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공연, 아니 이 기획의 안내문자를 받았을 때 제목을 보며 든 생각은 그랬다.
"불편"이라는 단어에서는 불편하게 입장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그러나 불편하긴 해도 그들의 입장이 영 불가한 상태는 아닐 것이라는 점.
"입장"이라는 단어에서는 특정 장소에 들어가는 행위와, 동시에 어떠한 처지에 놓여진 상태를 이르는
말하자면 두 단어가 모두 동음이의어이므로 이 기획의 의도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공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프로그램 내용에 극장투어가 포함되는 '입장1'에 신청을 했다.
무대시설 및 백스테이지 공간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또 행여 나중에 일하는데 도움이 될 듯 싶었기 때문이다.
남산예술센터는 관극하러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 위치도 그렇고 건물자체도 그렇고
그 명성에 비해서 극장의 용도로서는 많이 불편한 곳이다.
주차시설도 없어서 (앞마당에 다소간의 여유는 있지만 절대 불허한다는 점!) 부득이 차를 가져가게 되면
옆건물(서울소방방재본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고, 아니면 지하철로 명동역에서 내려 걸어와야 하는데
골목길 막바지에 장벽처럼 나타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횡단보도를 건너서 약간의 오르막을 걸어야 한다.
다만 오래된 건물, 그 건물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 나무로 마감된 원형극장의 느낌이 좋아
그 장소를 좋아하는 것일 뿐.
"입장 1"에 신청한 사람들은 소그룹으로 나누어 남산예술극장 곳곳을 투어하기 시작했다.
나는 로비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계단을 통해서 공연장의 2층으로 진입했다.
로비에서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 밑 공간은 image display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외부에서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로비에서 몇계단을 오른 뒤, 극장 출입구를 지나서 공연장으로 올라오는 곡면 계단
객석 뒷편에 위치한 콘솔박스
2층으로 진입하여 다시 아래로 내려가며 객석에 앉게 되는 구조의 공연장이다.
무대막을 걷어낸 상태의 백스테이지와 후면 브릿지
천정에는 원래의 목조 트러스 구조물과 함께 신규설치한 철골구조물과 캣워크가 설치되어 있다.
원형의 목제 단은 의자가 설치된 부분과 통로가 다른 목재로 구분되어 있다.
천정의 각종 설비장치. 철골과 목제 트러스가 함께 보인다.
2층에서 내려다 본 객석. 두 배우가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막이 오르내리는 BAR 장치는 뜻밖에 수동으로 장동되고 있었다. 뭐랄까, 고전적인 느낌?
무대 중앙의 흰색표시된 박스부위가 무대를 부분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리프트 시설이 되어있는 곳이다.
총 3대의 리프트 시설이 있다.
리프트 피트
무대를 중심으로 좌,우에 분장실이 있다.
피트층에 위치한 관계로 천정고가 매우 낮아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쉬웠다.
투어가 끝나자 모두 객석에 착석, 무대를 보니 영상이 상영된다.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문자 안내 서비스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음성 지원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새로운 느낌의 경험이었다.
휠체어를 탄 배우의 입장 과정을 통한 그녀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청각 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장애를 가진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을 관람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과 그 불편한 입장들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새삼스럽게, 비장애인인 나로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해 왔었던 사소한 불편함들이
누군가에게는 때론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두려운 일 일수도 있겠다는
역지사지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공공극장이 이러한 고민을 해 준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사실, 공간을 다루는 일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입장은 또 조금 다를 수 있다.
모든 환경이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으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으니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 한다고 적시해 놓은 법규는 최소한 그만큼만 하면 된다고 편리하게 해석되기 일쑤다.
또한 모든 건축주는 여유있게 풀어놓는 공간에 대해서 늘 인색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고민을 불특정 다수에게 함께 생각해보자고 던져보는 일 자체가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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