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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나쁜 자석 - 20140205

by lucill-oz 2014.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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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늦은 후기.


갑자기 날아온 할인 소식과, 계속해서 재관람을 졸라대던 솔양의 요청에 부응하여^^ 

예정에 없이 보게 되었다.

지난번 인구건조증 때문에 제대로 못 본 부분도 자세히 볼 겸 해서.

지난 번보다 애드립도 많았고 더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눈물까지는... 같은 감정을 느끼기에는 내가 나이를 좀 많이 먹었구나 싶기도 했다.

딸내미가 극 중간부터 눈물을 흘리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모습이 예뻐서 자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고든 - 김재범 /  프레이저 - 이동하 / 폴 - 이종구 / 앨런 - 이규형


지난번과 완전 다른 캐스팅이길 바랬으나 앨런만 바뀌었다.

좀 더 말 많고, 웃기기도 하고... 나름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두 앨런을 보고나니 앨런의 캐릭터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앨런, 현실적으론 그렇게까지 바보스럽지 않아도 되는데...

스물아홉에서 이야기가 끝을 맺어서 그렇지,

내면의 아픔이 이후로도 오래 갈 것 같은 친구다.


고든의 별명을 왜 낄낄이인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으니 궁금해 죽겠다.

플북에서도 말해주지 않는다. 별명의 뜻이 무슨 의미인지.


극의 전개가 사건의 발생 싯점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억의 순서를 따라 세 시기를 오가며 보여주는 탓에 배우들의 감정선이 급격히 달라져야하는  부분에서는 

좀 따라가기가 어색한 면이 있었다. 



- 열아홉 밴드  

    : 튤립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두고 벌어지는  고든과 프레이저의 갈등

      고든을 위로하려는 앨런, 하필이면 왜 그가 고든에게 탈퇴하라는 말을 했을까? 

 

- 스물아홉 용바위에서의 십년만의 재회

    : 폐인이 다 된 프레이저, 사업가로 변모한 앨런, 런던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폴

 

- 아홉살 용바위의 타임캡슐 

    : 프레이저의 어금니, 폴의 장난감 자동차, 앨런의 강아지 목줄, 고든의 하늘정원 이야기

 

- 열아홉살 용바위 

    : 대학에 진학한 프레이저와 앨런, 기숙사로 들어간 프레이저와 고향에서 통학하는 앨런, 수퍼마켓에서 일하는 폴,

      티나와 세 친구간의 관계, 고든에게 밴드탈퇴를 권하는 앨런, 고든의 방화와 자살, 고든의 장례식


- 아홉살 폐교의 휴고와 고든과 프레이저 

    : 휴고를 매개로 서로의 상처를 드러내고, 고든을 위로하는 프레이저

      여자애처럼 연약해 보이는 고든의 모습이 프레이저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한 것 같다.  


- 스물아홉살 폐교에서의 친구들 

    : 티나와의 관계를 유지해 온 폴을 비난하는 프레이저, 고든의 이야기를 출판하려는 폴, 

     고든의 이야기 "나쁜 자석"을 읽는 친구들...


    : 열아홉 폐교에서의 고든과 프레이저, 여기서 프레이저의 대사에 변화가 있었다.

      너 때문에 다시 돌아왔잖아...였던가?

      아마도 고든이 프레이저의 부재를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의 마음에 영원히 남기 위해서 그를 떠나려 하는 고든과

      그를 감당할 수 없어 폐교를 뛰쳐나온 프레이저...

      스스로 나쁜 자석이 되기 위해 용바위에서 몸을 던진 고든...


    : 새삼, 고든의 작품세계를 높게 평가하며 흥분하는 폴과 여전히 고든의 부재를 믿기 어려운 프레이저의 갈등,

      티나의 임신사실을 얘기하는 앨런, 그리고 그녀와 폴의 관계를 알게 된 앨런... 

      창고에 틀어박혀 꽃비기계를 만든 앨런, 담담하게 표현하는 앨런의 절망...  


    :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을 열어주는 앨런, 그 속엔 아홉살의 그들이 있고 아홉살의 고든 "하늘정원"이 있다.

      흥분한 프레이저에 의해 작동된 꽃비 기계에선 빨갛고 하얀 꽃비가 내리고...


재관람을 하기 전이었던가, 후였던가...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관객과의 대화'를 동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송용진에게 왜 송고든의 니트는 범고든보다 많이 파였는가...^^라는 재미있는 질문에 송고든의 대답이

"고든은 기본적으로 여성적 성향의 동성애자다.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 일부러 좀 깊게 파기로 했다"라고 답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했다. 

아니 그럼 아홉살부터? 아홉살의 키스씬은 뭐야?

지난번에는 그걸 잘 못 봐서 아홉살에서는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설정할 거면 차라리 좀 더 확실하게 프레이저의 대사를 넣어 주던지...

나는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프레이저의 감정이 치나치게 과하다고 느껴졌었다. 문프는 좀 다르게 풀었을까?

이게 뭐랄까, 속사정은 배우만이 알고 있고 관객인 나는 잘 모르겠는 그럼 느낌. 

적당히, 관객으로 하여금 알아서 아련하게 느껴라... 라는 의도인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었을 텐데...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릴 수 있었을 텐데... 


이 이야기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나 기억만으로도 충분히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체적인 힘이 있는데

공연히 그런 코드를 넣어서 마치 유행을 따라가는 듯한, 여성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작전인 듯한 느낌을 받아서 

뒷맛이 오히려 개운치가 않았다. 

풍월주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풍월주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야기의 배경이 충분히 인간적으로 풀 수 있고

또 열의 캐릭터 자체가 여왕을 압도할 정도로 자존감이 강한 남자였다고 하는 것으로도 

많은 부분 설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멋진 남자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성 관객들에게는 매력이 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관객의 구십 프로 이상이 여성 관객이기도 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아니 나로 하여금인가?

작품의 주제나 캐릭터의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 준 경우다.

그리고 요즘 대학로를 자주 드나들면서 점점 드는 생각이...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작품이 별로 없이 대부분의 작품이 젊은 층 관객 위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어느 한 시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기를 지나오면서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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