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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공연 관련

[스크랩] <연구자료> 드라마터지 연구

by lucill-oz 201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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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터지 연구

 

                                                                    성 동 민

 


Ⅰ. 머리말


  1990년대 이후에 우리 나라에서 제작된 공연 가운데에는 드라마터지라는 직함을 가진 스탭이 참여한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점차 많은 극단이 제작물에 드라마터지를 참여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전체 제작 편수에 비해 볼 때 드라마터지를 포함하고 있는 제작편수는 많지 않으며, 젊은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이나 몇몇 중견 연출가의 작품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드라마터지의 개념과 역할이 다소 모호하게 인식되어 있다는 점과 드라마터지가 정착을 위해 부단히 생성중인 영역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터지는 우리에게 드라마투르기(dramaturgy)라는 용어로 더 익숙하다. 우리 연극계에 드라마터지가 소개된 것은 90년대 초 독일어권에서 공부한 학자들에 의해서였는데, 그 기원과 안정된 활동이 독일어권 연극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타당한 면이 있다. 이 글에서 드라마투르기 대신 드라마터l라는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다소 임의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연극계의 현실이 독일어권의 정부나 주가 보조하는 지역극장 구조라기보다는 상업적 환경 하에 있는 미국과 더 유사하다는 점과 기왕에 소개된 드라마투르기가 실제와는 달리 극작술 연구에 한정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혼란을 감수하고 드라마터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드라마터지에 대한 이해와 작업에의 적용이 확산되기를 기대하면서, 드라마터지의 개념과 역활을 다시 한번 짚어보고자 한다.



Ⅱ. 드라마터지의 개념과 역사

  드라마터지는 그리스어 ‘드라마, 즉 행동(drame)’이라는 어근에 ‘만드는 과정이나 기술(-urgy)'이라는 접미사가 붙어 생겨난 말로, 사전적 의미는 ‘극적인 구성에 관한 기능이나 기술’이다. 또한 드라마터지를 수행하는 사람인 드라마터그(dramaturg)는 ‘극작가’라는 뜻을 지닌다. 모든 용어가 그렇듯이 드라마터지 역시 시대에 따라 개념의 변화를 겪는다. 드라마와 희곡이 동의어로 받아들여졌던 시대에 드라마터지는 극작과 극작술로 이해되나, 드라마를 연극으로 이해하게 되면 드라마터지는 희곡을 포함해 공연 전체를 만드는 극구성 기술로 인식된다. 특히 20세기에 들어서 연극은 희곡이 연극공연에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든지간에 연출가라는 자신의 작가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작가 개념의 변화는 희곡과 공연 사이에 긴장된 역학 관계를 만들며, 두 요소 간의 변증법적 국면이 열림에 따라 드라마터지가 부상하게 되었다.

  그러나 드라마터지는 그 이름을 부여받기 전부터 텍스트의 해석자, 편집자로서 존재해 왔기 때문에 무대 연출의 역사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터지라는 전문 직업의 시조는 1767년 함부르그 국립극장의 상주 비평가로 활동한 레싱(G.E. Lessing)이다. 함부르그 국립극장에 재직한 동안 레싱은 연극 에세이 모음집인 『함부르그 드라마터지』를 썼는데, 이것은 후에 드라마터지라는 용어와 실제 역할을 대중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레싱 이후 독일에서는 드라마터지에 관한 다른 책들이 연이어 간행되었고, 드라마터그의 활동와 신작 희곡의 발굴 작업이 증대되었다.

  계몽주의자였던 레싱은 극장측이 극장의 선전원으로서 활동하기를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자신을 대중 교육가로 여기고 비평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당시의 연극 풍토를 비판했는데, 관객의 저급한 취향, 배우의 연기기술과 그들의 허영심, 프랑스 애호주의가 비판의 주요한 대상이었다. 그는 프랑스의 신고전주의가 고대 그리이스 희곡을 잘못 이해하고 있음을 논박하고, 셰익스피어, 디드로, 고대 그리이스 연극, 부르조아 희곡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운영 감독이었던 뢰벤과 함께 국립극장을 독일 최초의 레퍼토리 극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했고, 관객의 교육과 자국 희곡의 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비록 재임 기간(2년)이 짧았고 실제로 극장에 미친 영향은 적었을지라도 이후의 비평과 드라마터지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레싱 이후의 독일어권 연극은 드라마터지에 대한 풍부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터지의 영역이 사실상의 자기위상을 확립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피스카토르 같은 선구적인 연출가는 훌륭한 드라마터그들을 자신의 작업에 고용했으며, 극작가로서 브레히트는 평생에 걸쳐 드라마터그들과 작업했다. 브레이트가 베를린 앙상블에 조직한 드라마터지 사무실은 공동창작 작업의 한 전형이 되었다. 그 사무실에 결집한 드라마터그, 연출가, 극작가들은 작품을 해석하고, 선택된 레퍼토리에 부합될 만한 여러 가지 업무들을 수행해 나갔다. 이들이 작성한 자세한 작업일지는 브레이트의 작업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정보로 출판되어 보급되고 있다.

  브레이트의 드라마터지가 독일어권 연극에 미친 영향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점은 드라마터그의 활동 영역을 대본 독회 사무실로부터 연습실로 이동시킨데 있다. 브레이트 전에 드라마터그는 극작가가 아닌 이상 실제적인 무대경험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브레이트 이후 드라마터그는 대본을 해석하고 개작하면서 연출가를 돕기 위해 연습에 참가함으로써 제작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한편 독일등 유럽에서 드라마터지 작업이 활발할 수 있는 중요한 한 가지 요인은 주 정부 지원의 지역 극단 활동이다. 이는 재정적 안전과 더불어 연극이 그 지역 사회에 차지하는 교육적, 문화적 기능을 암시한다.

  드라마터지가 문예감독, 문학조언자 등의 이름으로 미국에 알려진 것은 1960년대 들어서이다. 드라마터지가 이렇게 늦게 미국에 정착된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지역 극단, 비영리 극단의 발전이 늦은 때문이기도 하다.


  상업연극이 주도하던 미국에서 지역 극단의 태동과 자국 희곡의 레퍼토리를 개발하려는 60년대의 연극운동은 18세기 레싱의 활동에서 영감을 얻어 적극적으로 드라마터지의 개념을 수입했다. 이로써 새로운 희곡을 개발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연극을 하려는,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극장에 드라마터지가 도입되었다.

  드라마터지를 수행하는 사람을 드라마터그(dramaturg)라고 한다. 드라마터그의 시조인 레싱은 함부르그 국립극장 재임 당시 극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비평가, 교육자, 신작 희곡의 발굴자, 극장의 예술감독으로서 극장의 제반 운영과 제작과정 전반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레싱의 목표는 연극의 예술적 이상을 고양하는 것이었고 그에 따라 레파토리의 선정, 배우술과 극작술에 대한 언급, 관객에 대한 교육, 새로운 희곡의 개발, 당대 연극 문화에 대한 비판 등을 망라한 활동을 시도했다. 레싱 이후 드라마터지는 오늘날의 예술감독의 역할을 포함하는데, 이는 각 시대에 연극 예술의 이상을 견지하려는 소임이 그 활동의 핵심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60년대에 비영리직업극단, 지역 극단의 활성화와 신작 희곡개발 운동의 흐름을 타고 드라마터지라는 개념이 수입되어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Ⅲ. 작업의 실제

  드라마터지의 작업은 극장이나 영속하는 단체의 경우와 개별적인 제작물의 경우로 나뉘어진다. 전자는 지역 극장이나 비영리극단의 조직 내의 활동을 말하며, 후자는 각 개별 제작물에 참가하여 드라마터지를 담당하는 일을 말한다.

  극장에 상주하는 드라마터그의 역할은 예술감독을 보좌하는 것이다. 극장의 레퍼토리 선정, 극장이 추구하는 예술적 이상의 보호, 관객의 교육 및 개발, 신작 희곡의 발굴 및 출판, 연극제의 기획 등이 그의 역할이다. 이는 극장이나 극단이 존재하는 이유와 관련된 것으로, 자신이 속한 지역 사회에 연극의 기능을 모색하고 가장 바람직한 활동방향을 찾아나가는 노력을 의미한다. 드라마터그를 고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극장은 정부 지원이거나 비영리 극단인데, 이들은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관객들이 좀체로 접하기 어려운 고전극이나, 제작비의 규모 때문에 일반 극단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작품, 또는 실험적인 연극을 제작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부 보조금이나기타 후원금을 계속 받고 비영리극단으로서 재정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극장의 활동이 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문화적․교육적 기능과 예술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검증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드라마터지의 작업은 연극 자체의 이상과 예술성 뿐만 아니라 연극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 양자에 걸친 것이다.

  한편 독립된 제작물 단위의 드라마터지는 제작(프로덕션) 드라마터지라 불린다. 극장의 드라마터지가 레퍼토리 전체를 통괄하고 많은 희곡을 검토하는 일에 주력한다면, 제작 드라마터지는 각각의 제작물에 투입되어 희곡연구에서 공연에 이르기까지 내부의 비평가로서 일하게 된다. 각 제작물이 극장의 예술적 이상을 견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때 드라마터그의 역할은 다음의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


  첫째, 공연대본을 준비하는 일 둘째, 연습기간에 참가하여 내부의 비평가 역할을 담당하는 일 셋째, 관객을 위한 작업이다. 현재 우리 연극계에서 통용하는 드라마터지는 대부분 제작 드라마터지이기 때문에 제작 드라마터지의 역할을 살펴보겠다.

  제작 드라마터그는 내부의 비평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작 과정에 객관적 시각을 제공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여기에는 작품 연구와 해석, 대본의 편집이 포함된다. 제작물에 드라마터그가 필요한 이유는 현실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연출가에게 걸린 과부하를 효율적으로 나눠 갖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제작과정 내에 비평적 시각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든 연출가에게 드라마터지의 능력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연출가가 드라마터지를 수행해 왔으며, 효과적으로 무대화된 경우가 많다. 이런 작업방식에는 연출가가 전지전능하다는 가정이 바탕에 깔려 있다. 연출가의 드라마터지 능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터그가 필요한 이유는 연출가에게 부과된 거대해진 책임을 효율적으로 나눠 갖고, 연출가의 또 다른 자아로서 작품의 해석과 현실화에 조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지에서 작품당 계약 고용되는 연출가는 이삼 개월 내에 작품을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 잘 알고 있던 작품이 아닌 한, 혼자서 충분한 연구와 해석을 해 나날 여건이 되지 않는다. 이때 드라마터그는 풍부한 극문학 지식과 경험으로 해석의 지평을 확대함으로써 연출가의 작업 동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전문 제작자나 전문 기획자가 거의 없는 여건인데다 국립, 시립 등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업 극단인 상황에서 연출가의 책임 영역이 제작에까지 이르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책임이 연출가에게 부과되어 있다. 따라서 작품의 내․외적인 현안을 함께 토의하고 역할을 나눠 갖는 것은 연출가를 조력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일이 된다.

  또한 공연이 관객과 만날 때는 이미 제작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연 후의 비평은 원칙적으로 공연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드라마터그는 연습 기간 중에 비평적 관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므로 비평 행위를 제작 과정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제작 과정에 연구와 실천, 비평과 창작이 생산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 드라마터그가 작품 해석과 연습과정에 대표 관객으로서 비평의 역할을 한다고 해서 연출가의 영역이 축소되거나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각 단계의 바람직한 작업은 다음과 같다.


1. 공연대본의 완성

  공연대본 완성까지의 작업이 제작 드라마터지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라 불리는 사전 작업은 이상적으로는 배우와 스탭진들이 연습에 들어가지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제작자와 연출가의 제작개념과 목표를 공유하고 난 후, 드라마터그는 공연을 위해 선택한 희곡을 연구한다. 여기에는 희곡의 분석과 작가 연구, 또 참고할만한 이전 제작물의 연구가 포함된다. 여러 차례 공연된 작품의 경우, 이전 제작물의 연구가 필수적인데 이런 사전 연구 작업은 이후 연출가가 공연 개념을 결정하고 명료화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외국 작품일 경우, 드라마터그는 번역을 하거나 번역을 의뢰하여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번역 대본을 만든다. 번역 작가가 연습에 참가하여 공연 대본을 만드는 일에 참가해야 하나 여의치 않다면 그 일은 드라마터그의 몫이 된다. 신작 희곡의 경우라면 작가가 연습과정에 참가하도록 유도한다. 드라마터그는 작가와 함께 대본의 장점과 취약점을 논의하며, 연출가의 의도와 제작환경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한다. 이때 대본에 관한 최종 결정은 작가의 몫이다.

  드라마터그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 가능한 모든 자료를 찾아 연구하고 연출가 및 디자이너들에게 제공한다. 그가 찾은 자료는 희곡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영감과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포함된다. 문자 언어로 된 자료 이외에 드라마터그는 시․청각적 자료를 찾고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음, 연출가의 개념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공연 대본을 완성하는 일에 착수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번안이 될 수도 있고, 연출가가 선택한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시 씌어질 수도 있다. 혹은 원작에 거의 손을 대지 않을 수도 있다. 공연 대본을 만드는 과정은 많은 질문과 토의를 통해 진행되며, 공연할 극장과 배우를 포함한 기타 제작 여건 등이 고려된다. 만일 신작 희곡이라면 작가가 이 과정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해진 대본 없이 몇 가지 개념에 기초해 즉흥이나 기타 방법으로 공연 대본을 만들어가는 경우 역시 연출가의 동료로서 드라마터그는 질문을 통해 개념을 명료화하도록 돕고 대본을 정리한다. 희곡의 종류가 무엇이든 드라마터그는 공연 대본을 연습 초기 단계에 완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공연 대본을 완성하는 일과 함께 드라마터그는 배우과 스탭을 위한 자료를 마련하도록 하는데, 이 자료들은 희곡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연출가의 작품 개념에 관한 것이다. 또한 연출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배우, 스탭진과 함께 하는 작품 분석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2. 연습과정의 내부 비평

  연출가의 개념이 연습 과정에서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작동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등을 검토하고 발견하는 일이다. 드라마터그는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매일 연습장에 참가하는 것을 피할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분위기를 모르면 곤란하다. 또한 자신의 비평적 안목에 근거해 문제점을 지적만 하는 태도를 보여서도 안 된다. 드라마터그는 국외자인 동시에 참가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제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해결할 방도를 함께 강구해야 한다. 또한 배우들이나 연출가의 감정을 다치게 하거나 해답을 제시하는 듯한 태도는 지양하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좋은 작업방식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연습중에 자연스럽게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연출가에게 메모를 전해주는 것도 방법의 하나이다. 연습 과정의 내부 비평은 1단계의 자료 제공과 연구 및 공연 대본 완성 못지 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작업이야말로 실제와 비평이 불러일으키는 장이기 때문이다.


3.관객을 위한 작업

  관객이 만나는 것은 공연이다. 드라마터그는 관객이 공연과 만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기획 단계의 작품 소개문이라든가 광고 전단의 문구를 작성하는 일도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에 실릴 글들을 선정하고 관객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객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공연에 부수되는 워크샵 등을 준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터그는 제작 초기단계부터 공연 때까지의 제작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와 같은 태도로 비평적으로 기술하도록 한다. 제작 기록은 비평가에 의한 공연 비평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제작 기록은 전 제작 과정의 윤곽을 담아야 하는데, 희곡의 선택으로부터 다양한 연구, 개념의 도출과 공연 대본의 완성연습, 연습 과정상의 어려움과 해결, 공연의 성과와 공연평 등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는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미학적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가, 혹은 미해결로 남은 문제는 무엇인가 등을 포함함으로써 이후의 제작물에 실제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록이야말로 연극사 기술을 위한 유용한 자료가 될 수있다. 드라마터그는 직함이 아니라 기능으로서 평가되어야 하며, 드라마터그로 일하기 위해서는 “비평 능력과 글쓰기 능력, 극문학 외에 연극사와 연극 제작 실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 번역할 수 있는 능력, 희곡의 그 논리나 극적, 연극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고 요약할있는 능력, 공동 작업의 태도와 경험, 기록 능력, 연습장에서 적절한 예의를 갖출 조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적 이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드라마터그의 일은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라 협동적 창조의 한 부분이며 미래의 연출가, 예술감독, 극작가, 비평가를 훈련시키는 원천이기도 하다. 사실상 극작과 연출, 드라마터지는 상당한 호환성을 갖고 있으며, 제작물에 따라서는 연출가나 작가가 드라마터그로 참여하여 작품에 기여할 수 있다.


Ⅳ. 전망과 기대

  드라마터지는 그 출발이 드라마, 즉 극문학에 있는 만큼 그 역할이 극문학과 관련된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드라마터지는 극문학의 이해와 극작술의 연구로 시작하여 번역, 번안, 개작 등 공연 대본을 만드는 일을 말한다. 희곡 창작을 독려하고 지도하는 일은 드라마터지의 연장선에 있는 일이다.

  드라마터지는 희곡과 연극을 잇는 다리이자 연극과 관객을 잇는 다리이다. 이때 드라마터그는 연출자의 독단적인 전횡에 맞서 희곡의 가치를 보호하는 한편, 희곡이 특정한 시․공간에서 충분히 꽃 필 수 있도록 모든 국면을 연구하는 일을 한다.

  넓은 의미에서 드라마터지는 드라마(연극)를 만드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연극 행위는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대 사회적인 성격을 지니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 안에서 연극의 가치와 위상을 제고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레싱과 그 후계자들의 관심사와 실천의 핵심도 이 점에 있다.


  드라마터지에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새로운 작업을 창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날 여기서 왜, 어떻게 연극을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서이다.

  외국에서 생성된 개념이나 직업을 국내에 적용시킬 때는 언제나 자국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존재하는 지역 극단이나 정부 지원의 극장에서는 극장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정체성이 분명한 레퍼토리를 개발함에 있어 드라마터지의 개념을 적극 도입해 볼 만하다. 예술 감독과 드라마터그들은 지역 사회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 극장이 지역 문화의 한 중심으로서 예술적, 교육적 가치를 생산하는 일에 여러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록 상업 극단이지만 이념적으로는 비영리극단인 대다수의 극단들은 제작물에 드라마터지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많은 질문을 통해 연극의 예술적, 사회적 이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연극계는 현장 예술가와 비평가, 학자 등의 인력들이 충분할 정도로 배출되고 있다. 이러한 인력들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장으로서 드라마터지가 제안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극문학, 이론, 비평을 공부한 사람들이 제작 과정에 참여하여 내부의 연구자, 비평가로서 기여한다면, 이야말로 생산적 학문, 생산적 비평이 되리라 본다.

  끊임없는 질문들이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 갈 때 각기 나름의 답이 찾아질 것이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등장할 것이다. 질문은 답을 암시하고 길을 열어간다. 드라마터지는 현재 솟아나는 질문들과 같이 생성중인 역할이다. 그 역할이 제 몫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드라마터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하는 질문과 해답의 능력에 달린 일이 될 것이다.


Ⅴ. 맺음말


  위에 소개한 드라마터지는 일반적인 내용인 동시에 이상적인 것이다. 현재까지는 드라마터지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드라마터지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드라마터그가 다양한 연극 현장의 경험과 극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 인화의 능력, 비평적 글쓰기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하며 또한 작업 참가자들의 이해와 요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 독일의 위대한 극작가이자 연출가, 드라마터그였던 하이너 뮐러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아직까지 나는, 드라마터지란 새로운 희곡을 창작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뛰어난 연출가와 대하고 작업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배워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드라마터그가 연출가, 극작가 그리고 배우들과의 회합을 통해 극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는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들이 연극 교육, 저술, 정치적인 실력 행사를 통해 극장 밖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드라마터지의 영역을 삶 그것 자체의 범위만큼 확대시켜 보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드라마터그는 하나의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시민이기도 하다.”


  드라마터지는 정체되고 낡은 연극을 배경으로 출생했고,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흐름은 연극 예술 자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연극의 역할과 위상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 땅에서 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우리 식의 드라마터지라는 직업과 역할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기능이며, 그 다음은 헌신의 문제이라고 본다.

출처 : 시나리오 아카데미
글쓴이 : 청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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