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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영화

영화 '도쿄타워"를 보고

by lucill-oz 201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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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같이 근무하던 남자후배가 집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눈물을 흘렸다며 적극 추천해 준 영화다.

그 때 몇명의 여자후배들은 영화를 보고나서 도대체 왜 울었냐고, 별 재미도 없고,

좀은 지루하기까지 했노라고 별 공감대를 얻지 못한 영화였다.

그래도 보고 싶어한 나를 위해 CD로 만들어 준 덕에 컴퓨터에 깔아놓고 있다가 몇년 만에야 제대로 본 것이다.

사실 첫 부분, 주인공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 들어와 정말로 고질라처럼 토해내는 영상이 좀 엽기스럽기까지 해서

나 역시 처음에는 뭐가 이래? 싶은 생각에 아마도 보다가 접어둔 기억이 있다.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 웬지 모르게 주인공과 동화되어 감정이입이 되며...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리고 눈이 시려워졌다.

 

주인공 나카가와 마사야의 아버지는 화가이지만 성격이 즉흥적이고 가장으로서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날마다 술에 만취해 들어와 가족들을 괴롭히기 일쑤다.

그에 반해 음식솜씨가 좋은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살아낸다.

한 때 어머니는 재혼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버지를 좋아한다는 아들의 말에

남편으로서는 아니어도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자리는 남겨두어야 하겠다는 생각에 끝내 접고 만다.

부부의 사이와는 관계없이 아이는 부모의 자식인 법,

아버지의 유전자를 강하게 물려받은 나카가와는 그림에 소질을 보이고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그림을 전공하게 한다.

열다섯살의 아들과 헤어지며, 아들에 의지하며 살았던  엄마는 의연한 모습으로 아들을 격려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시골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과

엄마를 편하게 놓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워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동경으로 대학 진학을 하도록 권하고

그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온갖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 아들을 격려하며

또다시 의연히 아들을 떠나보낸다.

그러나 철없는 아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 노름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며

엄마가 힘들게 일해 보내주는 돈을 탕진하고 결국은 빛더미에 몰리게 된다.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취직도 않고 또다시 엄마에게 기생하면서도

나카가와는 동경에 머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의 대학 졸업장을 바라보며 아들을 보는듯이 한다.

아들의 졸업장은 엄마의 자랑이자 엄마의 청춘이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병문안을 다녀온 어느날

노름판에서 나카가와는 문득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을 환영으로 보며 회한에 젖는다.

나는 무엇 때문에 동경에 왔는가 하고...

 

그러던 중, 식당일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하던 엄마가 암 수술을 받게 된다.

집으로 내려갈 차비조차도 없는 나카가와는

댄서를 꿈꾸던 고교동창 룸메이트 히라구리가 떠난 후, 팔 물건을 싣고 거리를 헤메다가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나가던 미술학원에서 만난  청년 에노모토를 만나게 된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던 그는 배가 고파 포기했다며 길거리의 초상화 화가로 나서 있던 것이었다.

그는 에노모토와 함께 어찌어찌해서 작은 방을 얻어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방송일도 하고, 책도 내고...

정신을 차린 나카가와는 닥치는대로 일을 하여 빛을 갚는다.

그사이 친구 히라구리도 작은 BAR를 열게 되고 거기서 여자친구도 사귀게 된다.

그리고 이제 엄마를 동경으로 모셔와 함께 살며 효도를 하고 싶어한다.

 

많이 주저하던 엄마는 결국 아들 곁으로 오고, 모자의 동경생활이 시작된다.

솜씨좋고 상냥하고 끼도 많은 엄마는 금방 아들의 친구들과 친구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여자친구 역시 엄마를 좋아하고, 엄마도 그녀를 딸처럼 여긴다.

아들은 그간의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엄마와 함께 좋은 구경, 맛난 음식, 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좋은 시간들이 가고, 일이 바빠진 아들이 엄마와 소원한 시간을  보내던 중,  

엄마는 암이 전이되어 재발하고 만다.

나카가와는 집과 병원, 일터를 오가며 엄마를 간병한다.

수술이 가능하길 원했건만 의사는 수술은 불가하다며 항암치료를 권한다.

무슨이유에선지 나카가와와 이미 헤어진 여자친구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숨긴 채 자주 문병을 오고 

젊은 시절, 그렇게나 엄마를 힘들게 하던 아버지마저 간병을 위해 올라온다. 

엄마는 두려웠지만  아들과 여자친구의 권유로 결국 항암치료를 시작한다.

 

도쿄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병실, 창밖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뜬금없이 발모제 얘기를 꺼낸다.

'리업'을 썼더니 정말 머리가 다시 났다고... 아버지는 아마도 항암제로 인한 엄마의 탈모를 걱정한 게 아닐까...

그러나 엄마의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항암치료는 너무나 힘이 들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삶에의 의지를 놓지 않았던 어머니는 결국 항암을 포기하고 만다.

나카가와는 엄마가 퇴원하여 편히 지낼 수 있는 새 집을 구했지만, 그 집은 엄마의 장례를 위한 집이 되고 만다.

병원비에 새 집 마련에 돈이 많이 필요한 나카가와에게는

엄마의 임종 앞에서도 원고독촉이 빗발친다.

마음은 참담하지만,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엄마를 떠올리며

그는 억지로 원고를 마친다.

그리고 지친 몸으로 엄마 곁에 누운 그에게 옛 여자친구는 어머니의 말은 전한다.

동경에 와서 일년간 아들이 동경의 이곳저곳 좋은 구경 많이 시켜준 걸로 평생 받을 효도 다 받았다고...

 

아버지는 조문객들에게 답례인사를 하며 눈물은 보인다.

아버지에게 그의 아내는 어떤 존재였을까.

아버지가 떠난 후 나카가와는 어머니의 유품상자를 열어본다.

갓난 아들을 안고 있는 젊은 엄마의 사진,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버지와의 결혼생할은 실패했지만, 착한 아들을 선물받아서 기뻤노라고,

아들과 보낸 동경에서의 생활이 재미있었노라고,

아들에게 고마웠노라고...

 

동경시내를 관광하던 어느날 밤 , 도쿄타워를 올려다보며 전망대에 꼭 한 번 같이 가보자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은 엄마의 위패를 안고 도쿄타워를 찾는다.

엄마가 사랑했던 그녀와 함께.

 

엔딩자막이 흐르는 동안, 웬지 모르게 가슴은 더 먹먹해지고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아들을 화자로 한 가족의 이야기, 특히 엄마의 이야기...

모든 자식들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영원한 그리움이고, 미안함이고, 표현하지 못하는 사랑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어머니들에게 있어서 자식은 살아가는 이유고, 목표이고, 삶 자체일 것이다.

 

나카가와의 어머니 에이코는 홀로 아들을 키우는 선택을 주저없이 할 만큼 단호하고 강인하다.

가족들 앞에서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춤을 출 만큼 유머도 있고

동경으로 오라는 아들의 초대에 정말 가도 될까를 몇 번씩 물으며 신중한 결심을 한다.

아들의 방탕함을 눈치챘을 텐데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도록 한다.

그리고 비록 헤어졌으나, 병원으로 찾아올 남편을 위해서 머리를 자르고 곱게 단장하며

한때 서로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 날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기다린다.

야한 방송이라 알려주지 않으려는 아들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몰래 찾아내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아들을 응원한다.

아들의 졸업장 액자를 병실까지 가지고 와 닦고 또 닦으며 흐믓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 만약의 일을 대비하며 주변정리를 하고

아들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글로 남긴다.

 

지금 현재

내 어머니의 자식으로서,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 또 아내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으로서 살고자 애쓰는 나에게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묵직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이 영화의 원작이 "도쿄타워-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라는 제목의

나카가와 마사야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제목이 정말, 기가 막히다고 할까 ^^

책을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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