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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2013 쓰릴미- 20130905 (박영수, 이동하)

by lucill-oz 201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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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슨 - 박영수                                    리차드 - 이동하

   

 

나의 세번째 쓰릴미!

정말 쓰릴하게 도착했다. 3분전!

표 찾기 무섭게 들어가 앉자마자 공연 시작.

 

이번 2차팀 공연은 박영수 배우를 중심으로 보게 될 듯.

그리고 처음 만나는 이동하 리차드. 둘의 분위기는 어떨까 궁금, 기대.

적어도 세 번은 봐야 디테일이 좀 보이지. 오늘 드디어 많은 디테일들을 눈에 담기로...

 

오랫만에 보는 영수 네이슨, 많은 사람들의 지적과 그리고 칭찬처럼 그의 발음(ㅅ)이 많이 좋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초성 ㅅ이 아니면 거의 안 느껴질 정도였다. 안심...

몇번의 쓰릴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난 이 친구의 감성이 맘에 든다.

 

오랫만에 보는 그의 네이슨은 초반부터 많이 달라 보였다.

임병근 리차드와의 공연에선 불쌍해 보일 정도로 약자의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처음 가석방 심의 씬에서부터 목소리가 강단있어 보였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네이슨이 이 둘의 관계를 끌고 가는 느낌이 강했다.

혹시 이것도 의도된 연출인건가? 이런 관계구도도 맛보라는 깊은 뜻의?

 

공원에서의 재회 장면.

그를 기다리며 초조히 주머니 시계를 꺼내 보는 '나(네이슨)'.

그러다가 새 소리가 들리자 이내 새를 찾아 망원경을 들이댄다.

그런 '나'를 향해 다가오는 '그'.

첫인상이 건들건들한 느낌의 리차드다.

그런데 목소리가 좀 작은 건가? 네이슨보다 기가 딸려 보이는데...

반가움에 그의 얼굴을 만지려는 '나'의 손길을 아주 교묘히 피하는 '그'.

 

Everybody wants Richard를 부르는 네이슨의 템포가 오늘 많이 빠르다.

그리고 2층  맨 뒷좌석이라는 위치의 문제인건진 모르겠지만 피아노와 노래소리가 좀 뜨게 들린다.

그래선가? 희한하게, 오늘 피아노가 그리 약한 건 아니었는데 피아노가 노래를 삼키지 않아서 좋았다.

그동안 잘 알아듣지 못하던 부분이 다 귀에 들어왔다.

키스씬, 헉! 오늘 좀 쎈데~

그가 떠난 후 노래를 부르는 네이슨의 표정에 흐릿한 만족감이...^^

 

창고에 불 지를 때, 네이슨이 입을 막고 콜록거리는, 또 피아노 소리에 맞춰 기름을 붓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과

액션의 디테일함이 좋다.

그런데 동하 리차드... 이렇게나 애기같은 영수 네이슨과의 합이 약해 보이다니... 조금 아쉬운 감이...

뭐랄까, 불을 보면서도 광기가 안 느껴지는 점잖은 리차드? 

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Nothing like a fire 부분은 좋았다.

영수 네이슨의 목소리가 갖는 장점인 듯 하다. 상대의 목소리를 감쌀 수 있는...

과시라도 하듯 늘상 욕을 입에 올리는 '그'와 달리

아직도 고작 할 수 있는 욕이란게 '나쁜새끼' 정도 밖에 안되는 '나'에게 '넌, 아직도 애야'라고 '그'가 놀리듯 말하자

'내가 얼마나 컷는지 알면 놀랄걸?' 이라며 직접 확인해 보라는 듯 던지는 도발적인(^^) 대사 '날 안아줘'

사실 처음 봤을 땐 이 부분의 의미가 한 번에 와 닿진 않았었다.

더구나 임병근이 워낙 딱딱한(?) 리차드여서 이 두 사람의 애정씬이 그리 살갑게 느껴지지가 않아서였던 듯 하다.

두 사람만의 세상을 엿보면서 '무슨 말이야?' 라고 느끼듯 했었는데  

아마 내가 그동안 많은 스터디를 하고 봐서 나름 그들의 세계에 진입했다고 느껴진 건지도...^^

'나'의 손을 슬그머니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아련한 눈빛도 좋았다.

 

다음 날 밤, '그'의 방으로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는, 지나치게 귀여운 영수 네이슨^^

'나 걱정돼~'도 진정으로 걱정되서 죽겠다는 듯한 어린애같은 네이슨^^

병근 리차드가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캐릭터였다면 동하 리차드는 내면의 불만이 가득한, 좀 삐딱한 반항아같다.

그리 팽팽함이 느껴지지 않는 '계약서'였다.

 

거듭되는 소소한 범죄 끝에 드디어 사람이 자고 있는 집을 털어 오던 날 밤,

흥분한 그를 향해 내뱉는 네이슨의 욕이 좀 세졌다. "씨발!" 이라니, 소심한 네이슨이 화가 많이 난거다.

그런 '나'의 반응에 감흥(thrill)이 확 떨어져버린 '그'는 '나'의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여기서 네이슨은 리차드에게 몇번이나 내치고 패대기침을 당하는 대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차드 목소리가 너무 약해(마이크 볼륨 좀 올려주지...) 네이슨 혼자 애쓰는 느낌이었다.

넥타이를 둘이 똑같이 들고 있다가 동시에 떨어뜨리는 그림이 훨씬 쾌감있는데...

그리고 '집중해, 나한테!'라는 네이슨의 대사와 리차드의 행동도 딱 맞아주면 더 좋은데...

이것도 좀 아쉬웠다.

 

The Plan에서 어린애를 죽이자는 그의 말에 네이슨이 어이없어하며 웃는 부분, 좋았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그거 좋은 생각이다'하는 대사가 진심이야? 싶을 정도로 디테일이 약했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표현된 듯 하다.

 

The plan에서도 Roadster에서도 매력적이지 않았던 리차드가

드디어 Superior에 이르러 살아났다!

더욱 좋았던 것은 두 사람의 노래가 정확히 들렸다는 점! (피아노를 좀 죽여준 듯 하다) 

 

My glasses / Just lay low 초반에 라디오에서 오늘 날씨가 삼십구도였다고 했는데

Roadster에서 애를 꼬시러가는 그 복장은 뭔가...

장갑은 그렇다 치더라도 버버리 코트도 모자라서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다니...헐!

 

나를 달래며 진정시키던 그가 결국 마지막엔 '우리라고? 아니, 너' 라고 하자

'뭐?'라고 하는 네이슨의 표정이 '설마 했는데, 결국...'하는 듯한 표정이다.

 

I'm trying to think에서도 초반부터 '나'는 이미 '그'의 의도를 예상하고 있는 듯 하다.

'내 얘기는 한 마다도 꺼내지 말라'는 그의 말에 '너 정말 대단하다'라고 하는 어투도

이미 '네가 그렇게 나올거라고 예상은 어느정도 했지만 결국 이런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는구나' 싶은 느낌.

(네이슨이 그에게 끌렸던 요인 중의 한 가지에는 분명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

즉 강인함, (그것이 비록 척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담대함 같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지하여, 그가 나를 이끌어주는 관계에 만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알리바이를 꾸며내는 대목도 역시 마지못해 호응을 해 주는 듯,

그리고 경찰 진술도 다 본인의 의지로 알아서 끝낸 듯 한 느낌이다.

이후 공원씬에서도 '나'는 속으로 이미 겁을 많이 먹고 두려워하고 있는 '그'를 진심으로 진정시키고 달래려고 애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나'를 밀어붙이고 다시 떠나려 하자

최종적으로 '계약서'를 상기시킨다.

서운함이나 배신감보다는 예상했던 반응이 그대로 나온 것에 대한 분노로 소리치는 "너~~~~~~~~!!!" 

그리고 떨림없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경찰서에 갈거야"라고 경고한다.

분명히 간다고 했는데... 그 말에 조금이라도 신경써서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면...

그러나 '그'는 '나'의 분노를 완전 개무시하고 떠나가 버린다.

그래서 눈물조차 보이지 않은 것인가 (아님 내 자리가 너무 멀어서 안 보인건가).

 

Keep your deal with me 에서도 '나'는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말한다.

자신이 증거 일체를 경찰에 넘겼음을.

그리고 비꼬듯 '너의 니체가 알면 뭐라고 했을까'라고 한다.

'그'의 손길과 입술을 힘겹게 밀어내지만 결국 '너 없인 나도 없어'라는 말로 그와 함께 하기로 하는 '나'의 모습은

그에게 넘어가서라기 보다도, 그에게 행한 스스로의 가혹한 행위에 대한 뉘우침이랄까.

어쨋든 이 일에 대해서 본인 역시도 그와 같은 벌을 받아야 함을 스스로 알고 있는, 그리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리차드의 독백 Afraid는 좋았다.

감정이 너무 격해서 발음이 안 들리는 것보다는 이정도가 좋은 것 같다.

동하 리차드, 감정 폭발의 포인트가 병근 리차드랑은 좀 다르네. 의도적인건가? 그런데 좀 어색했음.

반대편에선 옷깃을 손으로 꽉 잡고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려 애쓰는 네이슨.

결국 팔로 두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다.

 

Life plus 99 years 대목에서도 네이슨은 지나치게 담담하다.

'내가 지금 너 협박하니?' 라는 말이 지난번에는 매우 서늘했는데, 그래서 더 충격격이었는데

오늘은 '모든 것이 처음부터 내 뜻대로 됐어...'라는 분위기다.

마치, '그동안 내가 여러번 너에게 알아차릴 기회를 줬었잖아...

그걸 무시한 건 너야, 그러니까 넌 자업자득인거지' 하는 듯한...

 

그래서였을까? 마지막 Final thrill me를 부르는 눈빛조차도 아련함이나 마음아픔보다는 글쎄...

 

 

 

각 페어별 합이 좋으면 좋은대로, 또 별로였으면 별로인대로

그들의 캐릭터가 조금씩 다르게 인식된다는 것이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단 두 사람만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그것은 더욱 극명하게 느껴진다.

피아노마저도 다르게 느껴짐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세 페어를 더 경험할 계획인데 그런 면에서 정말 기대된다.  

 

오늘 새로이 인식된 것 중 하나는 무대였다.

중앙의 네모난 무대를 중심으로 좌측은 '그'의 구역이고 우측은 '나'의 구역임은 이미 명백히 보여진 것.

그래서 그들은 중앙의 무대 위에서도 치고받는 대사에 따라 우측으로, 혹은 좌측으로 이동하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계약서와 협박편지는 '그'의 공간에서, 쓰릴 미는 '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My glasses / Just lay low 역시 철저히 자신들의 위치를 지킨다.

 

계단 윗공간 역시 '그'의 구역이다. 그의 범죄의 구역...그래서 '나'는 계단을 늘 끝까지 오르지 않는다.

이것은 아마도 '나'의 본심은 결코 그의 범죄행위에 진심으로 동의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동참한 것임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창고에 불을 지르는 일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후, 불을 질렀을 때의 '나'의 위치는 계단 중간쯤이었다.

아이를 죽이자는 모의를 한 후, 결코 '그'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달으며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머리를 기댄 곳은 계단 맨 아래(첫 단을 오르기 전)다.

'나'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후의 '나'의 공간은 오히려 무대가 갈라진 부분,

그러니까 기본 레벨보다 낮은 곳이다. 이거 뭔가 절묘한데?    

만일 이것이 내 느낌처럼 철저히 계산된 거라면...... 무섭도록 치밀한 연출인걸?

 

조명의 변화는 매우 좋다.

조명의 변화에 따라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장치한 점.

 

의상은......개인적으론 좀... 색상은 맘이 안든다.

하지만 리차드는 더블버튼, 네이슨은 싱글버튼인 점은 좋다. 그들의 이미지 표현상 맞는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스토리와 무대 자체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면 두 번째는 호기심?

조금 더 깊게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세 번째 관람을 기다리면서는 음악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피아노 진행에.

다음에는 어떤 리차드와 어떤 네이슨이 만나게 될지가 궁금하다.

그들의 합에 따라 결말의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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