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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햄 릿 - 20220727

by lucill-oz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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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핏 잠들었다가 공연안내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이게 가능해? 싶을 정도로 쟁쟁한 출연진에 놀라워하며

꿈꾸듯 예매했던 연극 <햄릿> 관람.

뭐랄까, 그간 몇 편의 햄릿을 봤지만 가장 햄릿다우면서 가장 연극적인 연극이라는 느낌.

그동안의 강필석 배우에게서 보지 못했던 가장 강렬했던 햄릿이었다.

박정자, 손봉숙, 윤석화, 길혜연 (손숙 더블) 이런 배우들이 극중 극의 배우 역할들이다.

주요 배역은 젊은 배우들이 맡고 원로 배우들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있다.

이런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 무조건 봐야지.^^

욕하면서 끝까지 보는 게 막장 드라마라지만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이 거의 막장극 아닌가.

그 극단의 상황에서 각자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과도 같은 교활함과 욕망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한편으론 양심의 가책이 괴롭히기도 하고.

그렇게 복잡다단한 심리상태를 한번에 다 보면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싶기도 하고.

햄릿의 부친은 아들의 복수가 맘에 들었을까? 만족했을까? 원한이 플렸을까?

거투르드는 진짜 클로디어스가 남편을 죽였다는 걸 몰랐을까? 알면서도 선택한 걸까?

아들의 좌절과 분노를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외면한 걸까?

어쩌면 자신이 버티고 있어서 아들에게 후위를 물려주려면 내가 그의 아내가 되어야한다는 계산이 있어서였을까?

궁지에 몰린 클로디어스는 더욱 교활해진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살아야 하니까.

햄릿에게 분노한 레어티스를 자극하여  다시 한 번 정적이 된 조카를 제거하려 한다.

자신의 복수로 말미암아 연인 오필리어와 그의 오빠이자 친구인 레어티스까지 비극으로 몰아넣은 햄릿은, 만족했을까?

거투르드가 독주를 대신 마신 이유는, 아니 심리는 엄마로서 아들을 지켜주려고?

아니면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에 대한 속죄? 아니면 죽은 남편에 대한?

 

같은 내용이지만 배우의 연기에 따라, 연출이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관극의 재미가 있다. 

같은 작품 안에서도 누구의 입장에 서서 사건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안에서 엄청나게 많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한국 연극사의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관록의 배우들이 

지금 한창인 젊은 배우들과 함께 한다는 것 그 자체가 그들에겐 즐거움 아니었을까.

관객들이 "이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보게 되다니~~~" 하면서 기대되는 마음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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