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 김준원 / 오스틴 - 문성일 / 사울 - 이승원 / 엄마 - 홍정혜
개막 전부터 포스터를 벽에 붙여놓고 기다리던 공연이었다.
트루 웨스트라는 제목을 봐서나, 거친 느낌의 포스터를 봐서나
정통 서부극까지는 아니더라도... 뭐, 그 근처에 있는 얘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세상에나, 이건 반은 코미디극이네!
물론 그것이 극의 본질은 아니었지만 심심치 않게 폭소를 금할 수 없었다.
초반에는 반듯한, 혹은 그러려고 애쓰는 오스틴과 삐뚤어진 리의 모습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주다가
후반에는 입장이 바뀌어 마음을 잡고 집중하려는 리의 모습과 달리
생전 처음으로 삐뚤어졌을 것 같은 오스틴의 모습이 후련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더구나 밤새 술에 취해 일곱 개의 토스터기를 훔쳐와 빵을 굽는 장면이란...ㅋㅋㅋㅋㅋㅋ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나가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싶다.^^
그들의 대화 내용으로 미루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에 잠깐 등장한, 냉정하기 이를데 없는 엄마의 모습으로 봤을 때
그들 형제의 부모들은 필시 같이 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철저히 자신의 삶을 사는 엄마, 반대로 자신의 몸하나를 건사하지 못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힘들어하는 형제의 모습을 보면
결국 그들의 마음이 하나였음을 알게 된다.
오스틴의 문성일. 솔양은 오스틴이 귀여워 죽겠단다.
특히 토스터기에 빵을 넣고 넥타이를 휘둘러가며 토스터기를 응원하는 대목에선!!!
안경만 쓰면 반듯해 보이는 신기한 효과!ㅎㅎ
리 역의 김준원. 거친 삶을 살아왔다기보다는 살아온 척 하는 것 같다는 느낌?
언뜻 보이는 귀여운 표정 때문인가? 하긴 거친 남자의 귀여운 웃음은 확실히 매력이 있긴 하다.
잠깐 등장에도 압도적인 느낌의 홍정혜 배우.
능청스럽고 속물적인 인물 사울의 이승원 배우. 모두 좋았다.
스스로에게든 남에게든 자신의 감정을,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던가.
동양이나 서양이나 가족이란... 가장 큰 힘이자 동시에 짐이다.
떨쳐낼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는 애증의 사람들.
무거운 얘기를, 웃음으로 바꾸어 보여주는 재미있고 좋은 극이다.
그리고 같은 지점이 염려스럽기도 하다.
끝나고 나서 토스터기만 남게 되지 않을지가 걱정된다.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ㅎㅎ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