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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아리랑 - 20150823

by lucill-oz 2015.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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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줄 알았다. 그래서 사실 안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 두 번은 못 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왔다.

공연을 보며 이렇게나 눈물콧물로 손수건 한장을 다 적시고도 모자란 적이 있었는가 싶다.


그 와중에도, 참 잘 만들었다! 고선웅 연출, 정말 영리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엄청나게 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 변화의 시간들을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싶었는데

'선택과 집중'이 잘 되었구나 싶었다.

엄청난 수고를 필요로 하는 고된 작업이었겠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야기와 음악과 춤과 무대와 ... 모든 것이 말이다.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쟁쟁한 배우들! 

아직도 우아한 여배우의 아우라가 존재하는, 이제는 원로급이신 감골댁 김성녀 배우를 비롯하여 

차돌같이 단단한 성대의 (나는 이 표현을 꼭 쓰고 싶다) , 송수익 역의 서범석 배우,

노비출신이라기엔 너무나 우아했던!, 그래서 사투리가 오히려 어색한 거 아닌가 싶었던^^ 양치성 역의 카이.

언제나 믿고 보는 배우, 방수국 역의 윤공주,

어떤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태산같은 여인 차옥비 역의 이소연

그리고 다른 많은 배우들 역시! 멋있었다.

솔양이 여배우들 학대극이란다. ㅎㅎㅎ 그 말이 틀리지 않은 것이, 

나라가 침략을 받게 되면 힘없는 여인네들이 침략자들에게 유린당하는 역사는 어디에나 있어왔기 때문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핏줄이 뭐길래... 싶은 때가 종종 있는데

이건 민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게 뭐, 배운다고, 학습을 한다고 배워지는 것이던가.

그야말로 피를 타고 흐르는 유전자 속에 녹아있는 그 공통의 정서.

수많은 아리랑이 있지만 어떤 아리랑이 되었든 

다 속에서 입으로 나오면 저절로 어깨를, 가슴을 들썩이게 만드는 무엇.

예나 지금이나, 책임질 자리에 있는 자들이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들의 안위만을 따를 때

온몸으로 그 뒷감당을 하면서 때로 스러지고, 때로 짓밟혀 가슴이 모두 타들어가도 

아리랑 한자락에 시름을 얹어 보내고 

아홉번을 죽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견뎌내는 민초들의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살아야하기에, 살아서 해내야 할 무엇이 있기에 살아남는 것 자체가 삶의 명제였던 시기...

참으로 면구스런 맘이지만, 내가 그 시절에 놓여있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지금 여기 이땅에 사는 자로서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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