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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2013 쓰릴미 - 20130915 (박영수, 정상윤)

by lucill-oz 201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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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슨 - 박영수                                    리차드 - 정상윤

  

 

다섯번 째 페어, 박영수와 정상윤!

그들도 나도 쓰릴했던 오늘 공연...

공연시작 1분 전에 입장한 나의 쓰릴함!

공연보러 다니다가 속이 다 타겠다. 일요일인데 길이 왜그리 막히는지...

 

가장 기대했었던 페어였다.

2차팀의 가장 네이슨스러운 네이슨과 능란한 리차드의 만남.

어느 정도 기대했던 분위기이긴 했지만, 영수 네이슨도 상윤 리차드도 다른 파트너들과의 공연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종혁 네이슨과 상윤리차드의 만남은 두 사람의 격차가 좀 있어보였다면

오늘 공연에서는 두 사람의 기싸움이 거의 대등해 보였다.

만만찮은 리차드와 역시 만만찮은 네이슨이였다고 할까...

밀고 당기는 긴장감이 상당해서 재미있었다.

 

두 사람 다 연기에 있어서는 각자의 디테일 포인트가 살아있고

또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넘기는 여유도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 노래의 합도 본 중 가장 좋게 느껴졌다.

 

WHY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는 54세의 영수 네이슨이다.

처음 네이슨들이 입장하여 무대에 섰을 때의 조명, 참 좋다.

네이슨들의 헤어는 머리가 이마를 덮는 스타일이다.

그런 상태에서 조명이 바로 위에서 떨어지면 머리의 그림자 때문에 눈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즉, 죄수복을 입은 그의 나이를 의도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EVERYBODY WANTS RICHARD

주머니 시계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표정이 '이자식이 또 나를...'하는 표정.

그랬다가 뒤에서 놀래키며 다가온 그를 진정 반가워하며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는 네이슨.

(네이슨이 그와의 스킨십을 원한다는 뉘앙스를 여러 곳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리차드가 교묘히 그 손길을 피하는 것은 나름 네이슨을 길들이기 위한 방법인 셈.) 

 

오늘은, 어쩌면 리차드가 그 자리에 온 이유가

(말로는 니체 스터디 그룹에 갈거라면서도 바람을 맞추지 않고 굳이 나타난 이유)

네이슨의 마음을 확인해 보려고 나온 의도였다는 걸 느꼈다.

지난 일 년 동안 그의 마음이 변하진 않았는지 말이다.

 

그러면서도 네이슨의 마음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그 끝을 확인해 보려고 그를 일부러 바닥까지 밀어 붙여보는 리차드.

그런 리차드의 공격에 바로 발끈해서 속내를 드러내는 네이슨. (그는 약자인 것 같으면서도 제 할 말은 다 한다)

그러면서도 눈은 리차드를 주시하다가 그가 담배를 꺼내자 불을 찾기도 전에 먼저 준비하고 있는 네이슨.

(걔들은 나처럼 절대 못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런 모습에 만족스런 웃음을 흘리는 리차드... 그런 그를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눈빛과 잠시의 침묵.

네이슨이야 뭐라 지껄이든 말든 그가 건넨 성냥을 바라보다 문득,

'그래 오늘은 얘랑 낡은 창고에 불이나 지를까? '얘를 어떻게 꼬시지?' 하는 표정으로 눈을 굴리는 리차드.

불장난을 하자는 제안에 네이슨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회심의 키스 한 방!

그런데 상윤 리차드의 키스는 역시 너무 노련해...

네이슨을 감질나게 만들고는... 나머지는 이따가 여덟시에 창고에서... 라는 의미의 웃음을 흘리고 가는...

이 쯤 하면 저놈은 꼭 온다는 확신에 찬 표정.

그리고 뜻밖의 선물을 받은 네이슨은 거부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런 상황들이 정말 잘 느껴지도록 표현들을 한다는 것, "내가 고맙다!"^^

 

NOTHING LIKE A FIRE

상윤 리차드는 영수 네이슨이 그동안 만났던 리차드들과 달리 네이슨을 많이 애정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다른 리차드들은 이 대목에서 여기 애정씬 맞나 싶게 좀 뻣뻣했는데

그동안 영수 네이슨... 너무 혼자 애쓰는 모습이라서 좀 안쓰러웠어..^^

물론 그 애정과 냉정함이 극과 극을 달려서 더 쓰릴하고 네이슨이 더 안쓰럽긴 했지만.

 

리차드의 뒷모습까지 애절한 눈빛으로 좆는 영수 네이슨의 디테일, 볼수록 점점 깊어진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부분의 NOTHING LIKE A FIRE는 오늘이 가장 좋게 느껴졌다.

 

WRITTEN CONTRACT

네이슨의 진술에서, 다음날 리차드를 하루종일 만나지 못했고 괴로워서 죽는 줄 았았다고 말한다.

그가 보고 싶어서 괴로웠던 걸까, 아니면 불지른 일에 대한 일이 알려질까봐 불안했다는 뜻일까...

확실히 잘 모르겠다.

 

영수 네이슨이 리차드의 방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는 설정은 혹시

분위기를 어젯밤의  연장으로 끌고 가고 싶은 네이슨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어젯밤엔, 고맙다'의 대사와 연결해서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반면, 어젯밤의 애정으로 네이슨의 마음을 잡아놨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앞으로는 범죄행위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네이슨의 반응에 리차드는 자존심이 상하고

게다가 과거 그의 배신의 기억을 들춰내며 공격해 오는 네이슨에게 리차드는 계약서라는 필살기를 내놓는다.

네이슨은 그것이 그를 자신에게 구속시켜 줄 것이라 굳게 믿지만...

 

리차드가 '내 술잔을 따르기에도 모자란 새끼'라고 하는 대목에서

한 쪽 구석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가 삐친 듯 한 표정으로 몸을 휙 돌리는 디테일은 영수 네이슨만의 표현인 듯.

피의 계약을 하고 나서 피를 낸 손가락끼리 맞잡는 대목은 오늘 처음 봤네.

 

THRILL ME

사람이 자고 있는 집을 털고 와서 작은 새처럼 몸을 떠는 영수 네이슨과 달리

상윤 리차드는 무대 앞으로 걸어 들어올 때부터 이미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로 보인다. 진심으로.

지난번에는 잘 못 느꼈었는데 이런 태도가 뒷부분의 리차드 대사와 연관해서는 더 개연성이 있어보여서 나름 좋았다.

(앞부분에서는 어떤 일에도 별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PLAN 부분부터 심하게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대비를 강하게 보여 주려는 의도)

 

'널 갖고 싶어, 제발' 이라고 말하는 네이슨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는 다른 리차드들과 달리

상윤 리차드는 은근한 눈빛으로 손까지 한 번 잡아준다.

그러고 나서 기대와는 다르게 아버지 사무실을 털자고 말을 돌리지. 더 나쁜 놈이다.

제대로 약 오르는 네이슨. 어쩌면 상윤 리차드는 네이슨의 요구가 싫었다기보다도

네이슨을 또다시 심리적으로 바닥까지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가 계약서를 흔들 것까지 계산하면서도, '복종할테니...'라는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네이슨이 계약서를 흔들자 바로 '니가 이겼다'라고 하면서 넥타이를 풀지만

사실은 거기까지가 네이슨의 인내의 한계점이라는 것을 확인한 대목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는 '복종'이라는 단어 대신 '잘 따라줄테니' 정도로 바꾸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

 

그나저나 '자물쇠 따고 유리창 깨고 어쩌고...' 하는 대사를 어쩜 저렇게 빠르고 부드럽게 할 수가 있담? 

 

PLAN

살인계획을 말하면서 변호사가 될 몸이라니... 천재는 무슨, 리차드 너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애구나.

'생각만해도 진저리가 나는 새끼'라는 말에 '나!'라고 오늘은 영수 네이슨이 도전적으로 말한다.

'너, 날 죽이고 싶은거야?'라는 듯, 아니면 차라리 나를 죽이라는 듯.

(다른 날의 '나?'는 약간 설마...하는 듯 하는 뉘앙스였는데)

 

'어린애나 죽이자'라는 말에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네이슨은 어이가 없어서, 리차드는 흥분해서 좋아서.

그동안 정말 매사가 시큰둥했던 상윤 리차드가 처음으로 극도로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계단 위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네이슨을 기다리는 리차드의 얼굴을 비추는 마지막 조명, 압권이다.

 

이 커플은, 지켜볼수록 각자의 스타일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는 묘미가 있다.

그리고 박영수가 성실한 배우라면, 정상윤은 정말...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리한 배우라는 느낌이다.

 

WAY TOO FAR

이 곡은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네이슨의 두렵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의 감정을 잘 표현한 곡...

'이따 차에서 보자'며 나가는 상윤 리차드, 정말 흥분되 보인다.

 

ROADSTER

개인적으로는 이 로드스터가 상윤 리차드한테는 젤 안 어울리지 않나...싶다^^

왜 그럴까...생각해 봤는데... 애를 꼬시기엔 너무 아저씨같은 형이 아닌가 해서...^^

(내 기억으로는 로드스터가 제일 잘 어울렸던 리차드는 임병근이었던 듯 하다. 어른도 홀릴 것 같던 그 눈빛!)

애를 데리고 나간 후에 몰아치는 피아노 소리가 좋다. SUPERIOR의 전주와 바로 연결되는.

 

SUPERIOR

PLAN과 더불어 리차드가 가장 흥분하는 대목이자 네이슨이 가장 겁에 질려 떠는 부분이라

두 사람의 캐릭터의 대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하는 씬이다.

정말 미친 듯 한 리차드와 정신을 차리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네이슨의 대비.

둘 다 너무 잘 해... 몰입이 제대로 된다.

상윤 리차드 입에 모터가 달린 것 같다. 빠른 대사를 치는 것이 물 흐르듯 부드럽다.

 

RANSOM NOTE  

신의 속도로 타자를 치는 상윤 리차드!^^

그만큼 흥분했음을 표현하는 디테일인 듯.

 

MY GLASSES / JUST LAY LOW

사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MY GLASSES 대목만 보면 네이슨이 일부러 안경을 흘렸다고는 생각하기가 어렵다.

아니면, 일부러는 맞지만 그런 식으로 발견될 것은 계획에 없던 일이라 네이슨이 당황하는 걸까.

진술 대목에서도 네이슨은 '경찰이 그렇게 빨리 안경을 찾아내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고 말한다.

네이슨의 진짜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진짜 일부러 단서를 흘려서 그의 범행을 막고 그와 함께 끝까지 가려고?

그렇다면 이 넘버는 극의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려 마지막 반전을 더욱 밀도있게 만들기 위한 장치인가?

그런 거라면 돌기노프씨가 진짜 천재인거고...

 

그러나 어쨋든 '아니, 너' 다음의 네이슨의 '뭐?'는 순간의 당황스러움보다도 생각이 많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에 벌어질 상황을 내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하는 생각.  

 

I'M TRYING TO THINK

안경을 잃어버려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네이슨 자신인데 그는 빠져나가려고만 하고

마치 남 얘기하듯이('우리 얘기'가 아니라) 말하는 리차드에게 네이슨은 이미 화가 나 있다.

그래서 알리바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시큰둥하다가 점점 가면서 자기도 빠져든다.

같이 있어달라는 네이슨의 강한 몸짓을 역시 강하게 벗어나는 리차드.

 

경찰조사를 받고 난 후에 정말 무섭게 돌변하는 상윤 리차드의 모습과 (오늘도 역시 3단 밀치기와 패대기 치기)

그와 비례해서 상승하는 네이슨의 분노게이지!

'난 니가 시키는대로 정확히 했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영수 네이슨은 이미 충분히 올라와 있다.

'야~~~~~~~"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내 가슴이 다 아프도록 처절하게 들렸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니? 라고 말하는 네이슨에게 꼭 '재수없는 변태새끼'라는 말을

뿌리고 갔어야 했니, 리차드? 이 부분에서 너의 의도는 알수가 없구나...

네이슨이 얼마나 너에게 집착했는지는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었을텐데?? 특히 상윤 리차드라면...

그래서 더 나쁘게 느껴지는 상윤 리차드^^

네이슨이 WAY TOO FAR REP.를 제대로 부르기 힘들어지게 만드는...

 

KEEP YOUR DEAL WITH ME 

앞부분에서의 분노를 고스란히 가지고 온 네이슨.

냉정하고 침착하게 증거물과 니체 운운까지는 차갑게 읊었다.

그런데 영수 네이슨 오늘 큰 대사 하나를 통채로 삼키는 대실수를...

"넌 혼자 살겠다고 거짓말 했어. 적어도 난, 진실을 가지고 널 팔아먹었지"

이 대사는 매우 중요한 대사잖아요...

대신에 '니가 먼저 배신했어'라고 아주 작은 소리로...

그래도 곧 자연스럽게 넘겨주는 상윤 리차드!!!

덕분에 내 심장이 쫄깃해져서는 다음부터는 집중이 제대로 안 됐다는...

캐릭터에 너무 몰입한거야, 아니면 잠시 딴 생각을 한거야.....

(물론 상윤 리차드도 몇번의 박자라든지 뭐, 그런 실수는 있었지만 그 정도야 뭐~

그래도 그 상황을 잘 받아준 것 만으로도...... 물론 긴- 침묵이 흐르긴 했지만^^)

 

AFRAID

상윤 리차드의 AFRAID는 볼수록 압권일세.

무너지는 리차드의 모습을 처절하게... 손톱으로 바닥을 긁어가며 감정표출을...

이 짧은 넘버를 시작하는 순간에 최고로 끌어 올려지는... 아~~~!! 

자신이 무너지는 모습,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단 한 사람이 바로 네이슨이라는 것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가 그동안 왜 그런 태도로 네이슨에게 일관해 왔었는지가 설명되는 씬이다.  

알고보면 친절한 리차드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런 리차드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네이슨은 숨소리를 참아가며 속으로 아파하고...

그는 그 순간 후회하고 있었을까, 그의 계획을? 

 

(바닥 긁는 장면에서 갑자기 든 생각!

볼 때마다 궁금한 것이 무대 바닥 재질인데, 철판에 도장을 한 것 같긴 한데,

조명이랑 어울어져서 참 분위기가 묘한게... 다음엔 한 번 만져봐야겠다^^  직업병!)

 

LIFE PLUS 99 YEAR / FANAL 

리차드, 너희 변호사가 바로 니가 되고 싶었던 변호사라고? 헐......

 

상윤 리차드는 이 마지막 대목의 해석이 확실히 다른 리차드들과 다르다.

'미친 짓이야'라고 하는 말이 마치

'너 왜 그랬어? 나 때문에 너 스스로를 망치는 길을 택하다니... 이런 딱한 것...' 하는 듯한... 

그래서 사실 '계획적이야, 믿을 수 없어'라는 대사가 상윤 리차드의 노선과는 좀 맞지 않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의 눈물은 네이슨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느껴진다. 

 

배우들보다도 내가 더 긴장이 되서 후반부의 결론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영수 네이슨이 작정하고 상윤 리차드의 딴지를 걸어 넘어뜨린 느낌?

그래서 '내가 널 협박하니?'가 '넌 내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던 거니? 알고 있었잖아' 하는 듯하게 들렸다.

 

영수 네이슨은 마지막까지 감정을 가지고 가고...

'애'와 '증'을 한꺼번에 뱉는 듯한 느낌의 마지막 쓰릴미.

(어쩌면 박영수 배우가 제 2의 상윤 네이슨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아.... 그러나 역시 후반부에 집중이 흐트러져서 내 머릿속에선 완전한 그림이 나오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추가 공연 때 이 둘의 캐스팅이 잡혀 있을까? 본 페어로만 간다고 하는 것 같던데...

다시 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 이 둘을 한 번 밖에 못 보다니.

그나저나 표를 구할 수나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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