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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 - 20170726

by lucill-oz 2017.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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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재미있게 보았었던 '웃음의 대학'을 썼던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었다.

뻔히 알고 있는 내용에서 벗어난 발칙한 전제에서부터 웃음의 기운이 느껴진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인격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 지킬박사는

발표회에서 대역을 세우려는 사기성까지 보인다.

그들이 벌이는 그 '대 사기의 현장'에 말려든 지킬박사의 약혼녀 이브 댄버스양은

약효가 분명하다는 전제하에 박사가 만든 약을 한 모금을 마신 후 플라시보 효과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하지만

자신이 갖고있는 의식의 벽을 깨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길 반복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스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 대목에서 격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내면에서는 깨고 싶고 벗어던지고 싶고 막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서도

막상 그럴 수 있는 상황에 닥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움츠러들고 죄책감을 느끼고 윤리의식에 사로잡히는 모순 말이다.

약의 힘에 의지해서라도 한 번 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욕망. 그것이 그녀가 원했던 것이다.

스스로의 경계를 한번 무너뜨리고 싶다는, 그러면 훨씬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그래서 제정신과 남이 조종하는 정신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우스운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웬지 절실함이랄까... 진심이랄까 뭐 그런게 느껴졌었다.

약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마음으로 하나 싶기도 하고...



전에 '압구정 백야'라는 드라마를 송원근 때문에 보기 시작해서 어찌어찌 끝까지 보게 됐었는데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이었던 배우가 이브 댄버스 역이었다.

처음에는 비음소리가 강해서 신경이 좀 쓰였는데 나중엔 그냥 잊고 보았다.

지킬박사의 조수인 '풀'역의 박영수 배우는 배역과 정말 잘 어울렸다.

보면 볼수록 '이 사람이 제일 나빠' 하면서 보게 된다. ㅎㅎㅎ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액션을 해야하는 지킬과 하이드!

요즘 계속 무거운 작품들만 봤었는데 정~말 오랫만에 유쾌한 연극을 즐겼다.

아기자기한 무대디자인 또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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