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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FAUST - 20230426

by lucill-oz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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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망설이다가, 박해수의 메피스토를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예매를 했다.

한 달 전에 마티네로 잡아 놓았던 공연이라, 하던 일을 하루 빼고 관극행.

처음 가보는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홀.

기업들의 공연장 이름은 너무나 노골적인 브랜드명이다.

그래도 잘 지어놓아 준 점에 감사해야 하나.ㅎ

 

 

파우스트를 두고 시작된 신과 악마의 대결.

개인적으로는, 이 파우스트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아주 힘들게 해를 넘겨가며, 몇 번의 도전 끝에 완독한 책인데 솔직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진 않았었다.

 

오히려 파우스트보다는 메피스토가 캐릭터 적으로는 훨씬 매력있는 인물인데다가

온 우주의 섭리를 통달한, 스스로를 인간 중에선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했을 법한 오만한 캐릭터인 파우스트는

그저 젊음에의 욕망과 수컷으로서의 욕망에 충실하여 어리고 순진한 한 처녀를 파멸로 이끌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뒤의 두려움마저도 메피스토가 이끄는 마녀들의 축제에서 모든 걸 잊고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높은 학문의 경지와 인격체로서의 경지는 역시 달랐다고 해야 하나.

신이 그레첸의 죽음을 거두며 그녀는 구원받았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차라리 화가 났다.

악마와의 내기를 한 신이, 파우스트에 의해 부서진 가여운 어린 여자애를

그냥 끝까지 두고 본 후에야 그 아이의 영혼을 구원했다? 

(메피스토가 부추겼기 때문이 아니다. 파우스트가 스스로 원하고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단지 파우스트의 영혼을 위한 제물에 불과하단 말인가.

그러면 그녀의 어머니는, 또한 그녀의 오빠는?

신은 그저 인간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 존재다. 당연하게도.

다만 인간들이 신을 의식하여 스스로를 구속할 뿐이다. 가엾게도.

 

 

 

1막이 끝날 때까지도 이 연극이 파우스트 원작의 1막만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나는 보면서 당황하고 있었다.

어, 원작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다 한다면... 세 시간 안에 끝낼 수 가 없을텐데?... 속도가 너무 느린 걸?

하면서 보고 있다가 인터미션에 플북을 보고서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1막짜리 공연이라... 2막은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는.

끝나고 내려오는데 뒤에서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뭘 느껴야 하는 거지?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프로그램북을 사서 읽지 않았다면 누구나 그랬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다들 이름값이 있는 배우들인데 말 해 뭐하나.

각 인물과 배우의 싱크로율이 높은 느낌이 있었는데, 메피스토만은 원작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그레첸의 대사에서처럼 어딘가 음습하고 가까이 있으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침하고 못생긴 캐릭터인데

박해수 배우의 분장은 좀 더 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원진아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레첸의 순진함을 잘 표현해 준 듯.

 

무대는 매우 좋았다.

바위들로 둘러싸인 사이로 크지 않은 동굴을 통해 등퇴장을 하는 동선의 아이디어가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영상이 압권이었는데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 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적극적인 활용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연극 무대에서의 영상활용은 이제 없어선 안 될 정도인데 그 실사감이 점차 높게 구현되는 느낌이다.)

그레첸의 방 씬은 그냥 영화나 드라마의 한 대목을 보여주는 듯 했다.

무대와 스크린의 이원화로 마치 다른 영역인 듯이 느껴지도록 했는데

카메라의 좁은 각과 왜곡되어 보여지는 대형 화면 때문에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

새로운 방법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연극이야, 영화야? 하는 느낌.

아마도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기를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기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상 디자인을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해 본 실험적 시도?

 

 

 

이 작품의 원작은 희곡이다. 대사와 지문이 있는.

(앞부분은 생략이 되어서 그렇지 바람잡이들의 그 긴 서론은 정말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이 작품을 60년에 걸쳐 수정, 보완, 편집했다는 이야기는 과장이 좀 심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것은 아마도 괴테가 인간이라는 주제로 오래 고민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그가 평생에 걸쳐 다방면으로 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면서

때론 자신이 알고 있는 얘기들을 대사 중에 담고 싶었을 수도 있고 

또는 나이를 먹으며 점차 달라져 가는 사고의 변화 때문에

대사의 많은 부분을 고치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이해도 하게는 된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는 알 것 같은데...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 정도까진 아니지 않나...... 싶다.^^

 

 

 

 

원 캐스트 공연은 오랫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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