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의 친구, 평생의 친구 내 사촌과 단 둘이, 나이먹고 나서 처음으로 나선 둘만의 먼 길 나들이였다.
그래봐야 하루치기 당일 여행이었지만.
강화로 목적지를 정한 후, 설레는 마음으로 어디어디를 갈 것인지 미리 검색을 해 왔다는 말에 그 마음이 느껴졌다.
얼마나 바래온 홀가분한 시간인가...
사는게 뭔지 나이 먹어가며 자주 얼굴볼 새도 없이 지낸 우리가
빼꼼이 난 잠시의 시간을 틈타 만나 한나절 나들이를 다녀온 것이다.
확실히, 집에서 떠나야 온전히 나와 너 개인이 된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고 너의 말에 온전히 귀기울일 수 있게 된다.
집에서는 하다못해 강아지 고양이도 말을 끊으니까. ㅎ
정말 순수하게 관광지로서의 강화를 가 본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일로 잠시 스쳐갔었던 것 빼고는.
맨 처음 목적지는 월곶돈대와 연미정
연미정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월곶.
서해와 인천으로 흐르는 물길 모양이 제비꼬리와 같다고 하여 정자의 이름을 연미정으로 지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서해로부터 서울로 가는 배가 이 정자 밑에 닻을 내리고 조류를 기다려 한강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태풍에 꺾여 쓰러진 나무가 이렇게 누워있었다는 흔적을 이런 식으로 남겨놓았다.
다음 목적지는 옛 조양방직 공장 터를 카페로 개조한 <조양방직카페>
주 건물과 부속건물, 야외 정원과 화장실 건물까지 꽤 큰 면적이다.
옛날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두고 내부 용도를 바꾸거나
옛날 물건들을 진열하는 인테리어 방식은 이미 유행한지 오래다.
"세련됨"이나 "최신유행"과는 거리가 먼 낡고 고리타분하고 촌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옛날식 유행"
몇십년 전이 엊그제 같은 나이든 사람들은 옛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게 하고
젊은 친구들은 신기해 한다. 볼거리는 많으니까.
함께 즉석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우리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이 얼마만인가...
멀지 않은 곳의 <소창 박물관>
강화도의 특산물에는 "소창"이 있다. 지금은 보기도 드문.
고즈넉한 한옥 안의 대청 위에는 다도를 위한 낮은 테이블과 다기세트가 놓여 있다.
먼지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가, 잔을 덮은 앙증맞은 잔덮개가 눈을 끌었다.
마치 우리집인 양하고 자연스럽게 찍어보자고 했지만...
사진찍는 것을 잘 안해본 나로서는 렌즈를 바라보는 것이 어색하다.
<소창 직조 시연관>
면실에서부터 원단이 되어 나오는 과정을 모형을 통해 단계별로 보여주고 방 한칸에는 실제 직조기가 돌아가고 있다.
원사를 풀어 삶아서 표백을 하고 풀을 입히고 말려서 뭉친 실들을 다시 한 가닥씩 풀어서 감고
그것으로 옷감을 짜서 원단이 되는 과정.
그 긴과정은 정성스러워 보인다.
안쪽으로는 입구와는 아주 대조적인 현대적인 기념품 전시관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가면 비밀스럽게 자리한 또 한 채의 한옥이 있다.
소창을 이용한 포장을 비롯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체험관이 있다.
물들인 소창으로 만든 창 가리개와 방울장식 늘이개.
그냥 가만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이다.
.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고 잘 만들어 보고 싶은 아름다운 포장법.
나온 김에 많은 곳을 보려고 했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도 그렇고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외규장각, 고려궁지, 강화성당을 휙 한번 보고 돌아왔다.
강화가 생각보다 넓고, 볼 곳도 많은 곳이었다. 여러번 가 볼 만한 곳이구나...
강화의 젊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이 '진달래섬'이라는 브랜드로 직접 만든 상품들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었다.
강화를 소재로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물건을 만들기도 하고.
(jindalrae.kr 로 접속하면 홈페이지에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지역사회와 젊은이들이 함께 공존하며 발전하려는 시도가 신선해보였다.
요 무늬가 인쇄된 소창 가리개와 손수건을 한 점씩 샀다. 기념으로. 젊은이들이 예뻐서.
강화는 낙조가 유명한데... 석양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음에는 꼭 1박2일 여행에 도전해보자고 다짐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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