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와 5층 석탑>
정림사지 5층 석탑의 명성이야 익히 들어, 마치 잘 알고 있는듯이 느껴지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막상 마주하고 보니 그 완벽한 비례미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저런 절터가 많이 남아있는 고장이고 그에 따른 탑들도 많겠지만
이 정림사의 5층석탑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뭐랄까, 더할 것도 없고 덜어낼 것도 없어 보이는 딱 떨어지는 수트같은 느낌도 들고
아주 현대적인 느낌도 들고
잘 생긴 미남 혹은 당당한 자태의 미녀를 마주하는 느낌도 들고...
맨 아랫지붕의 모서리 떨어져 나간 그 흔적조차도
세월의 옷이 덧입혀져서일까,
마치 포켓에 꽂은 행커치프인양, 나비넥타이인양,
혹은 가볍게 포인트로 두른 스카프인양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혼자 이리저리, 가까이 다가섰다 물러섰다를 반복하며
사랑스러운 이를 대하듯 흐믓한 가슴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왔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연못에 쌓인 낙엽이 마치 파라핀을 부어 낙엽을 박제시킨 듯이 보인다.
계절을 지낸 묶은 색과 그 위로 떨어지는 햇살이 덧입혀져 풍부한 색감이 느껴지는 것이
마치 하나하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하다.
<시인 신동엽 기념관>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로 익히 알려진 부여출신의 시인.
한창 그 세계를 펼칠 수 있을 나이에, 너무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생가터 뒷편으로 기념관이 있다.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지어진 이 기념관은 부여건축의 명물로 손꼽힌다고.
(어쩐지, 마감시간이 불과 이십여분 남은 상태에서 입장하여 급하게 둘러보면서도
응? 누가 설계를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당 한켠에
혁명의 함성이 깃발이 되어 나부끼는 것 같은 싯귀들이 인상적이다.
2013년 5월에 개장했으니 몇 년 되지 않았구나..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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