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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록키 호러쑈 - 20170805

by lucill-oz 2017.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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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매니아적인 공연일수록 막공 때 첫공으로 보는게 아니라고 했는데... 알면서도 갑자기 궁금해서 봤다.

보기 전에 솔이가 그랬다. 아직 인류에겐 이른 뮤지컬이라고. ㅋㅋㅋ 일부 공감.


프랑큰 퍼터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배역들의 역할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어쩐지 배우들의 재능낭비스러운 느낌도 있었다. (그만큼 프랑큰 퍼터에게 극의 비중이 높다는 말씀이다)

솔이가 평소에 조형균 배우를 많이 칭찬하길래 궁금해서 조형균-박영수-고훈정-김영주 라인으로 맞추었다.

조형균 퍼터, 칭찬할 만 했다. 능청스럽고 연기도 잘 하고 노래도 잘 했다.

사실 '사춘기'를 한 번 봤을 때는 조형균이나 고훈정의 매력을 그리 많이 느끼지 못했었다.

역시 독상을 받아봐야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싶었다.

브레드의 박영수는 정말 오랫만에 보는데 솔로곡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 캐릭터와의 씽크로율은 매우 높았다.

쟈넷의 이지수는 마치 김보경이 연상될 정도로 잘 했다.

김영주 배우는 역시나 그 목소리가 존재감이 뚜렷해서 좋았다.

아쉬운 것은 고훈정이었다. 리프라프가 자기 목소리를 낼 때보다 목소리 변조를 많이 하는 탓에 

본인 목소리 톤을 들을 수가 없어서... 미리 공연에 대해서 알아보지 않고 본 내가 잘못이지 뭐...

노래할 때의 목소리도 좋긴 하지만 그의 대사톤이 정말 좋은데 말이다.

아, 근육맨은 역시 전문 배우가 아니었어. 노래를 부르는데 발성이 영 아니어서 진심으로 깜짝 놀람.


트렌스섹슈얼 행성에서 온 양성의 과학자 프랑큰 퍼터에게는 인간계의 도덕적 관념이란 없다.

인간(에디)을 죽이는 것도 그저 기분이 좀 나빠서 그랬던 것 뿐이고

약혼한 사이인 브레드와 쟈넷 두 사람과의 섹스도 역시!

그 둘의 입을 스스로 닫아버리게 만드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근육질 남성을 사랑하고자 매끈한 근육을 가진 근육맨 록키호러를 창조해 그와 결혼한다.

이러한 설정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를 잠시 생각해봤다.

다른 생물에겐 없고 오직 인간만이 갖고 있다는 그 이성(reason), 본능을 지배할 수 있는 이성.

본능(instinct)을 더 많이 지배할수록 훌륭한 인간으로 인정받는 그 이성이 주는 억압감이 얼마나 크기에

그걸 다 무시해버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본능대로만 누리고 사는 캐릭터를 만들었겠는가.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도 필요없는 양성의 캐릭터는 남성과도 여성과도 사랑할 수 있다.

그들의 의상, 코르셋과 망사 스타킹, 하이 힐과 짙은 화장이 주는 이미지는 섹슈얼함 그 자체다.

그걸 여자가 입었든 남자가 입었든 상관없이 말이다.

특히나 남자들 중에서 복장 도착자(transvestite)가 꽤 있는 이유가 그 섹슈얼한 의상이 주는 쾌감 때문이라면

그야말로 의식과 무의식의 촘촘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아닐까.

이게 깊게 들어가면 프로이드와 만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극의 분위기도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옆사람 눈치 보지말고, 하고 싶은대로 춤도 같이 추고, 

노래도 같이 부르고, 소리도 맘껏 지르고, 배우들과도 액션을 주고받고 하면서 

그 시간 안에서 싫컷 즐기라는 컨셉이다.


가끔 배우들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다.

그들은 본인의 성격이나 이미지에 딱 맞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렇게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분할 때가 많지 않은가.

그 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본인만의 벽, 한계를 깨고 넘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되는 순간부터는 누구라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난 그게 부럽다.

내가 좁고 견고한 틀 안에 갇혀 살아 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말이다.


좀 낯설기도 했지만, 영화를 찾아봐야겠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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