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을 마치 한자로 표기한 듯한 이름 "함익"
(그리고 역시 오필리어를 연상시키는 이름 "오필형")
햄릿으로 태어났지만 쥴리엣의 고민과 비애를 안고 사는 여자.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시킨 한국 여성 버전의 햄릿이다.
이 시대에 왜 하필 햄릿인가?
이 진부하기 그지없는, 오로지 세익스피어의 명성에 힘입어 그 이름만이 미이라처럼 남은 햄릿 말이다.
그러나 작가는 정연우라는 캐릭터의 입을 빌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각자의 무게로 각자가 갖고 있는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들을 돌아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대를 막론하고 살아가는 누구나가 햄릿이라는 것이다.
극중의 학생들이 햄릿에 대해, 세익스피어에 대해 씹어대는 말들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을 것이다.
나역시 얼마전 본 다른 버전의 햄릿들을 상기하며 동의했었으니까.
그러나 고전의 기준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이야기인가,
오늘날 나에게 대입해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인가의 여부이다.
그런 의미에서 햄릿이라는 작품은 그 자체로 고전이라는 것을 비로소 인정하게 된다.
배우 윤나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깊은 슬픔과 분노 속에 스스로를 가둔 여자 함익의 내면이
저도 모르게 열릴 수 있을 만큼 매력적으로 표현된 정연우의 캐릭터였다.
지금껏 보았던 윤나무의 어떤 작품보다도 좋았다는 느낌이다.
좋은 선택,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 고민을 한다는 것!
고민은 고민하는 일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세익스피어의 현란한 언어는 아니었지만
좋은 관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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