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물관 앞길을 지나다닌지가 몇 년인데, 이번 가을에야 처음 가봤다.
이 길은 늘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샛길이었으니까.
바로 옆에는, 추사가 말년을 보낸 소박한 별장인 <과지초당>이 있다.
처음엔 이 과지초당만 공개되어 있었다. 어렴풋이, 그냥 생가터라고 알고 있었다.
2013년 개관. 1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상설 전시관과 기획 전시실이 있는데 전시준비기간이라 상설전시실만 보고 왔다.
<2층 전시실>
추사의 글씨에 대한, 또 그의 예술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을 한 것은 당대를 함께한 벗들이 아닐까.
"추사의 예서나 해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괴기한 문자라 할 것이요,
알긴 알아도 대충 아는 자들은 황홀하여 그 실마리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 글씨의 묘를 깨달은 서예가는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법도에 구속받지 않는 법이다.
글자의 획이 혹은 살지고 혹은 가늘며 혹은 메마르고 기름지면서 험악하고 괴이하여
얼핏 보면 옆으로 삐쳐 나가고 종횡으로 비비고 바른 것 같으나 거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이 기가 막힌 표현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추사의 글씨만큼이나 나를 사로잡은 글이다.
또한 " 추사의 재능은 감상이 가장 뛰어나고 글씨가 그 다음이며 시문이 또 그 다음이다"라는
한 줄 또한 긴 말이 필요없이 추사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나타내 주는 문장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주고, 역시나 그만한 학예의 깊이가 있는 벗들과 교류하며
예술과 학문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즐거움이 얼마나 컷을까.
생각하니, 좀 부럽기도 하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중국 연행을 따라 가 대학자와 교류하고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영향으로 고증학과 금석학이라는 매력적인 학문을 하였다.
여러 뛰어난 벗들과 교류하였고, 집안도 좋았다.
추사는 글씨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놓은, 예술적 감각이 매우 뛰어난 학자였다.
가진 재주와 능력이 출중한데다 노력 또한 뛰어났다. 기본에 충실한 노력.
매우.... 세련되고, 매력적인 학자이자 예술가.
추사 덕후들도 많이 있을 것 같다. 나도 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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