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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먼 그대 - 20150629

by lucill-oz 2015.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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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석화의 모노 드라마라는 광고와 함께 '먼 그대'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소설을 꽤 오래 전에 읽었었다는 기억이 났다.

그것이 이 작품이 이상문학상을 받은 그 무렵, 그러니까 내가 갓 20대가 되었을 즈음이었는지

아니면 한참이 지난 삼십대 초반쯤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번 읽은 책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이긴 하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문자에게 몹시 화가 나고 답답했었다는 것이다. 내가 마치 그녀의 이모라도 되는 양.

왜 이 여자는 그 거지같은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그렇게 학대하는가.

나는 분명 그녀에게 이입하지 못했었다. 아니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나의 그러한 몰이해가 혹시 내 나이가 어려서, 내가 충분히 살아보지 않아서였는가 싶기도 해서

내가 이 이야기를 언제 읽었었는지를 먼저 더듬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소설이 모노 드라마라는 형식으로 만들어질 만한, 그러기에 적합한 작품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배우 윤석화.

이제는 원로소릴 들을만큼 노배우가 된, 아니 이제는 연기보다는 연출이나 제작일을 더 많이 하는 

그녀의 연기를 직접, 그것도 소극장 무대에서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직접 연출한 모노드라마, 간결한 무대, 오직 콘트라베이스의 선률에 의지해 보여지는 오롯한 그녀의 무대.

참으로 배우로서,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여전한 미모도, 유연한 몸도, 살짝 떨리는 듯한 음성도, 무엇보다도 배우로서의 감성이.

그녀의 오랜 팬들인 듯한 느낌의, 그녀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인들이 많이 보였다.


주인공 문자의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다를 바 없이 한숨이 났다.

아니, 입체적으로 직접 들으니 더 화가 났다. 낙타는 무슨 개뿔...

그러나 내가 달라진 것은, 화는 나지만...

그런 마음으로 버티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동조하고 싶진 않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그러기 위해, 버티기 위한 저마다의 방식이 있으니까...

아니, 그것을 넘어서 묘한 쾌감마저 불러 일으키는 그녀의 오기가 느껴지니까

갑자기 그녀가 크게 느껴졌다.

삶의 굴레란 인간의 의지만으로 그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법.

그녀는 그녀 삶의 멍에같은 존재인 한수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을 일부러 더 정갈하게 하려는 듯이 보였다.

저녁술도 뜨지 않을 채 돈봉투만 챙겨서, 달아나듯 가버릴 그를 위해

그가 신발을 신기 편하도록 조금 벌려서 놔 주었다는 대목은 그 절정이다. 

그것은 정말, 마치 신에게 정성을 다 하는 듯한 모습이다.

비로소, 구도의 길을 걷듯...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


역시 그 땐 내가 덜 살아서였었나보다...^^

때론 내게도 사막이 펼쳐질 때가 있었고... 스스로 노력하여, 없는 낙타를 잉태라도 해야할 것 같은 

무언가에라도 마음을 매어놓아야만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난 도를 닦아.. 속세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사는 것이 바로 구도의 길이야...

라고 뇌이며 버텨온 시간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비로소 문자, 그녀와 악수할 수 있었다.

그녀를 한 번 안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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