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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산책/강원도

묵호등대 / 논골담길 / 묵호항 -20230105

by lucill-oz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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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묵호'라는 지명은,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와보진 못한 곳이지만 친근하게 기억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없는 나의 둘째 오빠는 해군 출신이었다. 그 때가 아마도 1975년 경이었을 거다.

본진은 진해에 있었고 당시 들었던 기억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군함을 탄다고 했었다.

해군은 장기 출항을 한 번 씩 하고 나면 휴가를 주었다.

그래서 휴가가 오로지 1년에 한 번 뿐인 육국 출신의 큰 오빠와는 달리 둘째 오빠는 휴가가 잦았다.

휴가를 진해에서 올 때도 있었지만 묵호에서 올 때도 있었다.

묵호라는 지명을 어렸을 때였지만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묵호에서' 보내온 오빠의 편지 때문이었다.

둘째 오빠는 글씨를 정말 잘 썼다. (지금도 나는 오빠의 필체로 적어준 메모지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그 곧고 바르고 멋스러운 글씨체로 '묵호에서 아들 드림' 혹은 '묵호에서 오빠가' 라고 적힌 편지를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기 때문이다. 묵호는 그렇게 나에겐 둘째 오빠와 묶인 지명이다.

(세 살씩 터울이 지는 오빠 셋이 차례로 군입대를 하는 바람에 나는 10년을 오빠들에게 위문 편지를 썼다.)

지금은 많이 쇠퇴한 편이지만 한때 묵호는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아마도 오빠가 군복무를 하던 시절도 그 시기에 해당하는 때 였을 것 같다.

 

동해역에서 추암으로 가는 택시에서, 추암에서 묵호등대까지 버스로 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기사분 말씀이 어느 세월에 그걸 타고 가느냐고, 택시로 20분 밖에 안걸린다고 해서 가까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약 40분? 물론 묵호등대가 있는 언덕 윗마을까지 편하게 오긴 했다.

우리는 최종 목적지를 묵호역으로 삼았기 때문에 등대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려가는 코스로 잡았지만

묵호항에서부터 시작하여 등대까지 올라가면서 윗동네를 바라보며 걷는 코스도 좋겠다 싶다.

 

묵호등대

등대의 높이는 높지 않지만 지형 자체가 높아서 묵호항과 바다와 바닷가 마을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다.

등대 위에서 묵호항의 전경을 보다.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전경.

이곳은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슬라이드도 설치되어 있다. 

천천히 논골마을의 전경을 보며 계단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윗동네에서 아랫동네의 경사가 매우 급해서 다시 올라가고 싶으면 3시간 이내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묵호등대에 올라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와 입장권을 사서 스카이밸리로 입장. 바다 위에서 바다를 보다.

하늘 자전거.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도 하고, 타 보고 싶기도 하고. 

급경사지의 이 논골마을은 매우 노후했으나 곳곳이 새로운 손길로 재탄생되고 있었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현대 건축물의 세련됨이 큰 이질감 없이 동화되어 보였다.

오래된 집 담벼락 곳곳의 벽화, 카페와 상점 등 볼거리도 많았지만

이 높은 곳을 오르내리며 살았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더구나 덕장이 있던 윗마을로 오르는 길이 논처럼 늘 질퍽해서 이곳 이름이 논골마을이 되었다니

삶의 애환도 세월이 지나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기도 하는구나.  

기념품 가게. 안에서 파는 물건들보다 밖에 장식된 풍경이 더 볼거리가 많다.

논골마을의 집들, 등대, 배, 테트라폿 모양의 나무 조형물 (안에서 판매하고 있다)들이

이곳은 이런 마을이다~ 라고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느낌이다.

할머니 옆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 아이는 마치 이 마을의 일부인 듯  한 분위기다.

이 굽이진 길들을 돌아내려 묵호항 쪽으로 향했다.

묵호항이 내려다 보이는 별빛마을 전망대

 

항구엔 갈매기 떼가 수시로 날아와 마치 강아지처럼 아장거리며 먹잇감을 노렸다.

조나단 리빙스턴은 이런 상황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꿈인 '비상'에 더 열중했었단 말이지!

본능을 거스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묵호항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묵호역까지 갔다.

묵호역 근처에 있는 연필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도 일찍 먹어 두었다.

올라가는 기차 시간은 7시인데... 하루 일정인데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

추암에서 묵호등대까지 버스를 타고 가라는 조언은 듣는 것이 좋을 걸 그랬다.

시간도 좀 보낼 수 있고, 차비도 아끼고, 동해시내 구경도 하고 말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컨디션 조절 잘~해서 그렇게 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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