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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벚꽃동산 - 20230512

by lucill-oz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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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버전의 세 번째 '벚꽃동산'이었다.

첫번째 관극은 전 훈 연출의 안똔체홉극장의 공연이었고

https://lucill.tistory.com/entry/%EB%B2%9A%EA%BD%83%EB%8F%99%EC%82%B0-20150515-15901233

 

벚꽃동산 - 20150515

안톤 체홉의 작품으로 연극계의 고전이라는 것 뿐,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줄거리도 등장인물도 모른 채 예매를 했었다. 공연 시작 전 시간이 좀 남아서 극장 앞에 있는 '물고기 카페'라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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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오경택 연출의 맨씨어터 공연이었는데 이것은 공연실황 VOD로 보았다.

 

이번엔 김광보 연출의 국립극단 공연.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까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름답고 착하고 사랑스럽지만 우유부단하고 무능력한, 몰락해가는 가문의 마지막 문을 닫는 여인 '랴넵스카야'.

내가 특별히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음 한 자락을 붙잡는 여인이다.

보고 있으면,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그 행동이 한심해서,

동생 같으면 정신 차리라고 등짝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은데

그럼에도 차마 모질게 대하진 못할, 뭔가 그녀의 말처럼 조금은 이해해 주고 싶은 마음도 한자락 들게 만든다고 할까...

뭐랄까, 나 스스로의 이런 마음의 정체를 알고 싶은 느낌이랄까.

그녀가 대대손손 지주의 후손으로 살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악랄한 지주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지 않아서?

가엾은 바랴를 수양딸로 삼아 주었고, 그녀에게 손을 벌리는 가엾은 사람들에게 지갑 열기를 서슴지 않는

친절한 사람으로 묘사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한계를 넘진 못했지만 끝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아 주어서 였을까.

 

처음 포스터를 보았을 때 아, 백지원의 랴넵스카야, 딱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 특유의 비음 섞인 음색과 말투. 모니터에서보다 무대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다.

무대에서 몇 차례 보다 보니 웬지 친근한 느낌이랄까.

그려려고 의도하고 작품을 선정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꽤 보았다.

그리고 그가 주로 작업을 같이 하는 배우들 또한 무대에서 자주 보게 되다 보니 연기 스타일이 눈에 들어온다.

로빠힌 역의 이승주 배우는 대사 톤에서  문득문득 시니컬 함이 느껴진다. 의도한 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이번에 느낀 것이지만 로빠힌의 등장 씬이 생각보다 적었다.

아마도 반전의 충격이 무게감을 더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멀리서 보면 체홉이 말하려고 하던 의도가 보이겠지만 코 앞의 무대에서는 많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누구 하나 예외없이 강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로 선명하게 묘사된다.

그래선지 몰라도 실제보다 등장인물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반대로 여기서는 가까이에선 희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인 듯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의 우스운 모습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그 벚꽃동산의 꽃잎들이 아름답게 떨어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아련하게, 화면에서 페이드 아웃이 되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참 이상하고 묘한 작품이다.

좋아하지는 않는데, 마치 뒤에서 계속 보내는  눈길이 느껴지는 듯 한.

안똔체홉극장에서 지금 공연중이라고 하는데 다시 한 번 볼까 싶다.

성병숙 성우이자 배우의 랴넵스카야로.

 

 

아주 심플한 무대. 

그런데 저 뼈대는 혹시 경량벽의 STEEL STUD가 아닌가?

그렇다면 아주 재밌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어 혼자 웃었다.

유리벽 가운데 화려하게 떨어지는 샹들리에. 좋은 이미지다.

마루 바닥 사이로 올라온 풀밭의 구현 역시 좋은 느낌이었다.

 

마지막 씬의, 벚꽃동산을 떠나는 그녀의 의상이 특별히 우아해서 좋았다.

뭐랄까, 그녀는 그냥 그렇게 지켜주고 싶은 여인이다. 이것 참...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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