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 조강현 / 앨빈 - 김종구
처음부터 잔잔하게 쭉~ 아련한 느낌을 주는 극이다.
일곱살 어린 시절에 만난 삼십년지기 친구 앨빈과 토마스.
그런데 토마스는 지금 그 친구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읽을 송덕문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에게 앨빈은......
한때는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한때는 고향같은 친구였으며,
한때는 변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이해하기 힘든 친구였으며,
한때는 자신의 생활과 구분짓고 싶은, 부담스러운 친구였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에게 있어 앨빈의 참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와 약속한 '송덕문'을 쓰기 위해 곰곰이 그와의 시간들을 반추해 보며
그의 기억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앨빈과의 대화를 통해서
토마스는 앨빈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있어 그의 존재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를 깨닫는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난 토마스.
고향에 남아 아버지의 책방을 물려받은 앨빈.
대학 입학시험의 과제로 낼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는 토마스에게
앨빈은 용기와 기운을 주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영감과 소재를 안겨주었다.
그 후로도 작가로서 성공하는 데 있어서 큰 열쇠가 되어 준 토마스의 작품들은
되돌아 생각해 보니, 모두 앨빈에게서 나온 얘기들이었다.
그의 철없어 보이던 행동들, 엉뚱한 얘기들, 무엇보다도 변함없었던 그의 순수함...
토마스는 그런 사실들을 깨닫지 못했거나, 아니면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들을 글로 쓴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그러니 그 얘기들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그렇게 토마스는 자신 안에 내재한 앨빈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앨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앨빈은 유명작가가 된 친구인 토마스에게 아버지의 송덕문을 지어달라고 부탁했으나
그는 유명한 시인의 싯구를 인용한 글로 대신하려 했다. 앨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서운한 앨빈은 결국 톰을 대신 자기가 직접 나서서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토마스는 사실 그 때까지도 앨빈의 마음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아 힘겨워 하고 있는 앨빈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안쓰러운 마음에 빈말로 자신이 있는 도시로 올라오라는 말을 던졌지만
막상 정말로 앨빈이 가겠다고 하자 그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생활에 혼선이 오는 것도 달갑지 않았고 애인에게 그러한 일들을 이해시키는 일도 싫었다.
결국 그는 앨빈에게 오지 말라고 하고 만다.
그랬는데, 그 앨빈이, 어린 시절 즐겨보던 영화에서처럼 다리 위에서 떨어져 죽어버린 것이다.
설마, 영화에서처럼 천사가 받아줄 거라고 믿었던 걸까?
한 때 잘 나갔으나, 현재는 부진한 상태에 빠져있는 토마스.
친구 앨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송덕문을 잘! 쓰려던 토마스.
명문장을 써서 자신이 유명작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었던 토마스는 결국,
펜을 접고, 앨런이 그랬듯이, 담담이 친구를 추억하는 얘기를 꺼낸다.
김종구 앨빈,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렸다. 프라이드에서의 모습이 언뜻 보이기도.
조강현은 무대에서 보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좋았다.
극의 흐름이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같은 톤으로 진행된다.
매니아가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혹시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반면 엄청난 회전문을 유도할 수 있는 매적적인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나역시 다른 어떤 이유보다 "나비"를 또 듣고 싶어서라도 또 보고 싶으니까.
작은 나비의 날개짓에서 바람이 시작된다는,
그래서 그 작은 나비가 결코 작고 중요치 않은 존재가 아니라는 그 말이 작은 위로를 해 주는 아름다운 노래!
소원해진, 오랜 친구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관람후기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시즌2 "테슬라 : 천재들의 게임" - 20160216 (0) | 2016.02.16 |
---|---|
마스터 블렌더 쑈케이스 - 20160124 (0) | 2016.01.30 |
무한동력 - 20151117 (0) | 2015.11.18 |
잃어버린 얼굴 1895 - 20150904 (0) | 2015.09.06 |
아리랑 - 20150823 (0) | 2015.08.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