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람후기/뮤지컬

through the door - 20150314

by lucill-oz 2015. 3. 15.
728x90

 

 

이 작품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해야하나?

홍보글 대로 로맨스 판타지? 혹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로맨스 코미디?

암튼, 이런 장르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 본 상태에서 보긴 재밌게 봤는데...

단적으로 말해서 흡족하진 않다.

 

초반부터 뭔가 자꾸 뜯어 보려고 하는 듯한 나 스스로를 의식하며 몰입이 잘 안됐었다.

아마 첫번째는 극장의 구조 때문인 것 같다.

공연장인 유플렉스 1관의 구조는 천정고가 충분하여 무대 구조나 객석 구조는 대극장 구조가 가능한데 

(심지어 2층은 단차도 큰 편이다)

깊이에 비해서 가로폭이 너무 좁다 보니 느낌은 소극장 무대 같다.

2층 객석을 의식하자면 기본 무대 높이가 높아지게 마련인데 그러다 보면 1층 앞열은 목이 많이 아플 것이고...

(그에 비하면 2관은 천정고가 너무 낮아 2층에선 조명이 시선을 가릴 정도다.

1층 로비의 레벨을 조정해서라도 좀 층고를 효율적으로 맞추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공연한 불만...)

 

1막의 무대는 아기자기하고 좋았다.

레니의 사무실과 그들의 집을 윗쪽 양 쪽에 배치하고 아래 부분을 거리로 표현한 부분과

특히 레니 사무실은 창틀에 가로바 형태로 같이 배치한 형광조명으로,

두 사람의 집 위에는 달처럼 둥근 노란 등을 여럿 둔 것은 명확한 공간구분을 시켜주어서 매우 좋았다.

그러나 2막의 무대는 많이 허전했다. 

기둥 두 개로만 이야기 속의 왕궁을 표현하기에는 좀 허전하다는 느낌이다.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남편 레니의 생활은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 (그래, 이해해.. 암, 이해하고 말고...^^)

그러나 한편, 건축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도 있다. 그래서 그 앞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화려하게 등단은 했으나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 아내 샬롯은 역사소설로 재기하려 하고 있지만

출판사는 로맨스가 있는 소설을 쓰라는 요구를 한다.

로맨스가 있는 역사 소설이라... 그래, 그래야 재미있기는 하지..^^

거의 다 성사됐던 레니의 프로젝트는 건축가의 아내를 보고 결정한다는 다소 황당한 건축주의 취향 때문에 위기에 처한다.

(이 부분.. 재미는 있지만 현실적이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돈 있는 건축주들이 그들을 위해서 일하는 건축가들을 때론 심하게 괴롭히는 경우는 간혹 있으니...

뭐, 그런 차원의 설정으로 이해하자)

레니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수주에 성공하나 야비한! 사장에게 그 공로를 빼앗기고 나자, 레니는 홧김에 사표를 쓰고 만다.

그리고 일을 놓아버린 그 순간에야 떠오른 사람, 아내 샬롯.

그녀에게 내가 너무했어, 이제부턴 잘 해 줘야지 생각하며 집으로 왔으나 집은 텅 비어있고

그녀는 어디 갔을까? 

(남편들이란 늘 밖에서 존재감을 잃었을 때에야 집을 생각하는 법이지.

레니처럼 후회와 반성을 하면서 돌아오든, 아니면 집에 와서 못난 짓을 하든 말이다.)  

 

여러모로 외로웠던 그녀 샬롯.

남편은 그저 집에서 잠만 자고 옷이나 갈아 입으러, 들어온다기 보다는 그저 들렀다 가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휴일도 없고, 둘만의 특별한 날에도 약속을 어기고, 풀리지 않는 소설을 읽어보고 조언을 해 주길 바라나 헛된 바램일 뿐.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다용도실 문을 통해서 열리는 소설 속 세계!!  

그 세상에는 그녀 소설 속의 주인공인 카일 왕자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세상을 통해서 소설을 써 내려간다.

카일왕자에게 로맨스 스토리를 만들어 주어야하는 샬롯. 그러나 그간 그녀가 묘사해 놓은 왕자는 로맨스 따윈!

그래서 샬롯은 왕자에게 연애 레슨을 시작하고... 하지만 이런 경우, 대개는 연애강사에게 빠지게 마련! 

카일 왕자는 샬롯을 사랑하게 되고 급기야는 청혼을 하려는 사태에 이르는데, 뭔가 찜찜해.. 뭐지? 딴 남자라고?

그렇게 샬롯은 소설 속 세상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샬롯처럼 무심코 다용도실 문을 연 레니마저 소설 속 세상에 합류하게 되는데 직업이 킬러라나? 그것도 애꾸눈!

레니는 카일왕자로부터 샬롯의 남자를 제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하는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레니.

그러나 그 모든 상황을 정리하는 샬롯.

카일왕자를 독살하려는 음모를 제거하고! 레니를 현실로 돌려보내고!

그리고 그녀를 절실히 원하는 왕자를 뒤로 하고 레니에게 달려간다.

네가 원한다면 여기 있어도 좋아! 라고 쿨하게 말하고 돌아선 레니에게로 말이다.

 

 

뭐, 더 달리 나갈 수도 없는 해피엔딩이다.

그렇다고 샬롯을 카일왕자와 결혼시킨다는 결론을 내는 건 더 수습이 안 되니까.

초반, 제법 흥미롭게 나가던 이야기가 마지막엔 "그래서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결론이 나자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뭐니뭐니해도, 어른을 위한 동화에는 반전이 좀 있어야 감칠맛이 나지 않을까.

(괜히 내가 고민하고 있어..)

 

 

가족을 위해서 가족과 멀어져야 하는 가장들의 비애.

예전엔 남편들만의 이야기였는데 요즘은 아내들도 그러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변화하지 않은 시선!

남자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므로 그렇게 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자들의 일이란 그저 소일거리이거나,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이라는,

존중받지 못하는 여자들의 일에 대한 의식.

극중에선 레니의 대사를 통해 그러한 의식도 보여준다.

사랑한다면서 그 말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줄을 생각 못하고...

아내는 늘 남편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의식. 

그런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하고 싶어서, 그런 맘이 들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말 할 지도 모른다.

음, 그러나 언제나 일방통행인 사랑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남편들도 늘 진심으로 그들의 아내를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

 

 

처음 보는 오소연 배우는 귀여운 느낌이 샬롯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좋았다.

코믹한 연기를 능청스레 잘 하기도 하고^^

레니 역의 정상윤, 그를 좋아해서 웬만하면 그가 출연하는 공연을 적어도 한 번은 보려고 하는 편인데

솔직히 말하면 정확한 그의 매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엠 버터플라이의 르네 역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카일왕자 역의 백형훈. 코믹한 캐릭터인데 재미있었다. 

'쓰릴미'에서의 날카로운 눈매는 사라지고 ^^

4인조 앙상블, 아마도 그들 덕분에 더욱 동화같은 느낌이 나지 않았나 싶다.

 

 

오랜 제작 기간을 거치고 해외에서 쑈케이스도 하고 리딩 공연도 한 후에 국내 초연이라는 홍보에

사실 기대감이 없진 않았었는데 뭔가 나의 그것과는 살짝, 아니 큰 각도로 다른 공연이다.

어쩌면 국내 제작진에(집필과 작곡) 많은 시간과 기회를 주고 후원도 해 주었다면 

더 빠른 시일 안에(우린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더 발전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728x90

'관람후기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쟁이들 - 20150328  (0) 2015.03.29
가무극 이른 봄 늦은 겨울 - 20150322  (0) 2015.03.24
바람직한 청소년 - 20150221  (0) 2015.02.22
사춘기 - 20150207  (0) 2015.02.08
마리앙투아네트 - 20150114  (0) 2015.01.1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