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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음악가

도착 - 박정현

by lucill-oz 2014.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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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기어코) 떠나가는 내 모습

저 멀리서 바라보는 너, 안녕

(나 이제) 깊은 잠을 자려 해

구름 속에 날 가둔 채 낯선 하늘에 닿을 때까지

낮, 밤, 눈동자색, 첫인사까지 모두 바뀌면

추억, 미련, 그리움은 흔한 이방인의 고향 얘기


잘 도착했어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반기지 않아

차창 밖 흩어지는 낯선 가로수

한번도 기댄 적 없는


잘 살 것 같아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위로하지 않아

눌러싼 가방 속 그 어디에도 넌 아마 없을 걸




잘 도착했어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반기지 않아

차창 밖 흩어지는 낯선 가로수

한번도 기댄 적 없는


잘 살 것 같아

제일 좋은 건



아무도 날 위로하지 않아

눌러싼 가방 속 그 짐 어디에도 난 아마 없을 걸


어쩌다 정말 가끔 어쩌다

네가 떠오르는 밤이 오면

잠을 든 이방인은 날개가 되어 어디든 가겠지

저멀리 저 멀리


오래 전이었다. 

선배형이 휴대폰으로 이 노래를 선물로 보내준 것이.

월간 윤종신 2012년 5월 곡이니 꽤나 오래 됐구나...

바빠서였는지, 아니면 좀 나중에...하다가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주 듣진 않았었는데

오늘 문득 휴대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차 안에서 무심히 들려오는 이 노래를 듣다가

점점... 가슴이 아련짐을 느꼈다.

이건 분명히 박정현의 목소리 탓일거야... 하면서도 서서히 나는 음악 안으로 젖어 들어갔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한 열번 가까이 들은 것 같다.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실은 매우 구체적인 표현이 좋다.

중간에 확 바뀌는 분위기도 좋고.

특히나, 낯선 곳에서 제일 좋은 것은 아무도 날 반기지 않고 위로하려 하는 이가 없다는 말이 정말 와 닿는다.

누군가의 위로도 간섭도 피하고 싶을 때가 누구나 있지 않은가.

그럴 때, 나를 온전히 혼자일 수 있게 만들어 줄 환경에 놓여진다면 훨씬 편안해 지지 않겠는가.

이렇게나 잔잔하면서도 은근히 심장을 물결치게 만들어주다니...


늦은 밤 책상 앞에 앉아서 또 듣는다.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어줄 먼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다.

나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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