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불후의 명곡에서 그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그랬다.
아, 이 친구,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 노래 잘하지, 마스크 좋지, 보니까 매너도 좋지, 겸손하기까지?
한스러운 곡 '동백 아가씨'를 그렇게 대곡으로 바꾸어 놓은 그 폭발력과 절제된 호흡,
마지막 후주가 끝나는 순간까지 흐트러지지 않는 시선, 제스쳐.
어, 내가 왜 진작에 관심을 갖지 않았었지?
흠...
호기심이 일어, 엠넷에서 올라와 있는 모든 곡들을 다운받고
인터넷을 뒤져가며 관련 기사랑 유투브 등을 보다가 팬카페 가입까지 하게 됐다.
데뷰 10년 차라는 그의 팬카페에 올라온 자료가 어디 하루이틀의 분량이랴...
그러나 인내심을 갖고 다~ 봤다. (좀 힘들기도 했다)
성악으로 다져진 기본기 탄탄한 발성, 남성의 목소리지만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러면서도 미성이 갖기 힘든 남성적 힘이 느껴지는 파워, (임형주나 정세훈과는 확실히 구별이 되는)
그리고 매 무대마다 최선을, 진심을 다 하는 것이 느껴지는 열창.
음, 역시 매력이 있네...
그간의 행적을 따라 뒤쫓기를 하기 시작했다.
sentimental journey, sings the classics 앨범과
열린 음악회 등의 무대를 통해서 불렀던 크로스오버 계열의 곡들, 뮤지컬 ost곡들,
콘서트를 통해서 들려준 독일과 이태리 가곡들, 그 후 뮤지컬의 세계까지
어쩌면 그와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관심 갖지 않았을 장르의 음악까지도, 심지에 ccm까지도......
뮤지컬은 오래 전의 일이라 이곳저곳의 자료를 통하여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을 뿐이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월드버전의 오리지널 공연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노래 한 곡으로 시작해서 스토리 전체에 이르기까지
또 출연 배우들의 면면에 이르기까지...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 미스 사이공, jcs는 오래도록 나에게 감성과 이성의 화두를 던져 준 작품들이다)
진정 바람직한 형태의 팬의 모습이 아닐까^^
또 최근에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보여준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들.
결국은 콘서트까지 보러 가기에 이르렀다^^
그간 보고 싶었던 공연들은 많았으나 늘 마음 뿐이었는데,
몰입은 과감한 실행을 부른다.
체육관 공연의 음향상태는 사실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의 성량을 다 담아내지 못했다고나 할까...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쟝르의 무대를 보여주며 또다른 가능성과 매력을 보여주었다.
가요와 팝, 힙합에 댄스까지^^
무엇보다도 두시간의 공연을 쉬지 않고, 20곡을 혼자 소화해 준 것은 참으로 고맙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게스트 단독 무대는 겨우 한 곡, 의상 갈아입는 정도의 시간 뿐.
더 이상의 앵콜을 요청하기엔 너무 미안할 지경이었다.
누구나 그렇긴 하지만, 최고의 열정은 최고의 매력이다.
나는 그가 크로스오버라는 음악적 선택을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다.
(그것은 물론 가창력에 대한 자신감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본인의 목소리나 분위기가 여러가지 색과 조화가 잘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전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거부감 없이 즐겨 듣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음원으로 출시된 곡들이 아닌 곡들은 순전히 팬들의 노력에 의해 수집된 파일들이기에
최상의 음질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본인만의 곡으로 채워진 음반이 너무 적다는 점! (10년차 가수치고는!)
공연에서 불렀던 곡들로 채워진 음반이나 혹은 음원파일이라도 만들어 주면
듣는 사람들이 훨씬 편안하게 들을텐데...
너무 공연 위주로만 활동한다는 점!
물론 어쩌면 그것이 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겠으나
보통 사람들의 삶이 여러모로 그렇게 여유롭진 못하다는 점......
지난 시절부터의 행적을 단시간에 섭렵하다보니 오히려 그의 변화가 한눈에 느껴진다고 할까.
어쨌든 그는 지금 자신의 음악 여정에서 최고의 순간에 와 있는 듯 보여진다.
자신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서, 그 경험이 더욱 깊은 음악적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만 지금부터는 음악 외적인 것들로 인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애정어린 우려가...
보고 싶었던 모짜르트를 한다고 한다.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한 사람의 음악에서 출발한 나의 문화적 여행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
내 감성의 모티브가 되어 준 그에게 감사한다. 진심으로...
마흔 즈음에서는 김광석이 그리웠었다.
그가 있어서 또다시 마흔 즈음을 노래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고맙게도 김종진, 전태관의 봄여름가을겨울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부르며 위로를 해 주었었다.
그리고 함께 나이먹어가며 내 노래를 불러줄 수 있는 친구같은 그들이 있음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한다는 것이 그리 자랑할 것은 못된다는
약간의 자기부정적 견해를 갖고있던 나에게 그들은
오랫동안 한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고마운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었다,
그러면서 삼십년 가깝게 한가지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아니 나의 일에게도 새삼스럽게 애정을 느꼈었다.
물론 임태경은 나보다 좀 젊은 친구지만 그역시 적지만은 않은 나이니까
앞으로도 더 깊어가는 나이만큼 깊어진 음악을 들려주길 바란다.
그의 음악적 행보에 관심이 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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