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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 20170606

by lucill-oz 2017.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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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이 공연장인데 무대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었다.

들어가보니, 오케스트라 피트와 무대 뒷공간을 모두 개방하여 마당놀이 공연하듯 원형무대로 만들었다.

원래 좌석은 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천정 높이 매달린 각종 막과 조명bar 구조물들이 완전히 노출된 아래로 

출렁다리가 매달려 있었다.

무대 중앙 위편에는 악단이 자리잡고 있는데 동서양의 다양한 악기의 배합이 놀라웠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오케스트라단의 협연에 더해서 뭐 국카스탠의 연주가 더해진 느낌?




국립 창극단의 공연이다.

TV에서 보여주는 마당놀이, 혹은 석촌호수 놀이마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긴 했지만 무대공연은 처음인 것 같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대본을 창극으로 만든 작품이다.

왜 하필 서양의 대본을 가지고 창극을 만들었을까 생각해봤다.

그런데 브레히트라는 작가 차체가 낮선 연극을 추구했다고 하니

어쩌면 형식상 궁합이 잘 맞는 선택이었구나 싶다. 


진짜 아이엄마가 누군지를 가려내는 현명한 재판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인데

작품에서는 이 재판관(아츠닥)이 극의 시작을 알려주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극을 이끄는 해설자(도창)이기도 하고

부분적으로는 여러가지 필요한 역할을 해 주기도 한다. 

2막에서는 드디어 술주정뱅이에 검은 돈 받기를 좋아하는 허접한 캐릭터의 우스운 재판관으로 등장한다.

보통 이런 역은 남자배우가 하는데 여배우가 맡았다. 그런데 너무 잘 어울려서 좋았다^^

국악하는 창극 배우들은 잘 몰라서 프로필을 찾아보니 국립창극단의 수석배우다. (유수정) 

아이의 친엄마인 영주 부인이 받아야 할 재산을 몰수하면서 자기 이름을 딴 공원을 짓겠단다.

자기의 판결이 매우 멋졌다고 스스로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해피엔딩인 줄로만 알고 흐믓했었는데 마지막 반전은 그야말로 인생무상이라고 해야 하나...



웃기고 울리는 마당놀이의 흥겨운 분위기에 취하다 보니 

새삼 이 마당놀이라는 형식이 엄청난 관객참여형 공연이라는 걸 느낀다.  

등장인물은 서양이름인데 주인공들이 투박한 목소리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한다.

젊은 여주인공(그루셰)의 목소리가 텁텁하고 걸쭉하니 신기하고 좋았다.

이게 뮤지컬이나 오페라였다면 예쁘고 날씬한 외모의 고운 목소리를 뽐내는 여배우가 맡았을 캐릭터가 아닌가.

그루셰의 캐릭터와 부합하는 이미지에, 초연 당시 인턴단원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맡겼다니

국악이 여러 장르와 만나 변신을 꾀하는 파격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현대로 올수록 어느 분야든 형식의 파괴, 장르의 교류는 있어왔지만

정극 위주의 관극을 주로 하던 나에게는 오랫만에 신선한 느낌이다.

이것을 두고 전통의 변형이니 짬뽕이니 비난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어쩌면 더 가까이 가기 위해, 가까이 가서 본모습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시도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브레히트는 왜 하필 코카서스인을 제목에 넣었나 궁금했다.

사전적으로는 "유럽을 중심으로 아메리카, 서아시아, 오세아니아,(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 사는 인류집단" 

이라고 나오는데 그냥 자신이 살고있는 유럽쪽의 보편적인 인종을 두루 지칭하려는 의도인가? 

어쨋든 모성애라는 주제,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다르지 않다는 주제는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르지 않으니 여주인공 이름이 그루셰가 됐건 언년이가 됐건 문제될 것이 없겠다.

재미있는 것은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썼다고 하는 점이다.

처음과 끝이 없는 '원'이라는 주제 역시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없음을 상징하며

아무것도 아닌 듯이 보이는 민중들의 삶이 만들어내는 큰 물결, 혹은 큰 허무가 느껴진다. 

거기다가 한국적 춤사위가 더해지니 그 느낌이 더욱 절묘했다. 


모처럼 비오는 휴일, 일은 바빴지만 잠시 잊고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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