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1일 낮공연
영화가 너무 좋아서, 그 스케일과 감동이 그에 미치지 못해서 실망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을 빼고
솔이와 수근이랑만 봤다^^. 뭐, 그럴 수야 있지...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극 초반부터 꾸준히 몰입을 방해하는 관객들 덕분에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뭐, 이해할 수도 있다. 혹시, 내용을 모르고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좀 지루할 수도 있겠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극이 시작된 이후에도 꾸준히 입장하는 관객들은 좀 더 미안한 자세를 취했어야 했다.
적어도 이게 십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하고서야 볼 수 있는 값비싼 선택이었다는 사실만 상기했더라면...
아예 대놓고 휴대폰 통화를 하거나 문자 확인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저기서 눈을 어지럽히는 불빛들...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대는 어린아이와 함께 온 엄마는 결국 1막 도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고...아, 정말 이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판틴(조정은)은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연기와 노래를 들려주었다.
I dreamed a dreamd은 원래 나오는 대목보다 좀 앞에서 나온다.
판틴은 이 길고 복잡한 얘기의 모티브를 던져주는 인물인데 너무 일찍 퇴장하게 되는 것이 매우 아쉽다.
쟈베르(문종원)의 카리스마는 너무나도 멋졌다.
아니, 쟈베르가 이렇게 섹시하고 멋있어도 되는건가?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려고 솔양의 오페라글라스를 잠깐 빌렸는데, 헉!!
자베르의 마지막 장면인 다리에서 투신하는 장면을 어떻게 풀었을까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난간을 위로 올리는 기법으로 연출,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박수!!!!!!
드디어 쟝발쟝으로 만난 정성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 예견했던 나였다.
개그도 하고, 연기도 하는데, 저음의 목소리가 일품인데다가 노래도 잘 하는 그가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쟝르가 바로 뮤지컬이 아니겠는가.
워낙에 나오는 씬도 많고 출연횟수도 많아서인지 모든 곡이 완벽하진 못했지만
바리케이트에서 부르는 bring him home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주중공연에선 물론 얼터가 있긴 하지만 주말 등 주요 공연은 거의 원캐스트인데
정말 힘들겠다...싶다.
그리고 어린 아가들..
어린 코제트도 물론 잘 했지만 가브로쉬(이준서)의 노래와 연기는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매우 칭찬해 주고 싶다.
영화에서도 가브로쉬가 죽는 장면이 아마 제일 감정이 고조된 씬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무대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어린이다.
앙졸라의 김우형은 처음 만나지만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의 연기와 힘있는 노래 덕분에 앙졸라가 더욱 멋있게 부각되어 보였다.
에포닌(박지연)...솔이와 내가 공개된 동영상을 보며 걱정했던 부분이 뭐냐하면
on my own을 부르는 대목에서의 표정연기였다.
표정은 웃고 있는 듯 보이지만 눈빛은 울고 있는... 애절하고 가슴아픈 분위기가 나와야 하는데
어쩐지 노래는 슬픈데 얼굴이 온통 다 해맑게 웃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멀리서 봐서 그런가, 우려했던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코제트(이지수)는 깜짝 놀랄 정도로 잘했다. 신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추가 오디션까지 해서 어렵게 발탁했다더니 그럴만 했군.
마리우스의 조상웅는 뭐랄까,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기 보다는
그 분위기가 잘 어울렸다고 기억되는 배우다.
혁명과 사랑사이에서 갈등하는, 앙졸라 같은 강인함이 아니라 아직은 좀 덜 여문 듯한
풋풋함이랄까, 뭐 그런...
아, 그리고 떼나르디에 부부 (임춘길, 박준면) !!
이 작품에 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아마 누구라도 그 무게감과 지루함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악인 중의 악인의 캐릭터이면서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그들!
장발장의 고비마다 사건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들에게 감사를!!
이 작품의 원작은 매우 길다.
아직도 난 이 원작의 반도 읽지 못한 상태다.
긴 얘기를 무대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고... 흐름을 놓칠 수도 있고...
그래서 아주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래도 사실 길긴 하다.
원작까진 아니어도 최근 개봉했었던 영화라도 보고나서 본 사람들이라며 몰라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긴 좀 쉽진 않겠다 싶었다.
그런 작품을 엄청난 관크상태에서 보다보니
사실 감동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고 제대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원작 정독으로 해소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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