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플레이 테제 21"
이름이 길고 어려운 이 극단의 연극은 많이 독특하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와 <알리바이 연대기>에 이어 내가 본 세 번째 작품인데
역시나 형식의 맥락이 같다.
<자본>이라니, 아니 이런 주제로 어떻게 연극을 만든다는 거지? 싶은 궁금함.
그러나 나는 <자본>을 읽지 않은 상태다.
예의상, 혜화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하여 누군가가 잘 정리해 놓은 요약글을 읽고 갔다.
(여러 훌륭한 글쟁이님들께 진심 감사!!^^)
배우들은 노는 듯, 연습인 듯, 연극인 듯, 노래극인 듯 자유로운 전개로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를 선물해 준다.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 되는가. 아니, 나는 왜 이 위치에 있는가를.
자본주의가 전부인 줄로만 알고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인가 극으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서
점점 작아져 가는 인간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느끼며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던 나로서도
이런 묵직한 사회적인 화두를 무겁지 않게 던져준 시도를 해 준 점에 대해서
이 팀에 대해서 적극적인 칭찬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자기들 말처럼 우린 왜 늘 이런 연극만 하느냐고 하듯이
연극의 형태가 꼭 드라마가 아니어도 관계없지 않은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와 닿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배우의 연기력이나 연극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극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었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재미있게 보았다.
한 때,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는 책은 헤리포터의 볼드모트와 같은 금기의 서적이었는데
지금보니 꽤 여러 종류의 좋은 서적이 나와 있네. 조금씩 읽어봐야겠다...
또한 재미있었던 일은 이벤트 응모로 생긴 두 장의 표를 누구와 함께 갈까 고민하다가
불쑥 폐친인 박선화 작가에게 같이 가자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흔쾌히 답이 온 일이다.
누구에게 먼저 손내미는 성격이 아닌 내가 이제 나이를 먹은 건지
아님, 온라인 상에서 보여준 그녀의 글에서 느껴진 신뢰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러고 싶었었다.
암튼, 그렇게 처음 만난 그녀와 혜화에서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연극을 보고
예쁜 찻잔이 많은 찻집에서 차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전철을 타고 오다가 헤어졌다.
스스럼 없는 시간이었다. 그녀 또한 그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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