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람후기/뮤지컬

뮤지컬 꽃신 - 20140906 성남

by lucill-oz 2014. 9. 9.
728x90

 

 

 

 

 

아마도 그녀와의 특별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쉬이 결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있는 의식의 소유자' 울 신랑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던 이 작품을^^,

 

봐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었면서도 시간 내기가 쉽진 않았었기에 가까운 곳에서 할 때는 다 놓치고 말았었다.

 

그러다가... 멀리서 날아오신, 뮤지컬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시다는 나의 블로그 친구이신 HOBO님께 

 

공연을 한 편 선물해 드리고 싶다는 마음과 더불어,

 

특별하면서도 우연한 인연으로 만난 그녀들, 

 

이 작품의 출연자인 고미숙 배우와 집필자인 옥경선 작가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 작품으로 이끌었다.

 

 

 

 

 

어머니 없이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순옥과 금옥.

순옥은 한 마을에서 자란 청년 윤재와 앞날을 약속하고, 

그녀의 아비는 소중한 딸에게 줄 예쁜 꽃신을 만들어 윤재에게 전한다.

그러나 순옥과 윤재의 혼례날, 윤재가 순옥에게 꽃신을 채 신겨 주기도 전에...  

간 남몰래 독립 운동을 주동해 왔던 윤재는 그만 일경에 잡혀가고 만다.

딸들이 안위를 걱정한 아버지는 멀리 친척들에게 딸들을 보내지만 

아버지가 걱정이 된 딸들은 몰래 집으로 돌아오다가 그만 발각이 되어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 곳에서 ...       

참혹한 일을 겪어내며 누군가는 정신을 놓아버리기도 하고 

누군가는 몸과 마음의 병을 얻고 허무하게 스러져 간다.

같은 여자로서 그녀들을  관리하던 하루코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스스로도 역겨움을 느낀다.

그러나, 패전으로 본국으로의 귀환을 서두르던 일본군은 그간의 만행에 대한 흔적을 지우고자

일본군인 하루코를 포함하여 모든 여자들을 죽이고자 한다.

이에 분노한 하루코는 자신의 상관인 일본 장교를 죽이고 몇몇 소녀들은 겨우 목숨을 건져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내나라에 돌아와서도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차마 밝히지 못했던 그녀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고통스럽고... 사람들은 그녀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순옥 역시 마찬가지로 이곳저곳을 떠돌다 엄마를 잃고 길거리에서 울고있던 어린 아이를 만나 자신의 딸로 삼는다.

국밥집을 하며 근근히 딸을 길러낸 순옥은 사랑에 빠진 딸을 보며 옛추억에 가슴아파하며

하루라도 빨리 좋은 시절을 누리게 해 주고 싶다.

자신은 그 날들이, 그 봄날이 영원히 지속되리라 생각하여 입맞춤도 못 해주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윤재가 고향으로 돌아와 순옥을 찾는다.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가 겨우 화를 피한 동생을 만난 윤재는 끝까지 그녀를 찾을 것을 맹세하고

우여곡절 끝에 순옥을 만난 윤재, 그러나 순옥은 거짓말로 그를 돌려 보내는데...

 

평생을 가슴 속에 묻고만 살아 온 모든 일들, 쏟지 못한 모든 말과 감정들...

그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응어리가 되어 그녀들을 괴롭힌다.

어린 동생을 두고 왔던 그 시절의 고통 속에 갖힌 혜순 역시...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아들의 고통...

그래서 아들은 어머니를 취재하러 오는 기자들이 달갑지 않다.

그러나 이젠 말해야겠다고, 그리고 잘못했다는 말을 들어야겠다고 절규하는 그녀들...

 

 

아픈 역사 속에서, 가장 여리고 예쁘고 가엾은, 그야말로 어린 꽃같은 소녀들에게 저지른 그들의 만행...

 

그러나 적에게 짖밟힌 그 고통보다도 더 나쁘고 아팠던 것은,

 

그 이후에 갈곳을 잃을 그녀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니었을까.

 

그 고통을 오롯이 혼자 품어 안고 삭이다가

 

마지막에 내뱉는 그녀, 순옥의 절규가 가슴을 후펴팠다.

 

싫다, 아니다, 안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의 고통과 상처는 잊지 않지만

 

내가 아닌, 그들의 더 큰 고통은 쉽게 잊는다.

 

그러나, 내가 잊으면 그들도 나의 고통을 잊고

 

같은 일은 언제고 반복된다.

 

역사 속의 아픈 상처를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고, 바른 역사를 배워야 하는 까닭이다.

 

 

비록 제작환경과 과정은 열악했을지 몰라도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들의 열정만큼은 뜨겁게 전해졌다.

 

작지 않은 무대를 화려한 장식이 아닌 그들의 에너지로 꽉 채워준 느낌이었다.

 

HOBO님도 그들이 "굉장히 열심히,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고 평을 해 주셨다.

 

더구나 순옥의 동생 금옥 역할의 고미숙 배우는 그날이 자신의 캐스팅 날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보러 와 준 우리를 위하여 기꺼이 앙상블로 무대에 서 주었다.

 

그녀의 늘씬한 키는 어디에 있어도 눈에 확 들어 오고~^^

 

게다가 배우할인이라는 특별한 서비스까지 받게 해 주시고... 

 

이런 사랑스런 배우 같으니라고^^ 

 

이런 특별한 대접을 받는 관객이 또 어디 있겠나 싶을 정도로 감동하고 행복했다. 

 

참, 그런데 커튼콜 촬영을 하려다가 저지를 당했다.

 

외국 라이센스 작품일 경우 촬영을 금지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커튼콜 역시 공연의 마무리라는 점에서 공연의 일부니까 금지한다면 물론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커튼콜 촬영은 충분히 자력적인 홍보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을텐데 싶어서 좀 아쉬웠다.

 

 

국가가 나서서 직접 만들었어야 할 이런 작품이

 

후원자가 마땅치 않아 펀딩을 통해서 모금된 돈으로 제작을 하고

 

전 배우와 스텝이 노 개런티로 만들었다니...

 

물론 국가간의 기류에 따라, 기업의 환경에 따라 대놓고 후원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이해한다고 쳐도,

 

문화적 후원을 꼭 드러난 광고 효과로만 이용하려는 의도가 들여다보여 기분은 나쁘다.

 

국가가, 가진 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었인가.

 

상처를 입은 제 나라의 국민을 위해서 보복은 아니더라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고, 이해해 주고 살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가진 것을 의미있게 사회와 나누는 것, 그게 진짜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내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모쪼록 이 공연은 계속, 매년 발전하고 진화해야 한다.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예쁜 꽃신의 기억을 남겨야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내려오는 길,

 

성남아트센타 화단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노란 배"가 따가운 햇살 아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728x90

'관람후기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 - 20140921  (0) 2014.09.21
살리에르 - 20140722  (0) 2014.09.15
블랙메리포핀스-20140816  (0) 2014.08.17
두 도시 이야기 - 20140706  (0) 2014.07.06
2014 뮤지컬 모차르트 ! - 20140629   (0) 2014.06.3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