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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레드 - 20140105

by lucill-oz 201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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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나는 강필석 배우의 켄으로 재관람.

2층 날개 맨 앞자리에 앉아 봄.

시야방해는 그다지 문제가 아닌데 소리가... 뒤돌아 서서 얘기하면 잘 안 들리는...

그래도 표정이 생생하게 보여서 좋았다.

지난번 보다는 훨씬 진지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객석이었다.


 

오늘은 로스코와 켄과의 관계? 혹은 사이? 그런 것이 보였다.

한지상 켄이 더 젊고, 다혈질적이고, 저돌적으로 싸우려 드는 이미지의 캐릭터라면 

강필석 켄은 좀 더 침착하고, 로스코 선생에 대한 애정도 더 보이고, 

그래서 기분 나쁜 소리를 해도 이해하며 받아주는, 조금은 더 여유있어 보이는 캐릭터였다.

배우의 실제 성격과 나이(연륜?^^)가 캐릭터에도 어쩔 수 없이 반영되는 건가?

느끼기에 따라서는 켄이 로스코의 기분을 최대한 거슬리지 않으면서 

스스로가 포시즌 레스토랑에 벽화 걸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해 간 것 같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한지상 켄은, 2년의 시간 동안 로스코가 자신에게 애정이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기에

켄의 입장에서 마지막 반전이 많이 당황스럽게 느껴졌다면

강필석 켄은 순간순간 로스코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조금씩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듣는 사람이 따라가기 힘들만큼 많은 양의 대사를 빠르게 쳐내는 로스코에게 집중하다보면

웬지 최면에 걸리듯 그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다가도 마치 스승을 (로스코 자신은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놀리기라도 하듯이 

허를 찌르며 반문하고, 반론을 펼치고, 직설적으로 설득하는 켄의 모습을 보면

흐믓한 웃음도 나오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는 듯한 대리만족의 쾌감도 느껴지고

그야말로 웬지 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러저러한 상황 안에서 티내지 않고 꼼꼼하게 표현된 로스코에 대한 인물묘사.

마치 은행원처럼 9 to 5를 지키며 작업을 하는 예술가라니!

당대의 가장 유명한 화가의 한 사람이었던 그임에도 불구하고 

점심식사는 언제나 동네의 싸구려 중국집의 포장음식으로 해결하는 모습.

포시즌 레스토랑에서 보여지는, 조금은 초라함마저 느끼게 된 그의 검소한 차림새.

전형적인 유태인의 모습같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예술가로서의 엄청난 자부심.

음악, 신학, 역사와 철학 등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

괴팍, 고집, 자기중심적인 사고.

네 돈으로 집세를 낼 때나 네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라니. 

굳이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얼마나 야박한 말인가.



그의 말대로라면 예술품들은 작가들의 '순간의 레드'를 잡아 박제로 만들어 버린 건가?

만일 그의 작품들을 조용히 접할 기회가 된다면

그가 원하는 방식대로 긴 시간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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