 두산아트센터의 "차이메리카"라는 작품이 있었다. https://lucill.tistory.com/entry/%EC%B0%A8%EC%9D%B4%EB%A9%94%EB%A6%AC%EC%B9%B4-%EB%91%90%EC%82%B0%EC%9D%B8%EB%AC%B8%EA%B7%B9%EC%9E%A5-2015-%EC%98%88%EC%99%B8-20150429-15901229 차이메리카 (두산인문극장 2015: 예외) - 20150429 두산아트센타 space 111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주 당황스러웠다. 낮공연, 두시간의 여유를 두고 나왔지만 아주 빠듯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표를 받아들고 좌석을 확인해보니 '자유석'! 이런... lucill.tistory.com 당시 아주 깊.. 2024. 1. 22.
곡비 - 20231026 처음 가 보는 미아리고개 예술극장. 미아리 고개 구름다리 아래에 위치. 지도로 시뮬레이션 해 보고 오지 않았다면 그냥 무심코 지나칠 그런 위치에 숨은 듯이 자리 잡은 이런 곳에, 이런 위치에 이런 훌륭한 공연장이!! 로비 공간이 없다는 애로사항은 그곳이 마침 고가도로 밑이라는 것으로 큰 도움이 되어 극장 입장 전 잠깐의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베리어 프리에 대한 매우 세심한 배려가 담긴 긴 안내를 받았다. 몇 해 전, 남산 드라마센터에서의 '장애인들의 극장 접근성'에 대한 특별한 시도를 경험한 후여서인지 이러한 노력들이 제작 과정에서부터 현장에서 반영되고 있음이 반가웠다. 이 작은 공간으로의 진입을 위하여 따로 장애인용 램프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말이다. 윤상화, 전박찬. 믿고 보는 두.. 2023. 11. 1.
이 불안한 집 - 20230907 국립극단에서 5시간짜리 연극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인터미션은 몇번?이었다. 한 번이라고 하길래 밥도 줘야 할 판에...라고 했더니 두 번으로 결정됐다는! 3시간 짜리 공연도 보고 일어나려면 무릎이 잘 안펴지는데... 걱정은 되지만 도전! 트로이 전쟁은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낳고 또 낳았다. 여러 인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말이다. 이번 극은 그 중 '아가멤논'이 아닌 그의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와 그의 딸들 '이피지니아'와 '엘렉트라'가 중심 인물이다. 모든 이야기들이 결론적으로는 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과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아가멤논은 자신을 위한 전쟁도 아니었는데 굳이 자식까지 죽여가며 .. 2023. 10. 28.
20230729 - 햄릿 (극장상영회) 나는 이봉련 배우의 팬이다. 그녀를 알고 난 이후로 그녀가 나오는 출연작은 되도록 챙겨보는 중이다. 연극 "날 보러 와요"의 남씨부인의 첫인상이 워낙 깊었다. 프로란 내가 미쳐야 할 순간에 제대로 미쳐야 하는 존재들인데, 그녀는 그런 프로다. 그런 그녀가 햄릿이라니! 그동안 몇편의 햄릿을 보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다. 젠더프리의 햄릿. 햄릿공주와 남자 오필리어, 여자 조력자 호레이쇼. 이런 시도 좋다. 익숙한 무대를 엄청 큰 사이즈로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편하게 보는 것도 좋구나 싶다. 몇 년 전 국립극장에서의 NT라이브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우리 배우들을 이렇게 보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다. 늘 그렇듯이, 햄릿의 복수에 이르는 과정은 슬프고 결말은 허무하다. 인생무상, 삶의 회의다. 개인적으로는 셰익.. 2023. 10. 27.
리어왕 - 20230602 엘지아트센터.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올라오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공연장에서 들리는 대사가 너무도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뭐지? 연습중인가? 평일이라도 그렇지 로비가 너무 조용한데? 아뿔사! 공연시간을 착각한 탓에 공연은 이미 시작한 지가 십여분이 더 지난 상황이다. 이런! 오늘따라 퇴근시간에 임박해 급한 일이 몰리더니만, 정신이 어떻게 된건지 겨우 잡은 아까운 표를 부여잡고 쓰린 마음으로 공연장 밖에서 1막을 날리고 말았다. 문앞에 의자를 놔 주며 앉아서 모니터로 보라고 하지만 셰익스피어 연극은 귀로 들어야 하는 건데... 아무리 공연 시작 후엔 입장 불가라고 하지만 맨 뒷줄은 꽤 많이 비어있더구만... 이순재 옹의 리어왕. 그가 곧 리어 그 자체인 것 같은 느낌. 데뷔 67년이 될때까지 .. 2023. 6. 21.
벚꽃동산 - 20230512 각각 다른 버전의 세 번째 '벚꽃동산'이었다. 첫번째 관극은 전 훈 연출의 안똔체홉극장의 공연이었고 https://lucill.tistory.com/entry/%EB%B2%9A%EA%BD%83%EB%8F%99%EC%82%B0-20150515-15901233 벚꽃동산 - 20150515 안톤 체홉의 작품으로 연극계의 고전이라는 것 뿐,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줄거리도 등장인물도 모른 채 예매를 했었다. 공연 시작 전 시간이 좀 남아서 극장 앞에 있는 '물고기 카페'라는, 수 lucill.tistory.com 두 번째는 오경택 연출의 맨씨어터 공연이었는데 이것은 공연실황 VOD로 보았다. 이번엔 김광보 연출의 국립극단 공연.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확인해 보고 싶은 .. 2023. 5. 15.
FAUST - 20230426 많이 망설이다가, 박해수의 메피스토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한 달 전에 마티네로 잡아 놓았던 공연이라, 하던 일을 하루 빼고 관극행. 처음 가보는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 기업들의 공연장 이름은 너무나 노골적인 브랜드명이다. 그래도 잘 지어놓아 준 점에 감사해야 하나.ㅎ 파우스트를 두고 시작된 신과 악마의 대결. 개인적으로는, 이 파우스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아주 힘들게 해를 넘겨가며, 몇 번의 도전 끝에 완독한 책인데 솔직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진 않았었다. 오히려 파우스트보다는 메피스토가 캐릭터 적으로는 훨씬 매력있는 인물인데다가 온 우주의 섭리를 통달한, 스스로를 인간 중에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오만한 캐릭터인 파우스트는 그저 젊음에의 욕망과.. 2023. 5. 1.
만선 - 20230330 객석을 향해 경사진 무대. 오른쪽으로는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한채가 자리잡고 있다. '칠산바다'에 몇 십년 만에 부서떼가 그득하다며 마을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사나흘만 고기를 잡아올리면 모두 두둑히 한 몫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 흥분한다. 부서잡이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곰치는 만선을 하면 빚청산을 하고 작으나마 내 배를 갖고자 꿈꾼다. 곰치의 아내 구포댁도 마을 남정네들의 질펀한 농담을 기꺼이 받아주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고깃금을 알아보러 나갔던 곰치의 아들 도삼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갖고 돌아온다. 곰치가 몰던 중선배의 선주인 임제순이 잡아온 고기를 밀린 뱃삯으로 싹 다 가져가 버리고 빚까지 안긴다. 게다가 사흘 안으로 빚을 갚지 않으면 절대로 배를 빌려줄 수 없다며 협박을 한다. 아니, 배를 줘.. 2023. 4. 13.
광부화가들 - 20230104 나는 관극을 할 때 가급적 프로그램북을 꼭 사는 편이다. 물론 관극의 기념이 되어서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잘 모르는 작품의 배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무대에서 보여지는 짧은 대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저 대사가 왜 들어간 건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그램북의 내용과 구성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부실한 내용에 비해 가격이 비싸면 화가 나기도 한다. 옛날 사람이어선가? 기본적으로는 입장권을 구매한 관객에게는 무료제공 되어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대체로 연극의 플북은 작품의 이해를 위한 정보를 충실히 주는 편이다. 뮤지컬 플북은 아무래도 젊고 예쁜 배우들의 비주얼 자료가 많고. 이번 작품의 플북은 정독하여 두번 이상 읽었다. 매우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이렇게 대단한 이야.. 2023. 1. 12.
미저리 - 20221228 김상중, 이일화, 고인배 cast로 관람 아마도, 예전에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렴풋하게 기억이 남아있는 걸 보면. 아니면, 일요일 아침에 영화 소개해 주는 TV 프로그램에서 봤던지. 이 '미저리'라는 이름은 영화가 나온 이후에 스토커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했는데 재밌는 것은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름이 미저리가 아니고 '극중 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이 미저리다. 그러니까 정확히 스토커는 '애니 윌크스'고, 미저리는 그녀가 사랑한 소설 속의 여인인 것이다. (집착하는 사람을 보며 '미저리야?'라고 하는 말은 정확히 '영화 미저리에 나오는 이야기와 같은 상황이네'인 것이다) 마치,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는 '뮤지컬 레베카'와 조금 비슷한 느낌? 주요 캐스팅이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배우들이었는데.. 2023. 1. 3.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 20221109 극의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펜데믹 시기에 사람들은 실제 여행을 대신할 수 있는 가상현실 여행을 개발했고 그 세계에서는 가상의 캐릭터(아바타)가 실제 현실의 여행객과 함께 걷는다. 이런 전제하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실제 그곳을 걷는 사람들과 나의 게임 아바타가 공존하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보통 스페인의 동쪽(혹은 프랑스)에서 서쪽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서 끝나는데 한 사람이 순례길의 반대 방향, 그러니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시작해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상에서도 발견된 이 사람의 기이한 행적을 따라가는 "시베리아 순례길"이 생겼고 그 길을 따라 가는 온라인 유저들도 생겼단다. 그리고 시베리아 극동부의 오호츠크 해상에 위치한 .. 2022. 11. 14.
맥베스 - 20221105 경기도 극단의, 지난번과 다른 버전의 를 관람. 내용은 고전극인데 보여지는 무대는 매우 현대적이다. 숲도 되고 의자나 테이블, 침대도 될 수 있고, 관도 될 수 있고, 기둥이나 담벼락도 될 수 있는 직육면체의 상자들. 그리고 욕망의 싱징인 듯 선명하게 붉고 높은 계단. 군인들은 현대전의 전투복을 입었는데 마녀들? 은 마치 소리뿐인 존재들인 것처럼 숲과 하나된 모습이다. 세익스피어의 비극들은 과연 비극인가, 아니면 악인열전인가. 비극의 발단은 예언에서 시작한다. 맥베스 역시 그랬을 것이다. 내가 새로운 영주가 되고, 왕이 된다고? 애초엔 그럴 생각이 없었을, 충직한 신하이자 장군이었던 그의 마음 속에 예언의 말이 욕망의 싹을 틔운다. 처음의 그것은 그저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왕위를 찬탈할 생각까지는 하지 .. 2022. 11. 11.
세인트 조앤 - 20221014 1328년 프랑스. 카페왕조의 샤를4세가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왕위를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은 큰형의 외손자, 여동생의 아들이자 잉글랜드의 왕인 에드워드 3세,그리고 사촌인 발루아 백작 필리프가 있었다. 1316년 프랑스에 살리카법이 도입되면서 여성의 왕위 계승이 금지되었다. 샤를4세의 누이인 이사벨라는 살리카법에 의해 자신이 왕위계승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아들이자 잉글랜드의 국왕인 에드워드 3세를 내세웠고 프랑스는 당연히 이를 무시했다. 살리카 법전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ko.wikipedia.org 에드워드 3세 - 나무위키 이 저작물은 CC BY-NC-SA 2.0 KR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단, 라이선스가 명시된 일부 문서 및 .. 2022. 10. 20.
오만과 편견 - 20220831 지난 시즌에 아쉽게 못보고 지나갔던 작품이라 이번엔 꼭 보리라 했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어쩜 이렇게 깜찍하고 앙큼하게 연극을 만들었을까" 하는 감탄과 흐믓함이었다. 아, 보길 잘했어.ㅎㅎ 원작의 문체를 잘 살린 재치있는 대사와 빠른 진행. 수 많은 캐릭터를 남여 두 배우가 다 소화하며 여역과 남역을 번갈아가며 순식간에 연기전환을 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의상을 그래서 이렇게 만들었구나! 그 길고 빠른 대사량을, 그 많은 캐릭터를 쉬지 않고, 한번의 퇴장도 없이 연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순서도 많이 헷갈렸을텐데... 연습량이 대단했겠구나 싶었다. (수 많은 모자들과 함께 했던 구텐버그 생각이 났다. 다시 보고 싶은데 안 올라오나?) 좋아하는 이경미 배우와 처음 보는 현석준 배우 캐스팅으로 관람.. 2022. 9. 19.
햄 릿 - 20220727 설핏 잠들었다가 공연안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이게 가능해? 싶을 정도로 쟁쟁한 출연진에 놀라워하며 꿈꾸듯 예매했던 연극 관람. 뭐랄까, 그간 몇 편의 햄릿을 봤지만 가장 햄릿다우면서 가장 연극적인 연극이라는 느낌. 그동안의 강필석 배우에게서 보지 못했던 가장 강렬했던 햄릿이었다. 박정자, 손봉숙, 윤석화, 길혜연 (손숙 더블) 이런 배우들이 극중 극의 배우 역할들이다. 주요 배역은 젊은 배우들이 맡고 원로 배우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런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봐야지.^^ 욕하면서 끝까지 보는 게 막장 드라마라지만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이 거의 막장극 아닌가. 그 극단의 상황에서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과도 같은 교활함과 욕망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런가 하.. 2022. 7. 28.
맥베스 - 20220428 아주 독특한 무대였다. 모두 동시에 무대로 입장하여 자리를 잡는다. 바바리 코트로 몸을 감싼 마녀들은 우스꽝스럽게 과한 분장을 하고 기타반주에 맞추어 모두 "봄날은 간다"를 부르고 레이디 맥베스만 동시에 다른 노래를 부른다. (두 노래가 섞여서 무슨 노랜지 알 듯 모를 듯...) 스코틀랜드의 왕 덩컨의, 독백처럼 흐르는 나레이션. 톤은 심각하지만 좀 웃기다. 의도한 코믹요소인가? 진지하게 웃기는 컨셉? 그래선가 몰라도 그의 말 속도는 너무 느리다. 지루할 정도다. 그렇게, 많은 내용의 이야기가 서너줄로 요약되어 휙휙 지나간다. 게다가 세명의 마녀 컨셉 또한 대놓고 웃기다. 이 연극이 도대체 어디로 가려나 싶다. 뭔가, 웃긴데 대놓고 웃을 수도 없는 분위기에, 나만 웃긴 건가 싶어 마스크 속에서 혼자 웃고.. 2022. 6. 14.
불가불가 - 20220408 연극 를 보러 세종문화회관을 찾아가는 길. 실로 오랫만에 차를 놓고 지하철로 이동, 광화문역에서 내렸다. 공사중인 큰 길을 피해서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문득 우동집이 시장기를 자극한다. 평소 좋아하지 않는 면이 땡기다니, 그것도 강렬하게. 일찍 나오길 잘했네. 표를 찾고 나서, 혼자이지만 저녁을 좀 먹어야겠다. 세종 광장 앞 건물에 낮익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가을. SINCE 1983이라니까 내가 알던 그 가을이 맞구나. 반가웠다. 35년전, 여기 같이 왔던 사람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진다. 저녁을 먹고 나오다 눈길을 돌려 오른쪽을 보니 카페 이 있다. 광화문엔 사계절이 다 있다고 했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겨울이 있었던 건 확실히 기억이 난다. 평소 기억력이 썩 좋지 않은 내가 이런 소소.. 2022. 4. 22.
금조 이야기 - 20220406 오랫만의 관극, 그리고 백성희장민호극장. 여유있게 일찍 도착하여 좌우 붉은 마당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기울어지는 짧은 저녁해가 금방 기온을 서늘하게 만든다. 극장 안에서 이 작품의 대본집을 판매하고 있는데 단행본 한 권이다. 공연시간이 260분이라니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입장. 남의 집 종살이를 하던 금조는 신기슭의 메밀밭에서 전쟁을 맞는다.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에 집으로 달려갔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아이를 데리고 피난을 갔을까? 아이가 엄마를 찾아가다 길이 어긋났을까? 어쨋거나 피난민의 무리를 따라 집을 나선 그녀는 7개월이 흐른 엄동설한에 예전 주인을 찾아온다. 여주인은 금조를 반긴다. 못 본 사이 그녀는 변해있다. 낮술도 하고, 담배도 피우고, 사교클럽(낙랑클럽)에도 다니며 전쟁이 준.. 2022. 4. 7.
라스트 세션 - 20220125 오영수, 전박찬 배우 캐스팅으로 관람. 무신론자 프로이드와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돌아선 루이스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연극. 삶의 마지막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었던 프로이드는 구강암으로 입천장을 도려내고 보철물을 끼고 있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도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오직 진통제로만 버틴다. 결국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는 프로이드 사망 3주 전에, 프로이드의 초대로 루이스가 방문하면서 설전의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극의 구조가 연극 와 흡사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같은 연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프로이드에게 더 많이 동조되는 건, 내가 무신론자여서인가 아니면 배우가 연기를 잘 해서인가. 평.. 2022. 1. 27.
명색이 아프레걸 - 20211221 금기의 길. 그 험난한 길 위에서 비난과 조롱의 화살을 온 몸으로 견뎌내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여인. 뒤따라올 많은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길, 작은 길하나 내어줄 수 있길 바랐던 그 여인. 내면의 들끓는 에너지를 굳이 누르지 않고, 굳이 감추지 않고 분출시키고자 했던 그녀의 꿈. 꿈이란, 꿈을 쫒는 인생이란 삶의 목적을 이루는 궁극의 도리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인생을 (가족의 삶마저도) 피폐하게 만드는 단내 풍기는 독인가. 아프레걸이란 호칭이 결코 긍정적일 수 없던 시절.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여성들의 많은 그것들이 실은 앞선 여성 선배들이 욕먹어가며 쟁취해 준 단 열매라는걸...... 아마 요즘 애들도 알거다. 뮤지컬과는 또다른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창극의 매력에 흠뻑 빠진 여운깊은 공연이었다. 2022. 1. 13.
아들 - 20201104 어른이란, 지난 어린 시절의 모든 일들을 딛고 몸과 마음이 함께 자란 존재들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그 시절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해서 정말 그 시절과 현재의 내가 별개의 존재일 수 있겠는가. 좋은 기억과, 주위로부터 받았던 사랑의 기억은 살아갈 날에 약이 되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게 받았던 크고작은 상처의 기억은 성장한 후에도 늘 상처로 남기 마련이고 문득문득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눈에 띄게 되는 상처는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상처로 남은 일들은 평생을 간다. 다치더라도 상처는 남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아버지도 한때는 아들이었고 부모로부터 (특히 아버지로부터) 사랑도 받았겠지만 깊은 상처도 받았다. 그 때는 약자였기에 그저 반항하는 정도 밖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아버지를 힘으로든 논.. 2020. 11. 20.
그림자 재판 - 20200814 2020. 11. 20.
렁스 - 20200701 쉴새없이 몰아치는 여자의 대사와 그런 여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남자. 문제의 발단이 무엇이 되었든,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의 갈등이든, 남자와 여자의 입장차이는 천길처럼 멀기만 하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아채 주고 미리 배려해 주기를 바라는 여자와 여자가 핵심을 꼭 짚어서 구체적으로 요구해 준다면 그까짓 거 못 들어줄 게 없을텐데 언제나 여자의 스무고개에 작아지다가 벌컥 화가 나 오히려 여자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게 되는 남자. 내가 어디 있든 나를 찾아주길 원하는 여자와 너에게 간절히 가고 싶지만 네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를 잘 모르겠는 남자. 아이를 갖는 문제로부터 촉발된 둘 사이의 갈등은 서로의 입장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여자가 지구환경을 들.. 2020. 11. 20.
메리제인 - 20191228 맨씨어터, 전원 여성배우극, 좋아하는 배우들 대거 출연, 특히 이봉련 배우. 그녀를 중심으로 캐스팅 날짜를 잡았는데 배우사정으로 변경이라고... 예수정 배우 대신에 홍윤희 배우. 관대날짜도 변경되어 있었음. 힝... 실망 그러나 공연은 최고였다. "비너스 인 퍼'의 주인공 이경미 배우의 연기도 정말 좋았다. 언뜻언뜻, 우현주 배우의 목소리 톤이 들리는 듯 했다. 건물 관리인 루디(홍윤희)는 메리제인(이봉련)의 집을 수리해 주고 있다. 여성이 사는 집을 수리해 주는 여성 관리인. 이거 매우 좋다. 게다가 그녀들은 절친이다. 메리제인은 뇌성마비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아들 알렉스는 혼자서는 말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어린아이다. 메리제인은 수학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저 근.. 2020.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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