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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라스트 세션 - 20220125

by lucill-oz 2022.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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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전박찬 배우 캐스팅으로 관람.
 
무신론자 프로이드와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돌아선 루이스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연극.
 
삶의 마지막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싶었던 프로이드는
 
구강암으로 입천장을 도려내고 보철물을 끼고 있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도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거부하고 오직 진통제로만 버틴다.
 
결국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는 프로이드 사망 3주 전에, 프로이드의 초대로 루이스가 방문하면서 설전의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극의 구조가 연극 <레드>와 흡사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같은 연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음을 알고 있는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프로이드에게 더 많이 동조되는 건,
 
내가 무신론자여서인가 아니면 배우가 연기를 잘 해서인가.
 
평소 프로이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조금 호감이 생겼다.
 
뭐랄까,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매력? 


인간의 한계를 알기에 신이 필요했던 인간인데

절실하게 신이 필요한 순간의 인간에게 신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 주지 않았으니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사실 반박할 말이 없는 것도 맞다.

비극의 고통에 신음하는 인간에게, 그토록 신에게 매달렸던 인간에게

신의 숨겨진 의도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신이 있던 없던, 인간 각자의 고통을 견디고 감당하는 것은 어차피 개인의 몫인 것을.

신을 부정하며 냉소적 자세로 이겨내든,

아니면 적극적으로 신의 뜻을 헤아리려고 더욱 종교에 매진하든

그것은 각자의 선택일 뿐.
 
이 답없는 얘기의 결론은 결국 각자의 신념에 따른 선택이겠지만

젊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젊은 학자와 

정신분석이라는 심리분석 분야를 개척한 당대 최고의 노학자을 주인공으로 대비시켜 보여주니

그 의도 또한 공감이 된다.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온 몸으로 감지하고 있는 노인 프로이드는
 
때로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인간적 행동을 취하기도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을 접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끝까지 나 자신을 유지한 채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마지막 자존심이었을 것이고 (라스트 세션!!)

이런 모습은 노인의 특성과도 일치한다.

반면, 아직 젊은 루이스 교수는 인생의 대 선배 앞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주장하기도 하지만
 
삶의 특정 지점을 통과하며 자신의 신념이 바뀌기도 하고

매 순간 그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따라서 내가 현재 인생의 어느 지점을 살고 있고 또 그간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대비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공연시작 1분 전에 내 바로 앞자리에 에드벌룬만한 두상크기를 가진 관객이 입장하기 전까진 기대감에 좋았다.
 
불길한 느낌은 틀리지 않는 법.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무대의 좌,우측으로 배우들이 이동하는 몇씬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제대로 두 배우의 정중앙 책상씬을 볼 수 없었다.
 
커튼콜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몸을 앞으로 쭉 빼고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에이, 진짜 한번 더 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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