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욱 - 김승대 / 다니엘 - 전병욱 /
소정화 / 배준성 / 최혁주 / 송형은 / 이세령 / 황호진
내가 이번 시즌 B&B 시리즈를 이렇게 다 보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역시 덕후세계는 위대하다.
솔양을 입덕시킨 일은 잘 한 일인거야....ㅎㅎㅎ
그런데 이 공연이 쇼케이스 공연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솔직히 좋은 점수를 주긴 좀 그랬다.
시놉시스는 가장 흥미로웠으나 극의 전개 과정이 좀 당황스러울 정도로 황당했다.
초반 하상욱의 전원생활 장면은 '너무 긴 거 아냐? 일은 언제 일어나려고?' 싶게 길더니
막판 수사단계는 마치 "응답하라 1988" 마지막회처럼
급히 수습하느라 벌려놓은 것을 다 주워담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림속에 숫자와 영문으로 자신이 납치한 여자가 있는 장소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남겨놓다니,
다니엘이 굳이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경찰이라면 오히려 그 점을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도 기자가 그 투서를 경찰에 전달하다니,
더구나 그녀는 지난 날 하상욱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씀으로서 그를 파멸로 몰아넣은 장본인인데
"그때 일은 미안했어요, 하지만 나는 지금 다니엘을 캐고 있으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라고
말 한다는 것은 너무나 뻔뻔한 일이 아닌가.
그래서 그녀에게 보은을 할 기회를 주는 거야? 그래서 그녀에게 투서 전달의 역할을 준거야? 그런거야?
같이 관극한 친구의 표현대로, 나 또한 '홍익덕후'라고
모든 공연을 애정어린 눈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관객이다.
설령 극의 어느 지점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극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이 복수의 시나리오는 너무 허술했다.
하상욱이 복수를 위하여 그림을 대신 그리면서 거기에 힌트를 숨겨 놓은 것이라고 해도
영문으로 경기도 하남은 좀 너무한 거 아녀~~?
어찌나 구체적인지 그림을 받은 다니엘이 이게 뭐냐고 물어봤어야 할 지경인데...
순식간에 지나가는 추리 장면은 "그냥 그건 이거니까 너무 깊이 따지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
라고 강요하는 듯이 느껴졌다.
내가 좋았던 반전은 딱 하나, 그녀가 미미할머니의 손녀라는 것이었다.
아, 미미할머니와 이기자를 연기한 배우는 매우 좋았다.
이빠진 노인의 목소리를 잘 표현했으며, 이기자는 필요 이상으로 섹시했다.
마치 하상욱을 유혹이라도 하겠다고 작심하고 나타난 듯이^^ (원래 섹시한 여배우라면 미안하지만!)
그래도 초반 전원씬은 오랫만에 보는 김승대군 덕분에 훈훈하게 보고 있었는데
전병욱 다니엘의 노래 또한 잘 듣고 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이거 뭐가 좀 잘못 가는 거 아닌가 싶었다.
뭔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 것 같은데, 이것저것 다 담으려다가 마무리가 안 된 느낌.
아, 그래도 마지막 경매씬은 좋았다. 좀 서늘한 느낌.
(그런데... 왜 작품을 위해서 납치극까지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안가서...)
그러면서도 한 편 이해가 되는 것이.. 내가 하는 일도 그렇지 않은가.
처음에 아무리 방향을 설정하고 그 쪽으로 간다고 해도
가다보면 입지문제, 공사비 문제, 관리상의 문제, 클라이언트의 성향 문제 등의 이유로
배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았을 것이다.
만든 나도 만족 못하고, 뒷말도 많이 나오고, 그래서 또 상처받고...
이런 많은 과정을 지나 왔지만, 지금이라고 많이 다를 것은 없다.
또 새로운 환경과 주어진 제한 안에서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방법을 찾아내야 하니까!!!
때로 성장하고, 때로 실패하면서 배우고 ,그 저력으로 또 다른 것을 만드는 과정은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으로 겪는 과정일 것이니
오늘 공연은 비록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나는 그녀들(창작자들)이 오늘을 기회로 더욱 발전할 것을 믿는다.^^
(역시나 훈훈한 마무리? 아니,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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