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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나쁜자석 - 20131221

by lucill-oz 2013.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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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 김재범  / 프레이저 - 이동하  / 폴 - 김종구  / 앨런 - 박정표


나쁜자석... 나쁜 자식도 아니고, 자석인데 나쁜 자석이라...

나쁜 자석은 대체 어떤 자석이야? ^^

그랬다. 작년에 이 공연 올라왔을 때, 제목을 보고는 호기심도 끌렸지만 그런 생각도 했었다.


자성을 잃어버린 자석... 그러면 더 이상 자석이 아닌건데...

결말이 주는 느낌이 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련하고... 아름답고... 좋았다.


고든

일찍 엄마를 여의고 복화술사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인형 휴고와 행복하지 못하게 사는 아이였다.

세상과 원만히 어울리지 못하는 고든은 혼자 있는 시간에 글을 쓰고

그 글 안에 자신의 생각, 자신의 희망을 담는다.

자신이 쓴 글 '하늘정원'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어머니의 부재의 원인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라고 생각한 걸까?

동화 속에서 왕비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잔인함(아내를 마녀사냥으로 죽이고 그 시신을 소세지로 만들어 먹었다는)...


새로 전학 온 학교에서 세 명의 아이들을 사귀게 되고

그 중 내면의 아픔이 자신과 비슷한 아이 프레이저와 특별한 유대관계를 갖게 된다.

어쩌면 고든에게 있어 유일한 '사회와의 통로'는 그들과 결성한 밴드였고,

유일한 소통의 대상은 프레이저였을 것이다.

그래서 엘런이 전한 '밴드에서 나가라'는 말은 그에게 있어 '그의 모든 세상'과의 단절을 통보받는 일이었을 것이다.

극 초반 밴드 연습씬에서의 프레이저와 고든의 마찰이 보여주듯이

열아홉살의 불안정한 그들의 정서는 가까울수록 서로를 밀어내는 자석과 같다.

고든은 프레이저와 자신의 관계를 원하는 대로 가져가기 위해선

자신의 극성을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바닷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이렇게 말한다. "난, 나쁜 자석이야. 이제 너에게 다가갈 수 있어"라고.

그것은 아홉살의 고든이 프레이저에게 했던 말처럼 귀신이 되어 찾아오려는 마음이 아니었나...

그러나 고든은.... 어떤 상황이었더라도.... 결국엔 극단의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재범의 고든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한, 아니 그 이상의 섬세함을 보았다.

이홉살의 소극적인 자세의 고든을 특히 잘 표현했다.

확실히 그에게는 우울함의 분위기가 보인다.


프레이저

의사인 양친을 두었고, 학교에서는 우두머리 노릇을 한다. 적어도 그와 어울리던 그의 무리 중에서는.

고든이 가져온 인형 휴고의 입을 빌려 들어본 그의 가정에서의 모습은 불안해 보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감이 아닌 열등감을 주는 말들을 쏟아내고

그런 아버지에게 상처받고 위축받는 모습의 프레이저.

집에서 부모로부터 받는 상처를 철저히 가리고 밖에서는 늘 즐거운 모습을 하고 있기에

다른 아이들은 그의 상처와 슬픔을 알지 못한다. 오직 고든만이 그를 알 뿐...

아마도 그 때문에 그 둘은 폴과 엘런을 빼고 둘만이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특히 폐교에서.

그러나 아홉살에 시작된 그들의 특별한 우정은 열 아홉살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들 나름의 영역을 갖게 되고, 그것은 때로 부딛치고 때로는 서로를 상처냈을 것이다.


아홉살의 폐교씬에서, 동질의 아픔을 갖고 있는 고든을 프레이저가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대목은 매우 좋았다.

프레이저는 휴고를 이용해 마음속의 말들을 쏟아내고, 그 모습을 보며 겁에 질린 고든을 위로한다.

그 위로는 또한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기에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열아홉살의 키스씬은 보는 사람에 따라선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겠다 싶다.

나도 순간적으로 '이쪽 방향은 아니잖아?'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냥 아홉살 때처럼 안아주는 대목까지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물론, 키스씬이 있다고 해서 모두 동성애 코드로 볼 필요는 없는 것이고

함께 관람한 열네살의 딸은 그 대목에서 눈물이 났다고 했으니

나 역시 어느 정도는 연출의 의도를 이해하는 바이다.

그러나 '나쁜자석' 이야기 속의 '어느 한 자석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부분과

프레이저의 대사 중 "너, 나한테 왜 이러는데?"하며 괴로워하는 부분,

그리고 격렬한 키스끝에 밖으로 뛰쳐나가버리는 행동의 의미...이런 것들이 

생각하기에 따라선 그들의 관계를 어느 한 부분으로 규정해 버릴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느껴졌다.

물론, 이 이야기가 끝까지 아름다우려면 최소한 그건 아니어야 한다.


프레이저는 자신의 끝없는 조언에도 쉽게 바뀌지 못하고 아이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고든에게 화가 났으며

그런 모습을 미워할 수 만은 없는 것이, 고든의 그런 모습에는 자신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든을 바라보는 프레이저의 눈빛은 스스로를 향한 애증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저지하지 못하고 잠시 놓아버린 그 순간이,

결과적으로는 자기자신을 놓아버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프레이저는 고든이 살아있기를, 불가능한 희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바라는 것이고...

프레이저에게 고든은 열아홉에서 멈춰버린 자화상이다.


이동하의 이미지는 프레이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기면에서는 조금 더 발전하길 바란다.


아마도 부유하지 못한 집에서 자랐고, 

열아홉살에도 박스 나르는 일을 해야 할만큼 현실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그는 무리들 중의 우두머리도 아니었다. 프레이저와 함께 엘런을 놀려대던 2인자?

그래서 자격지심도 있었을 것이고, 고든에 대해 질투심도 있었을 것이다.

프레이저의 옆자리를 빼앗아간 고든에게 말이다.

그러나 고든은 그들의 음악을 만들었고, 그들에게 보석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고든을 밴드에서 내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도 음악적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고든과 프레이저의 충돌로 인한 팀의 불화와 고든에 대한 질투심.

밴드는 폴에게도 유일한 해방구였으니까. 


열아홉의 그는 티나와 엘런의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티나와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스물아홉까지 유지된다.

열아홉에는 아마도... 몸과 마음이 따로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가 출판사에서 일을 하면서 고든의 동화를 발표하려던 맨 처음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처음부터 고든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물을 만들어보고자 한 의욕이 더 앞에 있었을 것이고

일이 커지자, 친구들과 나눠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양심상.

그리고 그것으로 고든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자기 방식대로.


현실에 가장 잘 적응한 듯 보여도 안으로는 여러가지 불안함을 안고 사는 폴.

무엇보다도 앨런에 대한 미안함과... 

열아홉에서 멈춰버린 프레이저의 모습을 보며 자연이 함께 떠오르는 고든.

이런저런 불편한 마음을 자기 합리화시키면서 적당히, 

그러나 남보기에는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김종구 폴... 간혹 어색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폴의 캐릭터가 표현하기에 좀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앨런

보는 이들을 가장 안쓰럽게 만든다.

바보같이 늘 놀림받고 좀은 모자란 듯도 보이지만 사실 알고보면 그것이 그의 방어막인 셈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경계심없이 자신을 대하게 하는.


그런가하면 이쪽저쪽 간의 마찰이 있을 경우에 중재 역할도 잘 한다.

스물아홉엔 그 장점을 살려서 브로커 일을 한다고 했다. 

집안은 부유했고, 경찰서에서도 아버지 이름만 말하면 될 정도였다.


그는 티나와 폴과의 관계를 정확히 언제쯤 알아챈 걸까?

그는 왜 그들과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을까?

그는 아마도 그들의 관계가 드러났을 때의 단절감이 두려웠던 것이 아닐까?

오랜 친구인 폴과도 절교해야 하고, 오랜 연인인 티나 역시.

그렇게 되면 그가 어린시절 힘겹게 유지해 왔던 그의 친구관계가 다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들과 함께 한 모든 추억과 함께...


앨런은 고든을 기억하고자 꽃비기계를 만든다.

그는 고든에게 밴드에서 나가라고 말 한 장본인으로서의 괴로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고든 뿐만 아니라 모두를 아홉살로 되돌려 놓고 싶었을 것이다.

소중한 것을 한 상자에 묻던 그 날처럼. 


박정표 앨런... 좋았다.

담담한 듯, 무심한 듯, 안 그런 듯한 모습의 앨런. 



겉으로 보기엔 다 다른 모습처럼 보여도 실은 모두 다 같은 종류의 아픔을 갖고 있다.

이들이 그렇듯이... 우리도 그렇다.

그러기에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그 전에 무엇이 상처인지, 왜 상처가 났는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커튼콜이라고 하기에 나도 막 들이대 봤는데 

폰카메라여서 역시... 그냥 느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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