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오르면
에릭 앤더슨이 루시 존스와의 추억이 담긴 수첩을 안고 마지막을 준비한다.
"기억해, 내가 있었단 걸..." 이라고
그 순간 , 에릭을 찾아 온 루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러 왔다던 그녀는
에릭에게 왜 자신을 잡지 않고 아담에게 보냈는지 원망하는 듯한 말을 하고 방을 나간다.
잠시 후, 두 방의 총성이 들린다.
셜록홈즈의 등장, 그리고 그의 파트너 왓슨 박사는 남자가 아닌 여성, 제인 왓슨!
둘은 박진감 넘치는 속도로 "춤추는 암호" 사건을 풀고 있다.
제인 왓슨은 1막이 진행되는 내내 사건의 해설을 해 주는 역할을 한다.
(1막에서는 제인 왓슨의 분량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셜록홈즈의 탐정 사무실.
춤추는 사람 사건 이후 삼주가 지나도록 사건다운 사건을 만나지 못한 홈즈는
벽에 총질을 해 대며 거의 미친 사람처럼 행동한다.
왓슨은 돈이 필요하다고 노래하고, 홈즈는 사건을 달라고 노래한다.
그 곳으로 두 형제의 삼촌인 포비경이 찾아와 루시 존스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죽었을 경우, 그 증거를 찾을 것까지.
잠시 후, 에릭 앤더슨이 찾아와 역시 루시 존스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동시에 아담 앤더슨이 홈즈의 방문을 원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녀와 혼인 신고를 한다면서...
드디어 사건다운 사건을 만난 홈즈는 추리를 시작한다.
형인 아담의 진술과 동생인 에릭의 엇갈린 진술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에릭은 삼촌을 찾아가 형이 차지한 모든 것으로부터 자신의 몫을 찾고 싶다고 말하고
그러려면 루시는 없어져야 한다며 루시가 있는 곳의 주소를 전해준다.
포비경은 그 주소로 자신의 심복인 킬러 슬레이니를 보내지만
슬레이니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한다.
그리고 사건이 있던 날 밤 아담과 함께 있었던 여배우 캐서린은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고
캐서린의 대역배우였던 벨라는 공연 도중 역시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홈즈는 이모든 흔적을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건의 진실은 알아낸 홈즈는 갈등한다.
"진실을 밝혀 정의를 지켜냈지만, 그 정의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일까
진실을 밝혀 정의를 지켜냈지만 , 밝혀낸 진실 내게 아픔으로 다가온 이유는 뭘까?" 라고......
사건의 내막도 , 범인도 알아냈지만
"그의 아픈 진실을 외면한다는 것이 과연 정의인가 " 하고 말이다.
예매를 할 때 까지만에도 실감하지 못했었는데
한 마디로 잘 만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딸내미가 꼭 보여달라기에 차일피일하다가 좀 늦게야 예매를 하게 되었는데
극장 규모가 좀 작은 편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일 다 남은 좌석이 몇자리 없었서 어, 이건 뭐지? 싶었는데
역시 그럴 만 했구나 싶었다.
게다가 지난 시즌에는 제인 왓슨역에 신영숙 배우가 출연했었다니
아, 그래? 좀 아깝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
관람일인 10월 26일의 캐스팅은 다음과 같다.
홈즈 역의 송용진 배우는 초창기부터의 멤버여서 그런지 캐릭터가 몸에 밴 듯 자연스러워 보였다.
코난도일의 원작 속의 홈즈에게서는 명쾌한 추리력만 가져왔을 뿐, 그의 캐릭터는 완전 깨방정에 괴팍하기까지 하다.
그저 얘기만 들어도 내막을 알 만한 사건엔 관심도 없고, 사무실을 유지하는 일에도 관심이 없다.
그를 흥분시키는 것은 오로지 겹겹이 꼬인, 뇌운동이 필요한 사건들 뿐!
사건을 추리하는 일을 밥먹는 것과 동일시 하는 그를 챙기는 것은 역시 왓슨!
제인 왓슨 역의 방진의 배우의 연기 역시 매우 좋았다.
1막을 책임져야 하는 제인 왓슨의 숨막히는 대사들을 깔끔하게 소화해 주었다.
특히 홈즈와 주고받는 합이 좋았다고 느껴졌다.
아담과 에릭의 1인2역을 소화한 장현덕 배우,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 아담과 에릭을 동시에 연기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 홈즈보다도 매력적인 캐릭터고 배역이다.
아담은 쌍동이의 형으로서 모든 좋은 것의 수혜자이지만, 사실 그 자신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어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장자로서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되어 있는
그래서 부담감과 무례함을 동시에 갖게 된 가엾은 (루시의 표현대로라면) 캐릭터다.
반대로 에릭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는 만능이지만
그는 그저 형인 아담의 커버인생을 살고 있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하는 둘째일 뿐이다.
결국엔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형에게 양보해야 하는,
그러나 아담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자기 자신마저 없애려는 순정의 남자,
그 순정이 비극적인 살인의 배후가 되는 정말 가련한 남자다.
아, 그리고 루시 존스!
사실 거의 완벽해 보이는 이 작품의 스토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그녀의 캐릭터다.
루시는 처음 에릭과 친구가 된다.
공허한 자아를 채워주는 루시로 하여 에릭은 행복했었을텐데...
그녀가 어찌하여 아담의 남자가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관계로
그녀는 두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그녀 자신도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담을 정말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를 이해하므로)
첫 장면에서 에릭에게 왜 날 붙잡지 않았는가 하고 원망하는 대목은 쉽게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녀가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만큼의 매력이 있는 여인이었는지를
작품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사건의 발단인 그녀가 정말 에릭이 꾸미는 일을 그토록 몰랐을까?
개인적으로 선우의 표정 연기는 좀...아쉬웠다.
앞뒤가 딱 들어맞는 이야기는 상상의 여지가 없으니 심심하고
뭔가 구멍이 있어보이는 이야기는 트집거리가 될 수 있으니......
음, 어렵다^^
포비경은 두 형제의 아버지의 동생이다.
큰 조카가 아닌 자신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욕망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가 루시를 찾는 이유는, 그녀의 생사가 궁금한 것이다.
그녀가 살아있다면 막대한 유산은 아담의 미망인인 그녀의 소유가 되므로.
레스트레이드 경감^^
모든 추리를 홈즈가 하고 나면
"역시 홈즈와 나의 생각은 같은 선상에 있어!"라는 말로
슬쩍 묻어가려는 캐릭터
그가 있어 한 번 더 웃게 된다.
OST를 사서 여러 캐스팅의 조합으로 들어보니 좋다.
음악의 특징은 빠른 비트로 사건의 진행과 추리과정을 박진감있게 표현했다는 것.
아담과 에릭의 진술대목의 "진실게임"이라는 곡이 특히!
사실 "잭 더 리퍼"를 볼 때도 추리극을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었을까가 궁금했었는데
이번 셜록홈즈를 보면서 아, 추리극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잭 더 리퍼는 분위기가 좀 무거운 편이라서 잔재미나 웃음코드는 사실 별로 없었다.
스토리의 전개나 반전, 무대가 특히 좋았었던 기억인데
셜록홈즈는 이야기의 구성도 좋았지만 중간중간 터져주는 캐릭터들의 웃음코드가 있어 좋았다.
정신없이 홈즈와 왓슨이 이끄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대 디자인.
규모가 크지 않은 극장의 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곳 저곳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여러가지 세팅을 보여주었다.
재미를 위해서 보는 공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보고 난 후에 던져지는 묵직한 메세지 하나쯤은
선물처럼 관객들 가슴에 던져주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그런데 홈즈는 그것을 준다.
"원하는 것이 단지 진실인가
아니면 밝혀지는 그 과정 원하나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실이 밝혀진 후, 그 후에 난
내 양심과 어떤 얘길 나눌까"라고 노래하는 홈즈의 독백이 그것이다.
때로는 너무나 아픈 진실은
거짓에 가려진 채로 남아있는 편이 더 나은 것은 아닌가...
문득 잭 더 리퍼의 장면이 떠오른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려는 순간,
살인은 계속 되어야 한다며 진실을 덮으려고 하던 먼로 기자의 모습...
물론 상황은 정 반대지만.
아!, 마지막 대목은 다음 사건의 예고편인데
홈즈가 잭의 편지를 받았다.
홈즈 시리즈의 '잭더 리퍼'는 어떻게 펼쳐질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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