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역을 맡은 송원근·이재균은 캐릭터 해석에 있어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웠다. 단지 스릴을 느끼기 위해 지극히 반사회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인물을 대면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처음.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차근차근 대사를 곱씹고 토론하며 리처드에 접근해가는 두 사람의 정성을 열기 띤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쓰릴 미>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 네 남자의 이야기.
네이슨, 정상윤 & 전성우
정상윤(이하 상윤): 맞다. 그런데 스케줄이 안 맞았다.
전성우(이하 성우):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 리처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이래저래 하다 보니(웃음).
상윤: 네이슨이 의외로 강단이 있다. 딱 보기에 리처드는 시크하면서 세 보이고,
네이슨은 유약하고 (리처드를) 따라다니면서 뒤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웃음)
그게 다 리처드와 함께 하기 위한 공존의 방법이다.
누구 한 편이 약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우: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는 부분도 있고.
상윤: 상하관계는 절대 아닌 것 같다. 동등한 입장이다. 한쪽이 좀 더 리드하기도 하고,
그러다 다른 쪽이 뭔가를 원할 땐 당당하게 요구하고.
상윤: 무대도, 조명도, 동선도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둘이 서로 붙어서 투닥거리는 아기자기한
모습이 있었다면,이번엔 팽팽한 신경전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보셨던
분들도 새롭게 보실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다.
성우: 두 사람을 명확한 상하관계로 나누진 않지만,
어느 장면에서 누가 위고 어느 장면에선 누가 아래인지,
어느 장면에서는 대등한 관계인지 그런 모습이 분명히
보여질 것 같다. 동선도 정말 디테일하다.
많은 것들이 연결고리가 있고,
이게 왜 이 위치로 가는지 다 의미가 있어서
새로운 느낌의 <쓰릴 미>가 될 것 같다.
상윤: 개인적으로 조명도 많이 기대된다.
(연출이) 워낙 디테일한 분이라서.
그런 것들이 둘의 관계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더
선명하게 표현해줄 수 있으니까.
성우: 일본의 정서가 있고, 한국의 정서가 있지 않나.
새롭다고 느끼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같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낯설 수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새로울 수도 있고.
성우: 표현하는 방법에서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나 너한테 실망했어'라는 대사를 할 때 일본 사람들 특유의 행동이 있다.
앉을 때 이렇게 (한쪽 무릎을 접어 올리며) 앉는다거나. 세세한 부분에서 다른 점들이 있다.
상윤: 너무 일본스러운 점은 조율해서 바꾸기도 하고,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성우: 굳이 일본적이다, 한국적이다를 떠나 연출님이 <쓰릴 미> 오리지널 대본에 충실하기를 원하신다.
연출님만의 색깔이 있고 의도가 있으니까 그대로 보시면 될 것 같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분이시고,
또 많이 열려있는 분이다.
상윤: 목소리를 늙게 한다기보다는 움직임이나 걸음걸이, 시선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대사를 할 때는 무거운 호흡을 많이 쓰는 편이다.
성우: 34년 후의 그 인물이 사실 할아버지는 아니다. 쉰 넷이니까.
실제 그 나이대의 분들을 보면 그렇게 늙은 느낌은 아니다.
그보다는 네이슨이 감옥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미숙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차분하기도 할 것 같아서 그런 모습을 말투나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나는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기도 하고,
실수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건 일부러 떨어뜨리긴 했지만
다 리처드를 위해서,
그와 함께 하기 위해 그랬다는 거다.
일종의 무기, 도구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열려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성우: 두 가지가 크게 다르진 않다.
네이슨은 항상 그를 따르면서도
'이건 안돼, 하지 말자' 라고 말린다.
도둑질을 하고, 불을 지르고,
그러다가 리처드가 살인까지 제안했을 땐
정말 두려웠을 것 같다.
그 다음엔 또 뭐가 있을지도 생각했을 것 같고.
그래서 '더 이상은 안돼. 우리 관계만 생각하자'는
의미로 떨어뜨렸을 거란 생각도 한다.
변하지는 않았을까?
성우: 이게 실화이지 않나.
예전 자료를 보면 네이슨이 감옥에 들어가고 5년 후부터
자신의 행동을 많이 뉘우치고, 그래서 말라리아 검사 같은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치기 어린 행동이었구나'하며 후회는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네이슨이) 그런 얘기를 한다.
나의 정말 좋은 파트너지만, 내 인생을 망치게 한 사람이라고.
그에 대한 좋았던 마음만은 계속 간직하는 거다.
상윤: 누구나 연애하고 결혼하면서도 첫사랑에 대한 마음은 항상 갖고 있지 않나.
실제 네이슨의 집에 가보면 리처드의 사진이 걸려 있다고 한다.
그가 감옥에서 나와 결혼도 하고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리처드가) 영원한 동반자인 거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줄로 서로 묶여있지 않을까.
상윤: 원근이는 나보다 한 살 어린데, <파리의 연인>을 같이 해서 친하다.
워낙 잘 하는 친구니까 호흡은 걱정 안 되고, 얼굴이 작아서 좀 짜증난다(웃음).
성우: 재균이는 굉장히 유쾌한 친구다. 돌발적인 행동이나 말도 많이 하고.
갑자기 '형, 이재균으로 삼행시 지어봐요' 이런다(웃음).
굉장히 천진하고 순진무구한 것 같다. 되게 착하다. 그런 모습이 동생으로서 미워 보이지 않고,
작품에 임할 때도 굉장히 많이 노력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재균이만의 '그'의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정상윤
상윤: 그 때보다는 좀 편하긴 하다. 노래나 대사도 다 알고. 근데 연출이 다 달라서 쉽지만은 않다.
옛날 대본 보면 되게 재미있다(웃음). 새롭기도 하고, 까먹었던 것도 생각나고.
성우: 전체적인 흐름이나 가사는 알지만, 세세하게 다른 부분이 굉장히 많다.
처음 <쓰릴 미>를 했을 때와는 다른 부담감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때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기지 않았나 싶고.
상윤: 예전 20대에 나를 봤던 선배들이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웃음). 항상 똑같은데. 그래도 아이 크는 모습을 보면 좋다.
한 생명체의 시작과 성장과정을 내 눈으로 보고 경험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이
배우로서도 분명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고. 배우는 일단 호기심도 많고 많은 경험을 해야 되는 사람이니까,
나는 값진 경험을 하고 있는 거다. 감사하게도. 배우는 나이 먹는 게 참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배우로서 점점 더 성숙해지고 연륜을 쌓고…
마흔이 되든 쉰이 되든 꾸준히 좋은 작품에서 연기하는 게 꿈이다.
성우: 사실 지금은 준비과정이고, 서른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전엔 정말 마음이 급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내려놨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많이 하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쌓여서 내 몸에 익고, 그래서 정말 내가 배우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5년 후에는 정말 다양한 면을 가진 배우의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전성우
리처드, 송원근 & 이재균
송원근(이하 원근), 이재균(이하 재균): 없다.
재균: 이제까지 어리고 소년 같은 역할을 주로 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냥 대본에 있는 대로 한 거다.
근데 사실 리처드도 스무 살이다.
특별히 '변신'을 한다기보다 대본에 충실하게 가다 보면 캐릭터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원근: 내 경우 차분하고 매너 있는 남자를 주로 연기하다가 이번에는 매너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웃음) 캐릭터라
사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다. 재미도 있고. 대본 보면서 재균이랑 '와~ 이런 애야? 이랬어?' 놀라기도 하고.
재균: 아직 더 고민해야겠지만, 좀 불쌍하기도 하다.
재균: 리처드는 집에 들어가도 가족과 서로 데면데면하고,
재균: 처음엔 정말 공감이 안 갔다. 그리고 굳이 이해를 해야 되나,
원근: 전부터 주위 사람들한테서 리처드를 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오히려 네이슨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상윤이 형이 (리처드를) 못 받아들이는 나한테 많이 열어줬다.
원근: 상윤이 형이 리처드에 대한 애정이 되게 많더라.
'얘가 왜 이랬는지 모르겠어요'하면 그 문제를 100%
해소시켜 줬다.
'아, 형 리처드 되게 하고 싶었구나' 했다(웃음).
그런 식으로 많이 해소됐다.
지금은 연습이 되게 즐겁다.
재균: 둘은 남들보다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
어린 나이에 좋은 학교에 들어갔으니 분명 친구가
둘밖에 없었을 거다.
리처드는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렸지만,
그들 앞에서는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어른스럽게 굴었을 것 같다.
네이슨과 있을 때는 솔직하게 행동하고.
가족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친밀감이나 애정을
네이슨에게서 느꼈을 것 같고.
네이슨에게도 리처드가 유일했지만,
리처드에게도 네이슨이 유일했던 것 같다.
원근: 리처드가 졸업하고 다시 네이슨을 찾아온 것도
그와 있을 때 가장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네이슨을 좋아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것이고,
함께 뭔가를 할 때 느끼는 짜릿함도 있고.
원근: 있다. (이재균에게) 잘 할 수 있겠지? 키스신도 있고. 상윤이 형이랑 할 거란 상상은 못 해봤는데(웃음).
상윤이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그냥 하면 돼' 하는데(웃음).
할 거면 제대로 하려고 한다. 언제 경험해보겠나.
재균: 그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극중 인물이 키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근: 성우랑 재균이가 연습하는 걸 보면 딱 열아홉 무렵의 아이들 같다. 나랑 상윤이 형이 하면 안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한데, 상윤이 형이 '어색하게 하는 것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가자' 해서 자연스럽게 하려고 한다.
송원근
재균: 우리 둘만 있으면 다 얘기할 수 있는데, 인터뷰라서(웃음).
복도식 아파트에서 딱딱딱딱 벨 누르고 밑에 내려가서 보면 사람들이 다 나와있다(웃음).
지금 내게 스릴을 주는 건 무대 위에 있을 때?
원근: 너 정말 닭살 돋는다(웃음).
최근에 <아르센 루팡>에서 혼자 노래하다 사래가 들려서 여섯 음절을 못 불렀다.
앞에 앉은 관객이 '아이구, 어떡해'라고 말하신 것 같다(웃음).
그 순간은 스릴이 아니라 정말 살 떨림을 느꼈다.
재균: <닥터 지바고>에서 얀코를 연기했을 때. 얀코가 죽고 나서 두 주인공이 내 편지를 읽으면서 '나우'를 부른다.
승우 형이랑 지우 누나가 날 보고 울면서 노래하는데 기침이 나오려는 거다(웃음).
난 시체고 얼굴에 손수건이 덮였는데.
재채기가 정말 한끝차이로 콧등에 걸려있었다. 어떻게든 참았는데, 참 쓰릴했다.
만약 기침이 터지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니까. 내가 살아나버리면 어떻게 해야 되지? 하고.
원근: 재균이는 4차원적이고…되게 특이하다.
재균: 먹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한다. 먹고 노는 거 좋아하는 사람?
원근: 최악이구만? 놈팽이구만(웃음).
재균: (웃음) 먹고 노는 거 좋아하고, 사랑을 좋아하는 사람.
원근: 나는 대부분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잡생각을 좋아하고. 그리고 사랑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여자 아닌 사람한테는 남자 하듯이 대하고. 그리고 일하는 것,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한다.
이재균
'공연정보 > 쓰릴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도 짙은 심리극 기대된다, <쓰릴 미> 2차팀 연습현장 - 스크랩 (0) | 2013.07.25 |
---|---|
2013 쓰릴미 1차팀 프레스콜 동영상 (0) | 2013.07.22 |
스크랩 -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 인터뷰 (0) | 2013.07.14 |
musical thrillme webzine [피아니스트 신재영씨를 만나다] -스크랩 (0) | 2010.12.07 |
2009, 2010 쓰릴미 강하늘 인터뷰- 스크랩 (0) | 2010.09.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