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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프라이드-20150814

by lucill-oz 201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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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극 프라이드가 다시 올라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프리뷰 관람.



좋아하는 배우지만 무대에서는 처음 보는 배수빈 필립.

완고하고 보수적인 50년대의 필립과 이미지가 잘 맞는 느낌이다.

이상하게 자주 보게되는 정동화 올리브는 역시 현대의 애교넘치는 이미지에 잘 어울렸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던 임강희 실비아.

그리고 좀 약해 보였던 이원 멀티남.

아직은 프리뷰라 그런지 좀 더 올라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프라이드는 동성애 코드가 들어간 다른 작품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다.

원작자 알렉시 켐벨 역시 동성애자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극중 필립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부정하려고 애쓰는 장면과

반대로 올리브가 필립을 만나면서 비로소 확실하게 스스로를 자각하게 되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으로 섬세하게 드러난다.

마치 경험자만이 해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처럼.

그래서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고 그들의 관계가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뭐, 생각해 보면 ...

마음이 통하고 눈빛이 마주치는데 있어서 그 대상이 꼭 이성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러니다. 

다만, 이성간에 있어서도 그 관계가 오로지 육체적인 탐닉에 국한된다면 그 가슴이 채워지겠는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면 

그리고 그것이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면 당연히 그들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생각해 보면...

누구나 남과 같지 않은 점 하나쯤은 갖고 있을 거라는 거다.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 말이다.

이를테면 나이 먹도록 결혼하지 않았다던가, 절대로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라던가,

정규 학습을 받지 않았다던가, 강력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던가... 어떤 류의 경우라도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경우에 내가 해당되지 않으면 마음놓고 그들을 비난한다. 아주 쉽게.

그러나 그 범주에 내가 해당된다면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변호하려 할 것이다.

다 각자가 처한 입장의 차이일 뿐이지 근본적으로 다를 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 내가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듯이

내가 잘 몰랐던, 이해를 원하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작품은 내게 있어서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그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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