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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엘리자벳 (삼카데이) - 20130815

by lucill-oz 2013.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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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도시 이야기" 페이스북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되서 보게 된 공연이었다.

좌석은 1층 S석 맨 뒤에서 두 번째 줄 정중앙,

더구나 오페라글라스 적절히 사용하며 보니 나쁘지 않다.

 

그러나  캐스팅은 주는대로 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원래 내가 보고싶은 캐스팅은 김소현, 전동석, 박은태였는데... 완전 반대다.ㅠㅠ

그동안 잘 피해오던(^^) 캐스팅을 드디어 확인해볼 기회가 왔다.

 

그런데 오늘, 삼카데이의 1+1에 더불어 제공되는 미니 프로그램북! 이게 문제였다.

나는 8월 15일 7시 공연이었는데 이 회차에만 프로그램북이 제공되지 않는단다.

김준수의 초상권 운운하며... 김준수의 사진을 넣지 못했다고...

그럼 상관 없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하니 회차별로 맞춰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안된다고...

이런 젠장, 기분 나쁘네, 어차피 받았어도 정식 플북은 살 예정이었지만 기분 나쁘네 진짜~

내가 김준수 팬도 아닌데, 또 팬이라 해도 팬들의 마음을 상술로 연결시키려는 너무나 속보이는 행태도 그렇고

그럼 다른 배우들은 초상권이 없다는 말인가? 김준수는 특별하니까?

이게 진짜 배우의 가치를 올리는 일인가, 안티를 양산하는 일인가...참 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사실 비싼 입장료 안에 프로그램값 정도는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북을 제작하는 이유는,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관극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것이 그 목적이 아니던가.

아울러 참여한 배우들과 스텝들에 대한 홍보와 이해, 제작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똑같이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것,

이런 것들은 당연히 함께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아니면 제작비를 받더라도 실비만 받던가, 아니면 적어도 제작에 충실함이라도 좀 보여주던가!!!

허술한 편집, 부족한 내용을 온통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으로 화보집을 만들어서 만원씩 주고 사라는건

아무리 옵션사항이라고 해도 횡포다. 애정관객들에 대한 횡포. 그들의 마음을 이용한 장삿속.

나는, 작품을 만드는 열정만큼 프로그램 가이드북을 만드는 일에도 열정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니 플북엔 앙상블 사진이 안 나온다. 앙상블 배우 한 사람도 눈여겨 보고 또 보는 우리 모녀, 특히 딸은

 꼭 전 배우의 프로필 사진이 나온 정식 프로그램북을 원한다.

 그리고 작은 배역이라도 그 역할을 명시해 주길 바란다.)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보아서인가 몰라도,

옥주현과 김준수의 노래와 연기가 그렇게 상을 휩쓸고 명성을 얻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두사람에게 트집을 잡을 의도는 없다, 특별한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그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좋은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두 사람은 좀 과대포장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니면 그들의 스타성을 내세워 작품을 홍보하려는 제작사의 의도이거나...

아무리 월드스타라도 작품 안에서는 한 부분의 역할을 맡은 배우일 뿐인데 그 한 사람을 그렇게 특별히 대접하는 것이

과연 작품 전체를 위하는 방법이고 뮤지컬 마니아들을 대하는 방법인가.

 

어쨋든, 작품을 감상하자면...

사실 음악과 안무는 내가 기대 혹은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서 좀 당황했다.

시작과 더불어 황제도 대공비도 꼭두각시 춤을 추게 만들어버린 오프닝^^

 

죽음이라는 캐릭터를 따로 분리해 냈다고 하는 것은

엘리나 루돌프가 평소 죽음의 유혹을 많이 느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시 유럽의 사회적 분위기는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던 시기였으니까) 

그런데... 항상 멋진 천사들을 대동하고 포스가 철철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나주는 죽음이라면

누군들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게 토드는 정말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마지막 춤'을 천사들의 군무와 함께 부를 때는 마치 화려한 쇼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김준수의 허스키보이스가 캐릭터와는 잘 어울렸지만 나랑은 좀 안 맞았다...^^)

나는, 죽음이 엘리를 사랑했다기보다 엘리가 더 죽음을 사랑했다고 본다^^

 

루케니의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인데 이날은 배우 이지훈의 매력도 함께 보았다.

그를 배우로 만나긴 처음이어서 좀 걱정했는데 매우 좋았다.

모두가 애정한다는 엘리자벳을 루케니는 절대로 감싸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라는 그의 캐릭터는 엘리자벳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게 한다.

나역시 그녀를 이해하거나 동정하는 마음보다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가족과의 갈등, 자유로이 살고싶은 욕구... 이런 것들은 이성적으로 넘어서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더구나 그녀의 신분은 황후가 아니었던가, 그것도 헝가리 - 오스트리아 제국의!

한 사람의 인간이 사회속에서 본인의 자유로이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하고자 할 때

대부분의 경우,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 걱정, 갈등을 유발하는 제공자가 된다.

그녀의 경우만 해도 아무리 소피 대공비와의 갈등이 있었다 해도

그로 인해 요제프황제와 아들 루돌프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미모라는 것을 알았기에 자신의 미모를 가꾸기 위해

백성들은 먹을 우유도 없는 판에 우유목욕을 하고, 송아지 고기로 팩을 하고...

이러한 것들이 단지 그녀가 아름다웠기 때문에 찬양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건가.

루케니는 이런 시각으로 그녀를 보게 해준다.

 

소피 대공비는 사실 엘리의 친 이모인데...

하긴 권력이란 자식과도 나눌 수가 없는 것이거들, 하물며 조카딸 따위야...^^

그래도 그렇지, 자식을 그 어미에게서 떼어놓다니...

이정화 배우의 포스와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연기를 드디어 만났다.

(솔양과, 소피역은 신영숙 배우가 맡았어도 잘 어울렸을 거라는 의견합의를 보았다^^)

 

민영기 요제프는 믿고 보는 배우니까...그런데 옥엘리의 키가 커서... 낮은 신발을 신어줘도... 아쉬운..^^

황태자 루돌프 때의 요제프는 좀 고집스러워 보이고, 결국 아들을 몰락시키는 데 일조한 국왕의 모습이었다면

이번엔 사랑 한 번 잘못 한 죄로 정말 불쌍한 남자의 모습이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무데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가여운 남자의 모습...

결국 나는 이 작품에서 요제프하고만 친해진건가?^^

 

황태자 루돌프를 보기에 앞서 이 엘리자벳을 먼저 봤다면 확실히 루돌프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쉬웠을 듯 하다.

이 아들의 불행의 한 가운데 어머니와 할머니의 갈등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갓난 새끼고래가 치어죽은 꼴이다.

 

실베스타 르베이와 미하일쿤체 커플의 작품이어서 음악적으로 많이 기대를 했는데

한 번 밖에 못봐서 그런가... 기억에 남는 곡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스토리 상으로, 이 부분은 사실을 억지로 미화시키지 않는다는 것.

흉은 흉대로, 예쁜 것은 예쁜대로 솔직하게 드러내준다는 장점이 있다.

자아를 이원화 시킨다는 점 또한.

 

김소현, 전동석, 박은태 라인으로 다시 보여달라는 솔양의 강력한 요청에

오늘, 할 수 없이 대답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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