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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쓰릴미

2009, 2010 쓰릴미 강하늘 인터뷰- 스크랩

by lucill-oz 2010.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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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배우를 꿈꾸다

[이색만남] '쓰릴 미'의 배우 김하늘 인터뷰


대학생이 되면서 달라진 것은 고작 나이를 말할 때 아직도 낯선 ‘스물...’을 먼저 발음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염치없이 아직도 매달 받고 있는 용돈에서 5만 원 정도가 더 올랐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없이는 통학이 힘든 것을 감안해 딱 차비만큼 올라간 액수지만 

‘대학생이 되었으니 다양한 문화생활은 중요해’ 라며 스스로 또 다른 의무를 지웠으니 어이없는 노릇.

이와 같은 의무감으로 방바닥만 기면서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2007년 초연을 했던 ‘쓰릴 미’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빈곤한 지갑사정에서 썩 즐겁지만은 않은 소식을 접했다. 

‘그래, 캐스트만 보자. 혹시 모르지. 안보고 싶을 수도 있잖아?’ 하며 홈페이지에 접속한 순간 

낯선, 그리고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은 앳된 얼굴이 보였다

 

올해까지 총 4번의 ‘쓰릴 미’ 공연 중 처음 등장하는 언더스터디. 

그리고 그 언더스터디에 이름을 올린 제법 흔한 이름의 배우 김하늘. 

평소에는 다른 배역을 맡아 공연하다가 한 배우에게 부득이한 사정이 생기면 

그를 대신하는 배우라는 뜻의 언더스터디지만  2인극인 ‘쓰릴 미’에서는 극의 50%를 책임져야 하는 큰 역할이다. 

게다가 이미 2차 티켓오픈 때에는 당당하게 스케줄도 나와 있는 상태.

그의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치는 순간 놀란 눈을 비벼야했다. 

기자와 같은 학년, 그것도 빠른 년생이라 실제로는 기자보다 1살 어린 나이. 

게다가 올 하반기를 여는 작품인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당당하게 합격한 배우.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신인배우치고는 놀라운 이력에, 또 아직 무엇을 원하는 지도 모르는 기자와 

너무나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에 놀라 그를 당장 만나봐야 될 것만 같았다.

쇠뿔은 당김에 빼야 제 맛이라 아직 김하늘의 공연을 보지도 못한 채 

사진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비오는 날 신촌의 소담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칭찬에 이게 최대한으로 꾸민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는 딱 20살의 모습인 그에게 직접 물어야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어떤 기분이냐고.

이제 막 내딛은 조심스럽지만 당찬 한 걸음

 

- 김하늘씨 공연을 보지 못하고 인터뷰를 요청해 우선 죄송하다.

▲ 아우, 아닙니다.

- 상업무대에서 첫 데뷔를 한 셈인데 첫 공연을 마친 기분이 어떤가?

▲ 학교에서 공연을 네다섯 번 한 것 같아요. 학교공연은 관객들도 공짜로 보러오는 친구들이니까 

끝나면 아쉬운 것, 못했던 것만 생각나도 조금 부담이 덜했는데 

이번에 공연이 끝나고 거짓말이 아니라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어요. 

큰 죄책감에 눌려 집에서 멍하니 퀭하게 있고 그랬어요. 두 번째 공연 끝났을 때도 마찬가지였구요.
완벽하게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많이 컸어요. 

200명 가까이 되는 관객들이 4만5천원이라는 돈을 주고 하루의 시간 중에 2시간 정도를 공연에, 

저한테 소비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 관객들을 대하면서도 완벽하게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게 많이 죄송스러웠어요.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막 공연을 끝내고 관객들에게 사인을 해드렸는데 그때 계속 돈 낭비하게 한건 아닌가 하면서 계속 죄송하다고 했어요.

- 공연 때도 죄송스런 마음으로 한건 아닌가?

▲ 공연 할 땐 되게 자신 있었는데 끝나고 나서…(웃음)


- ‘쓰릴 미’가 2인극인데 첫 상업공연을 2인극으로 시작해 캐스트 뜨고 사실 조금 놀랐다.

▲ 2007년에 초연을 봤는데 그때 보고 ‘와, 정말 멋지다. 난 죽어도 저 역할은 못할 거야’ 그랬거든요. 

오디션에 합격하고 나서 말로 표현할 수없는 기분이 들었어요. 

기대감과 약간의 거부감? 그리고 부담감이 같이 왔죠. 

왜냐하면 둘이 1시간 반 동안 공연에 집중해야 되고 관객들과도 집중해야 하고. 처음엔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 그럼 오디션 봤을 때 경험이나 쌓자는 심정으로 본건가?

▲ 오디션 볼 때 한번 봐보자는 생각은 전혀 안하구요. 

되도록 해보자인데 떨어지면 ‘그래. 이게 경험이었어’ 이렇게 생각하죠. 

오디션 볼 때 당시 느낌이 미묘해요. 솔직히 캐스팅 되려고 오디션을 봤지만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어요.


- 공연을 준비할 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부담의 연속이겠다.(웃음) 처음 ‘그’역을 맡았는가? 

캐스트가 떴을 때 사진에 ‘나’ 역을 맡은 배우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던데.

▲ 제가 ‘그’와 ‘나’ 역을 둘 다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공연은 ‘그’로 밖에 안했지만 연습은 언더스터디다 보니 ‘나’랑 ‘그’ 둘 다 했거든요. 

정말 둘 다 매력적인 캐릭터죠. 하지만 똑같이 50 대 50으로 욕심나기보다는 51과 49로 정하자면 51이 ‘나’ 역이었어요. 

근데 연출께서 ‘나’ 역을 맡았을 때 50대의 나이를 소화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하셔서 ‘그’역을 맡았습니다.

- 아무래도 스무 살의 ‘그’역이 지금의 김하늘씨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듯하다. 

공연을 본 관객들도 20대 본연의 ‘그’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공연 후기 같은 건 읽는가?

▲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웃음) 그렇다고 아예 안 읽는 게 아니라 “쓰릴미 김하늘” 쳐보긴 했죠. 

칭찬도 있고 나쁜 말도 있지만 이렇게 죄송스러운 마음 상태에서는 좋은 점은 안 들어오고 나쁜 점만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칭찬이 많지만 칭찬보다는 정말 냉정한 독설만 가득한 후기를 찾고 싶기는 한데...
나쁜 점은 분명히 고쳐야하지만 이 정도만 보고 다음에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해보자 하고 지금은 안보고 있어요. 

주변에서 말해주는 것도 듣고 있구요.

- 관객들 후기를 읽어드리자면 연기부분에서는 상당한 칭찬이 있는데 아무래도 목 관리를 소홀히 한 것에는 말이 많았다.

▲ 그것 때문에 더 죄송했던 것도 있어요. 4만5천원을 받고 공연하는 사람이 자기관리가 허술하면 죄송해야 될 일이죠. 

두말할 필요 없이 제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핑계인데요, 연습을 하다가 한 달 정도 쉬었는데 

2인극을 혼자 연습할 순 없어 집에서 대사만 안 씹으려고 연습했어요. 공연 일주일 남았을 때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상윤이 형(정상윤)이랑 맞추면서 쉬지 않고 연습하다보니 공연 바로 직전 몸살이 났어요. 

한 달 전부터 조금씩이라도 준비했다면 좀더 제게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은 조금 들었어요.

- 처음 캐스팅 떴을 때 어리다고 화제가 됐다. 본인의 어린 나이가 어떻게 느껴지는가?

▲ 전 무대 위에서 어리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구요. 오히려 제 나이가 장점이지 않을까요? 

어린 나이 때문에 생기는 단점은 무대 위에서나 사람을 대할 때 여유가 좀 부족한 부분이겠죠. 

근데 그 여유가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이 나이에 그런 여유를 보인다면 ‘아, 쟤는 저 나이에도 저런 여유를 갖고 있구나’하는. 

제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요.(웃음)  아직 단점으로만 보이지만 그렇게 되어야죠.
그리고 이건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는데 같이 공연하는 팀에서 어린 나이, 많은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배역이 20살과 20살인데 연기하는 사람의 나이가 중요한가요?

 

- 이번에 들어가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매일 무대에 서야하는데 또 마음가짐이 다를 듯하다.

▲ 한 번도 제가 언더스터디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공연은 두 번밖에 안했지만 스케줄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캐스팅됐을 때는 ‘넌 못할 수도 있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언더스터디도 감사했어요. 

또 매일 보고 배우는 기횐데 그거보다 좋은 게 어디 있어요. 거기다 무대를 두 번이나 세워주셨으니 충분했어요. 

물론 제가 형들보다 연습은 많이 못한 건 있지만 언더스터디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으면 훨씬 더 침울했겠죠. 

형들도 ‘너는 언더스터디가 아니라 같이 하는 동료다’라고 해주셨어요.
근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이 기대되긴 해요. 매일 무대에 선다는 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학교공연은 매일 해도 기껏해야 3일이잖아요. 

근데 7~8개월 동안 매일같이 다른 관객을 보고 매일같이 다른 무대에 서는 게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건 아직 씬 연습을 안 들어가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웃음) 모든 연기를 하는 분들은 씬 연습이 부담이거든요.


내가 원하는 작지만 넓은 무대

- 학교는 지금 다니는 상탠가?

▲ 1학기 조금 다니다가 휴학했어요. 사실 학교를 쭉 다닐 목적으로 입학했거든요. 

다니다가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려고 했어요. 그런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연습하면서 안되겠더라구요. 

공연도 밤에 늦게 끝나는데 과제도 이 만큼이고 다음날 가면 혼나기만 하고. 

그러다 보니까 힘들어 어쩔 수가 없이 7월 공연도 있고 해서 1년 휴학 했어요.

 

- 08학번에 유명한 동기들이 많다.

▲ 저희 동기 잘나가죠.(웃음) 김소은, 고아라, 김범, 박신혜...

-동기들처럼 TV에 욕심이 나거나 하진 않는가?

▲ 전혀요. 전혀.

- 대부분 우리 또래에서 배우면 연예인이랑 같은 말로 인식한다.

▲ 근데 전 연예인이라는 말이 너무 듣기 싫어서 안 해요. 또 전 드라마도 했봤었고.

- 연예인이라는 말이 싫은가, 아니면 카메라가 싫은가?

▲ 연예인이라는 말, 그리고 TV? 

저는 연기를 시작하게 된 것도 무대 위에서 사람의 눈을 보고 연기한다는 것 때문에 시작했는데,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다르더라구요. 또 무대에서처럼 자유가 없어요. 

카메라 앞에 서면 생각이 좁아지는 느낌이에요. 

‘내가 카메라에 요만큼밖에 안 비치니까 요기를 더 신경 써서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연기를 하는 사람 나름이니까 얼굴만 잡는다고 해도 온 몸으로 연기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요. 

그리고 요즘 흘러가는 태세가 TV 연기자들에 대해서 외모적으로도 보게 되고 또 너무 그쪽으로 흘러가는 부분이 그랬어요.

 

- 요즘 인터뷰의 기본은 미니홈피 탐방이다.(웃음) 그래서 가봤는데 영화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 근데 TV나 영화는 공연이랑 다르게 불특정 다수에게 쏟아지잖아요. 그런 게 싫어요. 너무 무차별하게 쏟아지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자신이 없어서 점점 거리감을 느끼다가 그 거리감이 점점 더 발전해 이렇게 된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한 적이 있는데 어릴 적 멋모르고 연예인 하겠다고 해서 어떻게 보면 억지로 한 건데 

오디션장에서 일부러 대사도 툭툭 내뱉고 그랬어요. 근데 역할이 좀 냉소적인 청소년이어서 제가 된 거예요.(웃음) 

3차 오디션에서 PD들에게 하기 싫다고 했다가 엄청 혼났어요.
또 생각해보니까 전 운좋게 된 건데 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사람은 얼마나 많았겠어요. 

제가 그걸 다 쳐내고 올라왔잖아요. 미안한 거죠. 그래서 그때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 4차까지 봐서 하게 됐어요. 

하면서도 내가 너무 재밌다 이런 생각보다는 경험삼아 해보자 이런 생각이 강했구요.
‘산 너머 남촌에는’ 이라는 드라마는 선생님들이 되게 많은데 좀 더 배워보자는 마음에서 했어요.

- 하지만 그게 지금의 김하늘씨를 있게한 계기가 아닐까. 

요즘은 공연배우들도 소속사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면 작품을 한다고 들었다. 

그 편이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가?

▲ 글쎄요. 아직 그런 것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오디션에 붙어도 보고 떨어져도 보고 싶어요. 

회사에서 주는 작품을 덜컥 해버리면 오디션으로 저를 돌아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오디션은 저를 판가름하는 자리거든요.

 

- 요즘도 오디션을 계속 보는가?

▲ 지금은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문에...

- ‘쓰릴 미’가 처음 오디션을 본 작품인가?

▲ ‘스프링’이 처음이고 ‘쓰릴 미’가 그 다음이죠.

- 처음 오디션을 본 작품에 이어 다음 작품까지 여태 본 모든 오디션에서 역할을 얻은 셈이다. 

계속 달려만 나가는 건데 좀 무섭진 않은가?

▲ 그렇기도 해요. 제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심도 있는데 너무 달리다보니까 안은 안보고 눈으로 보는 것만 보게 될까봐... 

모르겠어요. 이게 나쁜 점도 있지만 사실 좋은 점이 훨씬 크죠. 

어느 선에 올라가서는 쉬어야겠죠. 걸터앉아서 제 안을 보구요. 근데 지금은 배우는 게 너무 재밌어요. 

‘쓰릴 미’에서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도. 재밌는데 멈출 순 없잖아요.

 

배우 김하늘이 되기위해서


- 역할을 맡으면 마음가짐을 달리 한다든가, 준비하는 게 있는가?

▲ 공연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배역에 대해서 이미지를 뽑아요. 사람의 이미지라기 보단 그림들도 이미지잖아요. 

보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이미지들을 쫙 뽑아서 가까운데다 두고 자기 전에 한번, 나갈 때 한번 보고, 들고 다니면서도 보고. 

그런 게 대본 그 이상의 효과를 주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텍스트로 나온 것 보다 내가 조금 더 영감을 느낄 수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처음 대본을 볼 때 무릎을 꿇고 보거든요.(웃음) 저만의 의식일 수도 있어요. 

무릎을 꿇고 대본을 한번 다 읽고 가만히 생각을 해요. 말을 걸려고 시도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그 배역에 좀 더 가까워지고 좀 더 이해하는 것 같아요. 제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라서 그 정도만 해요.

 

- 작품을 하면서 한계를 느낀 적은 없는가?

▲ ‘쓰릴 미’ 때가 되게 많았어요. ‘쓰릴 미’를 하기 전에 학교에서 홍광호씨 다음이자 마지막으로 뮤지컬 ‘햄릿’을 했었어요. 

그때 많은 한계를 느꼈어요. 햄릿이 제 나이대가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잖아요. 

너무 어려운데 어떻게 덜컥 맡게 되어 공연연습하면서도 혼자서 많이 울고 많이 고민하고 했어요.
‘햄릿’이 끝나고 이제 살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릴 미’로 한계를 맛봤죠. 그 한계가 어떤 면에서의 한계인지는 모르겠어요. 

연기에 대한 것인지 노래에 대한 것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몸을 억누르는 한계가 오더라구요. 

정신적으로 답답하고 갈증이 있고. ‘쓰릴 미’때가 그랬어요.
지금 연습하는 작품은 아직 노래만 연습하고 있어서 아직은 좋구요. 노래도 ‘쓰릴 미’때보다는 훨씬 신나구요. 

'쓰릴 미'에선 내 동생을 죽이자고 하잖아요.(웃음) 밴드랑 같이 연습하면 너무 시원한 거죠. 그래서 아직은 즐거움이 앞서요.

- 꿈꾸시는 배역은 있는가?

▲ 어디 가서 이런 말 하면 겸손한 척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게 아니라 어떤 배역을 맡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저를 업그레이드시켜주고 진화시켜줄 수 있는 배역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제가 진짜 겸손한 것도 아니고.(웃음) 

무슨 배역이든 공부가 되는 배역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아직은 배역을 꿈꾸기보다는 조금 더 저한테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아요. 저 자신이 좀 더 잘 해야 하고. 

원래는 연극배우가 꿈이에요. 장르를 따지는 건 아니구요. 

장르를 불문하고 배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다 연기를 잘해야죠. 어떤 장르를 따진다기보다는 연극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어쩌다보니 뮤지컬으로 먼저 시작을 하게 되었지만 감히 말하자면 마지막작품은 아마 연극일 거예요.
근데 뮤지컬을 해보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 영화 ‘헤드윅’이예요. 영화를 보고 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존 카메론 미첼이라는 사람한테 너무 매료되어서. 제 뮤지컬의 시작은 '헤드윅'이에요.

 

- 헤드윅은 욕심안나는가?

▲ 욕심은 나는데 거부감이 들어요. 자체로도 너무 완벽한 작품이고 또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라서 내가 하면 망칠 것 같은 느낌, 

좀 삐뚤게 나갈 것 같은 그런 생각 때문에.


- 롤모델 같은 배우가 있는가?

▲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남들한테 ‘안녕하세요. 배우 김하늘입니다’ 라고 말하는 게 제 꿈이에요. 

아직까지 한 번도 절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제 자신을 배우라고 소개한 적도 한 번도 없어요.

말할 때도 배우라는 말을 되게 조심하거든요. 함부로 배우라는 말을 못해요. 안 해요. 

그래서 어떤 배우가 되겠다 이런 건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공연을 보면서 저 사람의 이런 점 저런 점을 배우지 제가 저 사람 같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어요.


- ‘배우 김하늘’이 김하늘씨 꿈이겠다.

▲ 인터뷰나 기사에서 ‘배우 김하늘’ 이라고 올라오면 엄청 거부감이 들어요. 

저는 배우가 직업이라고 생각 안하거든요. 어떤 존재들이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되게 비현실적이죠?(웃음) 그래서 제가 더 죄책감에 시달리는 걸지도 몰라요. 

자기관리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완벽한 존재가 되겠어요. 그런 식으로 제 속을 많이 때렸어요.

- 이제 막 첫 공연을 했는데 그렇게 과도하게 자책할 필요가 있을까?

▲ 배우라는 사람들한테 첫 공연, 마지막 공연이 있을까요? 

이게 내 첫 공연이니까 감안해 봐야지 이런 게 있을까요? 

돈을 받고 하는 사람인데 맡은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는 게...

- 관객들 중에는 일부러 김하늘씨 공연을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르고 오는 관객도 있다. 

그땐 얼마가 부족하든 당당하게 연기를 해보여야하지 않을까? 

근데 자꾸 자책하면 공연과 관계없이 그 부분이 관객을 실망시키게 되지 않을까?

▲ 무대 위에서는 제가 최고예요. 무대 위에서는 항상 자만심에 차 있죠. 

이제 내려와서 문제인거지(웃음). 부족한 걸 뻔히 아는데 그걸 숨기면 제가 더 답답할 것 같았어요. 

입으로라도 죄송하다고 뱉어내야지 조금이라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제 자신에게.

- 책임감이 강한 듯하다.

▲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집착이 강한 거죠.

- 비현실적이라고 했지만 현실적인 노력을 많이 한다.

▲ 꿈이 비현실적이니까 노력이라도 현실적으로 해야죠. (웃음) 저는 현실적이지 못해요. 

고3 초까지만 해도 대학교를 안가겠다고 다짐했거든요. 엄청난 입시경쟁에 대해서 나 홀로 반항 때문에(웃음)
대학을 안가겠다고 했는데 대학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추억 같은 게 있을 것 같더라구요. 

전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예고로 전학가기 전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간 것도 

인문계 고등학교보다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학교 다니면서 계속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대학 와서도 많은 경험을 하려고 했어요. 캠퍼스 안에서 막걸리도 마셔보고(웃음) 

풀밭에 앉아서 동기들끼리 얘기도 해보고 그런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예요.

배우고 발전하며 변화시키는

- 아직 어린데도 확고한 꿈을 향해서 달려 나가는 김하늘씨의 용기가 많이 궁금했다.

▲ 부모님께서 두 분 다 연극영화과 출신이세요. 피를 물려받은 건 아니고 저는 분명히 하고 싶은 걸 하고 있죠.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해서 해야 하는 걸 놓치는 경우가 아쉬워요. 

학교 공부도 있고 조금 더 편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가 억지로 놓고 있기 때문에 그것도 아쉽기도 하구요.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훨씬 좋지만 순수한 행복이 아니라 낙천적인 행복인 것 같아요.

- 막연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김하늘씨에게 이런 식의 부담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아무런 고민 없이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근데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건 고민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는 거랑 똑같은 말이에요. 연기는 고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극영화과에 오면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배우의 길을 포기하는 거예요. 

게 제일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가르쳐주세요. 

저도 이걸 하면서 너무 많이 힘들어봤고 또 연극과라는 게 선택되는 몇 명 빼고는 비관적인 게 사실이죠. 

꿈을 향해 가다가 온몸을 바쳐도 뚫을 수 없는 한계가 오면 저도 그만두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 끝까지 갈 거예요. 

고등학교 때 학교공연이지만 제법 큰 무대에 섰었는데 그 공연을 하면서 무대공포증이 왔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절 잘 이끌어주셨어요. 무대는 숨을 곳이 없다고 그 말씀 한마디 듣고 제가 노력을 했거든요. 

제가 한번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에 아직은 자신 있어요.


- 배우의 길을 무모하게 선택한 것에 대해서 겁은 나지 않는가?

▲ 즐겁지만 항상 겁이 나요. 무대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설레지만 무섭기도 해요. 아직 움츠러드는 것도 있구요. 

그만큼 제가 덜했다는 거겠죠. 그래도 언제 무너질까 그런 두려움은 없어요.

- 연기는 왜 하는가?

▲ 커튼콜 때문에 해요. 처음 참여했던 게 중학교 연극반에서 했던 ‘우동 한 그릇‘이라는 연극이었어요. 

전 그때 연기도, 연출도 안했고 소품 만들고 의상 입혀주고 그런 역할이었어요. 

근데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배우분들이 저희를 불러 나갔는데 손잡고 인사를 하는데 

되게 이상한 감정이 밀려오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힘들게 한 달 정도 합숙하면서 연습했는데 그 생각도 나면서 그 때 커튼콜에 대해서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전 연기를 커튼콜 때 울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많이 연습했고 그만큼 나를 바쳐야만 커튼콜 때 울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쓰릴 미‘땐 울지를 못했어요. 

게으름을 많이 피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선지 커튼콜 때는 항상 ’우동 한 그릇‘때 생각이 나요.


- 무대 외에 김하늘씨가 즐기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 (한참 생각한 후에) 뭘 하든 공연만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취미라면 통기타 치는 것 정도? 하지만 공연만큼 몰두하고 있는 건 없어요.

- 음악을 좋아하는가.

▲ 네. 음악 좋아해요. 노래 말고 음악!(웃음)

- 아까도 말했지만 뮤지컬보다 연극을 더 바란다고 했는데 노래하는 데 부담이 있는가?

▲ 지금 생겼어요. 뮤지컬을 하기 전까지 노래는 제가 즐거움을 표출하는 방법이었고 그냥 재밌게 하는 취미였는데 

뮤지컬을 시작하고 나서 노래는 조금 학구적으로 다가와요. 노래를 해야 되는 거니까.

 

- 요즘 하루하루가 즐거울 텐데 먼저 꿈을 향해 한발 내민 입장으로서 아직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진 않은가?

▲ 아뇨. 가야될 꿈이 있다면 저는 당장 뛰어드는 길을 선택한 거고 고민하고 심사숙고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다른 방법이죠.

- 이제 막 연기관이 생겼을 듯하다.

▲ 고등학교 때 자신만의 연기관, 예술관은 꼭 있어야 된다는 말씀을 배웠어요. 

저에게 연기는 부담이면서 행복한 것 같아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저의 예술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진화시키고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기도 똑같은 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내가 발전하고 변하면서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요.
이번 공연에선 두 명의 관객에게 감동을 줬다면 다음 번에는 10명, 그다음은 더 많이. 이렇게 발전해야죠. 

저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작품을 하면서 저는 점점 더 커질 거예요. 

두 배 유명해지면 여섯 배 겸손해져도 비난이 쏟아진다잖아요. 제가 모토로 삼고 있는 게 실력, 겸손, 의지예요. 

이 셋을 갖추면 뭐든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진부한 질문이지만 독자들에게 한마디.(웃음)

▲ 저도 신입생인데 모두 꿈을 향해 ‘노력하세요.’ 이런 말은 하면 안되구요.(웃음) 모든 일을 하면서 배울 수가 있잖아요. 

모든 인간은 모든 인간의 스승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뭐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니까 다 같이 조금씩 더 배워나가려고 노력하다보면 

저도, 독자 분들도 원하는 꿈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말끝마다 죄송하다며 함부로 배우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는 망설임 없이 말하는 모습. 

부족했던 첫 공연에 대한 아쉬움으로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다음 공연을 얘기할 때면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천진하게 웃는 모습. 

보다 더 큰, 진짜 배우라는 미래에 확신을 가진 김하늘의 얼굴이었다.

'쓰릴 미'를 관람한 후배들을 만나러 사람많은 신촌거리 속으로 사라지는 그를 보며 

문득 훗날 그가 정말 많은 관객 앞에 서서 기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대단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연실 학생기자 = 성신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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