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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tory/My Story

무제

by lucill-oz 201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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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뜨면 새로운 사람으로 새로이 태어나는 하루.

어제는 버스 운전사로, 오늘은 포장마차 주인으로, 내일은 회사원으로, 모래는 화가로, 또 그 다음 날은 또 다른 사람으로.....

그래도 자연스레 연결되는 어제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

나는 평생을, 매일 다른 일을 하고, 매일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매일 다른 상황을 산다.

그래도 하루가 끝나는 시간, 잠자리에서 눈을 감는 나는, 같은 생각을 한다.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사는 건 똑같다.

 

2.

각자, 극한 상황에서, 수중에 아주 적은, 최소한의, 아껴 살아도 단 며칠간 밖에 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여러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지금 당장 마땅히 일을 할 수도 없다면...

누군가는 내일을 걱정하며 아껴아껴가며 안 먹고, 안 쓰고, 극도의 절약을 해서 하루라도 더 연명하려 할 것이다.

누군가는 어차피 맘먹으면 하루 끼니꺼리밖에 안되는 돈이니 그냥 마지막까지 충분히 먹고 일찍 죽자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매일 매일이 하나의 제한된 극한상황이 아니던가,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누가 어떻게 사는 문제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 것이다.

어떤 맘으로 사는가... 그의 의도가 나와 맞지 않는다 해서 그를 비난할 것이 아니다.

'나 같으면 그런 상황이면 이렇게 하겠어!!' 라고 호기있게 말하지 말라.

내가 그 상황이 되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 지는 나자신도 모르는 법이다... 적어도 경험상,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가 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넘어가면 될 문제이지, 내가 나서서 비난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도 내가 모르는 잠재된 모습이 있게 마련이다.

아마, 평생 죽을 때까지 만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여러가지 모습이.

그도, 그런 맘으로 바라볼 일이다...

 

3.

그녀, 예배당의 헌금함에 가진 돈을 전부 다 넣은 그 여인.

집에 남은 마지막 밀가루로 만든 빵을 나그네에게 베푼 그녀도...

어떤 마음이었을까? 아직까지 나는 그러지 못하는데...

나를 생각해 보면 그녀들은... 뭔가 놔버린...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슴이 저리다.

그것을 그저 신앙적으로 해석하여, 그것봐라, 다 내려 놓으니 다시 채워주시지 않더냐..

하고 담대히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남의 일이라 해서 말이다.

물론 그런 사례들을 신앙체험이라는 주제로 많이 얘기들은 하지만 말이다.

자기 얘기라면, 내 가족의 경우라면, '정신나간 것 같으니... 제 앞가림이나 잘 할 것이지'라고 분명히 말 할 것이다.

채워 주시리라, 구원해 주시리라 믿고 외줄을 놓으라 말하는 것은 사기다.

자기를 구원하는 것은 자기의 의식이다.

 

나는 평생을, 얼마 되지 않은 밀가루 단지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서

늘 그것을 두려워하며 내 의식이 시키는 삶을 살지 못했다. 슬픈 일이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밀가루 단지가 비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내 단지가 비어있는 것을 다른 이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싫고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아직도 내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있다. 그 모습이 답답하다.

 

4.

누구나, 성장하는 존재 그 무엇이나,

그 시기에 맞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누리고 배워야한다.

사랑을 받을 시기엔, 물과 햇볕을 받을 시기엔 그것을 충분히 받고 자라야만 건강한 형체로 자라게 된다.

어떤 시기에 어떤 이유로든 어느 부분이 결핍된 자들은 꼭 그 부분이 완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그 부분은 성인이 되서도 자라지 않았거나 혹은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의 세계를 온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실은 거의 모든 인간이 그렇다. (간혹은 동식물에게서도 볼 수 있다)

내가 어디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스스로 자각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나 역시도 스스로 해소하지 못한 부분이 먼지처럼 남아서 나를 뿌옇게 만들고 있다.

내가 깨지 못하는 나

그것은 내가 깨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이 그냥 나인가,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내 모습인가.  

그렇다면 나는 진정 자유로운 영혼이기에는 너무 이성적인 사람이다. 불만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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