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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그게 아닌데 - 20190723

by lucill-oz 2019.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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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우와 좋은 인연이 있는가 싶다. 

 

작년에는 코끼리 인형을 받았는데^^

 

 

 

 

올해는 배우싸인 플북과 엽서/포스터 이벤트 당첨!

 

 

일년만의 재관람. 

유성주 배우가 신은 구두가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인상에 남는다. ㅎㅎ

 

좋은 대본이고, 좋은 배우들이다.

 

윤상화 배우의 조련사 캐릭터는 그가 아니면 누가 그 느낌으로 그렇게 천연덕스럽게(적절한 표현인가?) 

보여줄까 싶다. 물론 모든 배우들이 자기 색깔대로 연기를 하긴 하지만 윤상화 조련사가 내뱉는

"그게 아닌데~~~"는 뭐랄까 특유의 '맛'이 있다.

어눌하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이게 묘하게 어떤 억울함 같은 감정이 느껴지게 한다.

'아주 강렬한' 이미지의 엄마와의 대화중에서도 느껴지듯이 그의 엄마는 모든 상황을 주도한다.

형사는 윽박지르고, 의사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도록 강요에 가까운 설득을 한다.

그를 둘러싼 이런 환경은 그를 주눅들게 만들고, 그는 아주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다.

그래서 그의 대사는 한번도 ~다. 혹은 ~요. 등으로 끝맺음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는데"로 마무리한다. 

 

연극 <로베르트 쥬코>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던 문경희 배우. 알고보니 쎈언니 캐릭터다.

허스키한 음성 때문일까? 그녀가 연기하는 모든 배역이 좀 쎄게 느껴진다.

이 작품 <그게 아닌데>에서는 좀 더 압도적이다. 

특히 빵먹는 씬. 이 장면이 왜 필요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니... 엄마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에피소드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경찰서로 달려온 그녀는 단둘이 남게 되자 가방에서 크림빵과 생수를 꺼낸다.

크림빵이 중요하다. 가운데 크림이 발라져 있는 두 장의 빵을 나누어서 한 장씩 먹는데

자신의 빵에 크림을 잔뜩 묻힌다. 그 빵 한장을 다 먹는 모습은 좀 엽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다.

생수병을 따서 역시 자신이 먼저 콸콸거리며 입을 벌리고 쏟아 붓는다.

한입 가득히 물을 입에 담고 우글우글... 아,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엄마로부터 위로받고싶은, 위기의 순간인데,

그런 순간에도 엄마는 자기가 먼저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이 엄마가 아들에게 하는 대사는 거의 "~~잖니?"다.

어린아이에게 하는 말투로 어린애를 대하듯 한다.

넌 어렸을 때부터 뭐든지 풀어주는 걸 좋아했잖니~~

인생 뭐있니? 이 대사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듯.

이런 엄마 밑에서 아들은 얼마나 주눅든 모습으로 자라왔겠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들의 입장에서 엄마는 그저 또 하나의 폭력의 상징일 뿐이고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일 것이다.

 

형사 역의 한동규 배우.

의도했든 아니든 은근히 이 배우의 출연작을 많이 보았네, 내가.

이렇게나 강렬한 얼굴로 여러가지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 때마다 다 잘 어울린다는게 신기하다.

형사는 코끼리가 동물원을 탈출해서 유력 정치인의 선거유세장을 엉망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

누군가의 음모가 있다면서 조련사를 다그친다. 

그의 마음에는 "이건 꼭 배후가 있는 엄청난 사건이어야 해"라는 절박함이 배어있다.

사건의 조작은 이런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위협하고 겁을 주고 폭행을 하여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야 하는, 그런 상황.

경찰은 왜 정치인에게 약자인가? 

 

의사역의 유성주 배우.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팬이다. 그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단단한 음성 덕분인지 그 역시 자신만의 독특한 "쎈 느낌"이 있는 배우다.  

이 의사는 조련사를 보며 자신이 원하는 의학 케이스에 그를 적용시키고 싶어한다.

이성에 소극적인 남자가 동물을 상대로 애정행위를 한다는 쪽으로 비약시키려고 한다.

그는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현상을 끼워맞추고 싶은 것이다. 

 

동료 역의 강승민 배우는 오직 이 작품을 통해서만 만났다.

사람좋아 보이는 인상이 조련사에게 짖꿎은 장난을 치는 모습과 어울린다.

그러나 그의 장난은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

슬픔이 배인 또 한 마리의 코끼리...

 

 

왜 하필 코끼리인가?

코끼리가 상징하는 것은 '커다란' '벽'이다.

쉽게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감. 그러나 동의할 수 없는 답답함.

조련사는 코끼리가 된 사람들을,

그러니까 누구에게도 속내를 내어놓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이었으나

그 역시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한 채 한마리의 코끼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소통이란...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겪는다.

소통하려는 시도조차도 힘들고 피곤하여 차라리 혼자이고 싶은 것이 현대인들이다.

누군가의 진실을, 진심을 들어주려는 노력, 그것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보는 중간엔 상황이 재미있어 웃음도 나지만 끝날 땐 먹먹해진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의 코끼리일 때가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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