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름이지만, 너무나 오랫만이라 그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던 그 가수 한대수씨가 TV에 나왔다.
젊은 시절, 그의 음악에 심취해보지 않은 지금의 중년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당시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가졌었던, 그리고 너무나 자유로운 이미지의 그가,
몇 십년 만에 60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월의 흔적을 누군들 비껴갈 수 있을까마는
사실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은 그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삶이었다.
그는 담담히, 아니 해학적인 모습으로 지난 날들과 그리고 지금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하였다.
정말 놀라웁게도 그는 20년 아래의 부인과 이제 3살난 딸을 두고 있는 생활인이 되어 있었다.
생계를 위하여 직장엘 나가고, 퇴근하여 집에 돌아오며 어린이집에서 어린 딸을 데려오는 일이며,
장을 봐서 저녁을 짓는 일까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여느 워킹맘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는 그 모습은,
건강도 좋지 않은 이제 노인의 나이가 된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 버거워보였다.
그는, 아니 그 부부는 어떻게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을까...
자신과 부인의 건강이 모두 좋지 않다면서, 둘만 자유로이 살았어도 넉넉지는 않아 보였건만
대체 그들은 무슨 맘으로 아이를 선택했을까?
아, 자유인에게도 한점 혈육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걸까.
안타깝게도 그는 심장이 좋지 않다고 했다.
딸아이가 10살이 될 때 까지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모습은 뭐랄까...
웬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기보다,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서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마지막을 맞을 준비를 하며 보내고 있는 듯한
한편으론 성스럽기까지 한 모습으로 느껴졌다.
뭐, 그의 모습을 안타까워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낳게 했다.
자유로우며 철학적인 음악으로 젊은 시절을 사로잡았던 그이의 영혼이 아직도 자유로울 수 있을지...
물론 나는 최근 그의 음악을 들어 보진 못했다.
그러나 TV속 화면에서 언뜻 본 그 모습이나 그 음성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 보였다.
예술가의 창작의 결과물을 보고 만족해하며, 그가 그런 삶을 살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자유로운 영혼은 고독하더라도 끝까지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은 사실일 터이다.
그의 영혼이 생활의 무게에 눌려 혹시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쩌면 그들 나름의 그 생활에서 그 나름의 행복이 그의 철학을 더욱 깊어지게 하여
더 깊은 영혼의 울림을 낼 수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다만 상처없이 나오는 감동은 없다는 사실이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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