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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6시 퇴근 - 20190227

by lucill-oz 2019.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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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 조풍래 / 최다연 - 최미소 / 윤지석 - 최성욱 / 안성준 - 김주일 / 

고은호 - 김정모 / 서영미 - 안지현 / 노주연 - 박태성

 

 

이게 이렇게 재미있으리라고 보기 전까진 기대하지 않았다.

요즘 세대들의 애환과 고충이 실사감 높게 묘사되어 있으면서도 재미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신나는 커튼콜의 여운을 안고 나와 나도 모르게 OST를 구입했다.

(가사집 제본 엉망입니다!!! 이런거 신경써 줘야 하는 겁니다.!!)

 

오프닝 넘버 근을 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출근을 한다.

취준생에서 겨우 벗어난 인턴사원도, 2년마다 직장이 바뀌어야 하는 비정규직 사원도 

몇년 열심히 돈 모아서 여행다니며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그러나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그녀도

사춘기 딸 혼자 키우는 씽글맘도, 쌍둥이 아빠도, 기러기 아빠도

붐비는 버스전철에, 지독한 교통지옥을 뚫고 모두들 출근을 한다.

그래도 출근할 곳이 있다는게 어디냐. 이것이 곧 행복이니...

 

DEAD LINE

그렇게 출근한 그들 앞에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지니

한 달 안으로 '가을달빵'의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해체란다. 에잇, 치사한 설정이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비장함과 공포감이 먹구름처럼 몰려오는 곡이다.

 

물가상승률 

출근시간에 지각을 한 싱글맘과 쌍둥이 아빠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아이들 키우는 고충과 멈춰있는 월급에 비해 무섭게 뛰고 있는 물가에 대해 노래한다.

SAMBA와 행진곡이 절묘하고도 코믹하게 섞여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나의 꿈 

최다연은 여행작가를 꿈꾸고 장보고는 뮤지션을 꿈꾸지만 그들은 과연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저 일기장 속에서 잠자고 있는, 잊혀진 꿈이 되진 않을까...

나도 그랬다. 어찌어찌하게 전공했던 공부가 아까우니 그걸로 몇년 벌어서 편입을 하리라.

하고 싶던 공부를 늦더라도 다시 시작하리라. 서른이 되면 어떠랴. 할 수 만 있다면...

그렇게 지냈다. 가방 안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가끔 한번씩 펼쳐보며, 언제고 꺼낼 날이 오겠지...

그렇게 잘 있을 줄 알았던 꿈이 어느 날인가부터는 형체도 희미해지고, 어디에 두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게 있었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내 착각이었나보다, 원래 그런건 없었는데...

드디어 나는 내 기억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잊기로 했었다.

그래서 그들의 노래는 내 노래이기도 했다.

 

그 흔한 사랑조차 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비정규직 사원 장보고는 서른을 앞둔 남자다.

남자고 여자고 서른을 앞둔 스물아홉이 되면 느낌이 달라진다. 열아홉에선 절대 느껴본 적 없는 느낌.

이건 군대가기 전에 여자친구에게 기다려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는 또 조금 다른 문제다.

안정된 직장도 없고, 생계수단도 막막한 남자가 사랑인들 원할 수 있을까.

지금과 다른 시간에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그땐 말할 수 있을까...라는 그의 독백은

불과 이십여년 전, 내 친구들과 동료들의 고민이었다.

(물론 철없이 사고치고 다니는 놈들도 많았지만...ㅉㅉ)

나는 남자 장보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를 잡아!! 라고.

 

우리 엄마도 

내가 어쩔 수 없이, 애증 관계인^^ 우리 엄마와 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넘버다. (모녀관계란 원래 그렇다.)

그녀는 워킹맘. 딸은 사춘기 중학생. 악기를 전공하니 부담이 만만찮다.

가계부를 쓰는 듯, 장 본 내역을 읊어 내리다가 '핸드크림 2천원' 하더니 '핸드크림은 괜히 샀나' 그런다.

전기세, 수돗세, 가스비, 월세, 주유비에 보험료도 나갔네... 그러더니 '보험은 하나 줄일까' 한다.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 나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방법. 나를 모두 잊고 사는 방법...

우리 엄마도 그랬을까, 우리 엄마도 이랬겠지.

문득 엄마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면, 엄마는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만 들어도 무슨 일이 있는지 눈치챈다.

별일 아니라고, 마음과는 다르게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며 목젖까지 차올라온 눈물을 억지로 삼킨다.

차에서 혼자 들으면 들을 때마다 울컥해서 그냥 패스해버릴 때도 있다.

이건 경험자만이 쓸 수 있는 가사인데... 무대로 뛰어 올라가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6시 퇴근

직장인 밴드 <6시 퇴근>의 테마곡. 인터넷 라이브를 하며 멤버를 소개한다.  

인턴 고은호의 매력이 돋보이는 경쾌한 곡이다.

비록 일 때문에 야근을 불사하며 시작한 밴드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모두들 빠져든다. 흥겹다.

기타리스트 윤지석은 한때 밴드를 하며 음악을 했었던 이력이 있는 실력자다.

같은 밴드 출신의 쌍둥이 아빠 안성준이 베이스를 맡아 기묘한 자세로 웃음을 준다.

장보고는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꾸는 청년이 아니던가.

피아노를 쳤던 최다연이 키보드를 맡았고, 드럼실력도 인턴이었던 고은호의 실력도 수준급이 되었다. 

워킹맘 서영미는 원래 흥이 많은 여자였나보다. 춤과 노래, 리듬까지 완벽한 코러스다. 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렇게 주체 못할 만큼의 끼가 있는 그녀가 그걸 못하고 사는 모습에 또다시 안쓰러움이 밀려온다.)

매니저 겸 코러스의 노주현 부장(부장? 과장?)도 늘 아재취급만 받다가 모처럼 팀원들과 하나가 된다. 

(그의 아재개그는 젊은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애들은 잘 모른다.) 

 

가을달빵

극중 최다연 작사, 장보고 작곡의 CM SONG.

CM SONG인 척하며 두 사람의 속마음이 녹아있어 달달하고 흥겨운 곡이다.

밴드 <6시 퇴근>의 첫 곡이다. 

 

신데랄라맨

안성준과 윤지석이 대학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만들었다는 <뮤지컬 6시 퇴근> 최고의 넘버다.

틀에 박힌 생활을 하며 일탈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마음.

 

오 오 오 나는 신데랄라맨 / 열두시가 넘어도 잠들지 않아

오 오 오 나는 신데랄라맨 / 열두시가 넘어도 집에 가지 않아

 

반복되는 후렴구가 중독성이 있는 가사다.

 

나의 집 나의 서울

프로모션 공연을 망쳐버린 후 모두들 기가 죽고 지쳐 버렸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 각자의 마음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블루스.

 

나의 하루는어떻게 흘러 갔는지 / 잠이 들기 전 다시 떠올려 보려 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서울의 하루

 

그랬다.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던 내가, 잠들기 전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보려 해도

거짓말이 아니라,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바로 몇시간 전의 일인데... 

억지로 시간을 되짚어가며 기억을 떠올리다 그만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날짜만 적은 채 잠든 날들이 많았다. 

 

DON'T LOOK AT ME

장보고와 최다연은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애써 외면하고 애써 참아낸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고, 그는 그녀를 정말 많이 원하지만 도저히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 마음들이 잘 느껴져, 내 마음이 아프다.

 

가족의 얼굴   

각자가 매일 야근에 치여 가족들에게 소홀해지며 갖게 되는 미안함을 노래한다.

혼자 두 아이들과 씨름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엄마 없는 시간을 혼자 지내야 하는 딸에  대한 미안함.

자주 찾아보지 못하는 아픈 동생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

자기를 길러준 할머니와 자주 함께 하지 못해 드리는 것에 대한 손주의 미안함.

가족을 멀리 보내고, 정작 자신이 외로운 처지면서도 자식들을 먼저 걱정하는 아버지의 그리움.

그리움이란 꼭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야만 느껴지는 건 아니다.

같이 살아도, 마주 보고있어도 그리운 사람들이 있지...

 

어른이 되어 가는 건     

윤지석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지만 그의 내면은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으로 들끓고 있다.

현재의 생활을 위해 억지로 꿈을 잠재우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일.

 

꿈이 컷던 사람들일수록, 그게 간절했던 사람들일수록,

그 꿈의 울타리로 진입할 때까지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고 아프게 돌아선 사람들일수록

혼자의 시간 안에선 늘 태풍을 겪어야 한다.

 

나의 이름 

좌절의 순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부르는 노래.

 

한 때는 별이 되고 싶었지 / 아니 나도 별이 될 줄 알았지.

지금은 그냥 밤하늘에 묻혀 숨을 쉬어가는 것도 벅차

 

잊지마 나의 이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별

작은 별, 빛나는 법을 잃어버린 작은 별.

 

누구나 그렇지. 어린 시절엔 모두 꿈을 꾸라고 하지.

그래야 큰 사람이 된다고. 꿈을 아루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고

누군가에게는 꿈을 꾼다는 일 자체가 사치일 뿐이다.

스무살 문턱에서부터 대부분의 청년들이 꿈을 털어내길 강요받는 이상한 사회다. 

그러나 그 벽을 깨고 끝까지 꿈을 이루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따뜻하면서도 경쾌한 곡이다.

 

 

 

소극장 공연이긴 해도 제대로 된 밴드음악까지 즐길 수 있으니 정말 만족스러웠다.

잘 만들어진 뮤지컬 작품이다.

 

이벤트 당첨으로 오랫만에  뮤지컬 공연이었다. 

두 장의 티켓으로 사촌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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