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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 20130910

by lucill-oz 201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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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상치 못한 공연이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요즘 쓰릴미 보러 다니는 것만 해도 벅차서 자제하고 있었는데^^

나의 공연메이트 수근이가 시크릿티켓이 됐다고...

8시 공연인데, 여섯시 가까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정말 급하게 모든 스케쥴을 정리하고 낮에 갔었던 이태원으로 다시 출발!!

오랫만의 블루스퀘어다. 비록 B석 중에서도 제일 끝자리였지만 우리에겐 오페라글라스가 있으니까!

 

사실, 공연내용이나 '그린데이'라는 락그룹에 대한 사전 정보도 별로 없었고 해서 (알고보니 매우 유명한 그룹이었는데 ㅠㅠ)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니 '음악이나 듣고 오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입장했었다.

막이 열리기 직전 공연팀의 화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재미있는 무대가 열렸다.

뒷벽을 가득 메운 많은 텔레비젼 모니터들과, 이동식 구조물 (그 밑에 자리잡은 기타리스트^^),

무대 한 가운데에 놓인 침대와 소파, (적절한 파티션을 이용한 공간활용은 정말 좋았다)

누가 배우고, 누가 밴드고, 어디가 배경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세팅된 상태에서 시작된 공연.

강렬한 비트의 음악과 파워풀한 댄스와 퍼포먼스에 아직 적응을 못한 상태로 눈은 자막을 열심히 쫒고 있었는데,

노래 가사는 욕이 절반이 넘는지라...

이거이거, 끝까지 볼 수 있을까? 내가 나이를 먹었나보네...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가 세번째 곡(Holiday)이 연주되기 시작하면서 온 몸은 점점 비트에 반응하고

상체는 점점 앞으로 다가가며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 사실... 그 스토리나 주제만 가지고 얘기한다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질픙노도의 시기를 아주~ 심하게 겪은 세 젊은이들이 결국은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뭐 그렇게 뻔한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 가다보니...

어느새 그들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좌절이 내것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아, 이건 뭐지? 왜 목젖이 뜨거워지지? 왜 가슴이 먹먹해지지? 왜 눈가가 젖어들지?' 하며

스스로도 당황이 되었다. 옆자리에서 우리 수근양도 계속 훌쩍거라고...

그런 와중에서도 음악은 귀를 사로잡고^^ 배우들은 또 왜 그리 노래를 잘 하는지 감탄하느라 바쁘기도 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90분 정도) 좀 아쉽긴 했지만, 그들이 최선을 다 해 보여준 모습이 고마웠다.

그리고 뜨거운 가슴이 되어 공연장 문을 나섰다.

 

입장 전 미처 구입할 생각도 못했던 프로그램북을 구입하고,

공연의 여운을 느끼며 뒤늦게 캐스팅 보드도 찍고 포토존도 찍어보려 할 때

낯익은 한 무리의 멋진 사내들이 나오더니 사진을 찍던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포즈를 취해주는 게 아닌가.

앗, 우리도!!! 하면서 급히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는 누구였더라 하면서...^^

알고보니 그린데이 멤버들!!!!!!

이런 무식함이 빚어낸 해프닝 같으니라고.......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최고였다는 말은 해 주어서 다행이었다.

그(빌리 조 암스트롱!)는 한국어로 연신 "감사합니다" 라며 고마워했고

수근이가 너무 감동해서 울었다고 했더니 자기도 울었다네...^^

 

집에 와서 내가 받은 충격적 감동에 대해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자기도 보고 싶단다.

새벽녘에 흔쾌히!! 티켓팅을 해 주었다.  

 

어찌됐든, 이후로 '그린데이' 그들과 이 American Idiot 음반은 나의 "애청곡"이 될 듯하다.

내 가슴이 아직 청춘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면 나 역시 지금 청춘이 아니던가.

단지 그들보다 단 한 발자국쯤을 먼저 지나왔을 뿐...

잠시나마, 내 심장을 뜨겁게 해 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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