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봉련 배우의 팬이다.
그녀를 알고 난 이후로 그녀가 나오는 출연작은 되도록 챙겨보는 중이다.
연극 "날 보러 와요"의 남씨부인의 첫인상이 워낙 깊었다.
프로란 내가 미쳐야 할 순간에 제대로 미쳐야 하는 존재들인데, 그녀는 그런 프로다.
그런 그녀가 햄릿이라니!
그동안 몇편의 햄릿을 보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다.
젠더프리의 햄릿. 햄릿공주와 남자 오필리어, 여자 조력자 호레이쇼. 이런 시도 좋다.
익숙한 무대를 엄청 큰 사이즈로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을 편하게 보는 것도 좋구나 싶다.
몇 년 전 국립극장에서의 NT라이브도 꽤 인상적이었는데, 우리 배우들을 이렇게 보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이다.
늘 그렇듯이, 햄릿의 복수에 이르는 과정은 슬프고 결말은 허무하다. 인생무상, 삶의 회의다.
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최근 몇 년 간은 엄청 챙겨보는 중이다.
고전이니까, 명작이니까, 출연진이 대단하니까, 새로운 시도니까,
그냥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니까 등등의 여러 이유로.^^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모습과 달리 어떤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한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결정지어진다.
그 순간이 그 개인의 내면이 가장 솔직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므로.
이봉련 배우의 햄릿은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용의주도함이다.
젊은이답게 내면의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의연히 해나가는 모습이다.
어떤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어떤 해석으로 연기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 다르게 다가오는데, 뭐랄까...
같은 말이라도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과 같은 느낌이랄까.
같은 캐릭터도 어떤 때는 이 사람이 이해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막 욕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런...
암튼 이러저런 이유로 나의 관극생활은 지속되고 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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