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람후기/뮤지컬

2013 쓰릴미 - 20130908 (정상윤, 오종혁)

by lucill-oz 2013. 9. 9.
728x90

 

  네이슨 - 오종혁                                      리차드 - 정상윤

     

 

오늘, 많이 새로운 쓰릴미였다.

 

정상윤, 전혀 새로운 리차드였다. 아주 노련한 리차드. 

종혁 네이슨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아주 손쉽게 갖고 노는, 그러면서도 애정도 남다른 그런 모습.

상윤 리차드는 네이슨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고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런 리차드다.

그의 능란함은 딱딱하거나 강하지 않은 말투와 절묘한 표정, 그리고 아주 작은 디테일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다. 

그래서 네이슨을 쥐었다 폈다, 조였다 풀었다를 너무나 능숙하게,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그런...

보는 내내 '아, 저 놈! 너무 노련해'하는 감탄사를 내뱉았다.

뭐랄까... 상윤 리차드는 네이슨 뿐만이 아니라 "쓰릴미" 전체를 가지고 노는 느낌이랄까...

그가 그동안 했었던 네이슨을 통해서 본 리차드의 모습은,

아니 네이슨을 통해서 그가 사랑했었던 리차드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었던걸까?

아무튼, 재미있다...

 

종혁 네이슨은 또 한명의(영수 네이슨과 함께^^), 그야말로 작고 소중한 아들의 모습이었다.

늘 리차드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만 그래도 그 똘망똘망해 보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 말은 다 하는...^^

그래서 당당하게 요구도 하는...^^

그가 보여준 반전은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같은 존재인 그를 멈추기 위해서,

그의 날개를 꺾어 곁에 두기 위해선 스스로를 상처입혀야 하는 줄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결국은 그 힘겨운 일을 해 내기 위해서 홀로 감당해 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처절하게 전해졌다.

 

그런데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상윤 리차드 역시도 종혁 네이슨의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그래, 너라면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날 원했는데... 내가 너에게 너무 심한 짓을 했구나...'하는 듯한,

그래서 내심 네이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부분이 바로 쓰릴미의 진정한 매력인건가^^

두 캐릭터의 합에 따라서, 그 결말이 전해주는 느낌이 이렇게도 달라지다니... 정말 흥미롭다.

 

'계약서' 부분에선 살금거리며 몰래 다가가는 영수 네이슨과 달리 '흠흠'하며 인기척을 내는 종혁 네이슨.

넌 절대 내가 원하는대로 하지 않을거란 네이슨의 말에 계약서를 써 줄테니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더이상 논쟁하지마!' 부분을 특별히 강조하는 상윤 리차드.

(그 부분은 네이슨과의 관계에 있어서 리차드에게는 큰 약점이었던 듯)

 

'쓰릴미' 부분에서도 가방을 훔쳐서 뛰어들어오는 리차드의 모습이 다른 두 리차드들에 비해서 한결 여유롭다.

많이 흥분하지도 않고.

그를 원하는 종혁 네이슨의 손길을 아주 노련하게 거절하는 모습과 표정 (나는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살면서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 한 적 없어?'라고 묻는 리차드의 액션은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꼬이듯 은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상윤 리차드가 너무 어른스러워보여서...

'내동생을 죽이면 내물건에 손 못 대, 유산도 모두 내꺼, 난 더 큰 방 쓰겠지' 등등의 유아적인 발언들이

잠시... 너무 안 어울리게 느껴졌다는 점....^^

그를 말릴 수 없음을 깨달은 네이슨은 절망하고...

그런 그를 끌어안는 리차드의 얼굴에 비친 섬뜩한 웃음...

 

어린애도 끔찍하게 잘 꼬시는 리차드...

 

"SUPERIOR"에서는 제대로 광기를 드러내는 리차드...

여기선 종혁 네이슨과의 합도 좋았다.

 

"MY GLSSES / JUST LAY LOW" 의 템포가 다른 페어들과는 좀 다른 듯하다.

느린 듯하게 시작하다가 뒤로 갈수록 격해지는 속도감이 확실히 좀 다르다.

페어별로 피아노 연주도 달라지는건가...

 

어쩌면 종혁 네이슨은 "TRYING TO THINK"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공원에서 그가 나에게 등을 돌리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그들은 완전범죄를 꿈꿀 수 있었는지도...

안경을 돌려주지 않은 건 아직 널 의심하는 증거라며 밀어붙이는 리차드,

덕분에 네이슨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밀려나고 (보는 내가 철렁할 정도로) 

끝내 그는 야비함을 보이며 등을 돌리는데...

종혁 네이슨, 드디어 터져나온 울음을 참느라 노래하기도 힘들고...

 

"KEEP YOUR DEAL WITH ME" 

경찰서에서 모든 증거물을 넘긴 사실을 담담히 말하는 종혁 네이슨,

'적어도 난!!!  진실을 가지고 널 팔아넘겼지'라고 말하는 네이슨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했지만

리차드의 설득에 마음을 돌리는 모습은 마치 상처입은 한 마리 새를 보는 듯 처연하다. 

그런 마음도 모른 채 네이슨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고 느끼는 리차드의 비열한 웃음.


"AFRAID" 최고였다!!!

땅바닥까지 처절하게 무너져내리는 리차드의 모습...

'이런 내 모습을 너에게 보일 순 없어'라고 하는 부분이 웬지

그가 평소 네이슨을 마음으로 매우 많이 아꼈었다는 느낌이 든다. (이용하려고만 한 것이 아니라) 

차마 듣지 못하고 귀를 막아버리는 네이슨...

두 사람 다 감정이 최고조로 올라온다.

담담한 듯 진술하는 네이슨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LIFE PLUS 99 YEAR"

비로소 결정적 증거물인 안경을 떨어뜨린 것이 자신의 고의였음을 밝히는 네이슨의 결연해 보이는 눈과

그런 네이슨을 바라보며 분노하는 리차드의 두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상윤 리차드는 다른 리차드들과 달리 이 부분에서 많이 흥분하거나 놀라지 않는다.

 오늘 공연에서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모습에서 리차드는 네이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FINAL (THRILL ME)"를 부르는 종혁 네이슨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커튼콜에선 상윤 리차드가 손수건을 건네주는 자상함을 보여주기도^^  

 

아, 이렇게 되면 남은 두 페어가 너무나 궁금해진다.

박영수, 정상윤 페어와 신성민, 이동하 페어의 공연이 남았는데,

아, 빨리 보고 싶다. 아니, 매일 보고 싶다.

이렇게 나도 쓰릴미 폐인의 길에 들어서는 건가^^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