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등장인물.
독특한 입장권 디자인!
1열에 착석.
인터미션 없이 두시간. 긴 극이다.
출연배우도 많다.
망망대해 바다 위에 달리고 있는 호화여객선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통해
그들 사이의 관계, 낯선 사람을 향한 극단의 배타성,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연결되어 있는 가족이라는 존재,
각 세대별로 안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과 그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빈부의 격차, 감정의 결핍, 그리고 어디를 가도 변하지 않는 인간사의 여러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을 떠나든 안떠나든 와이파이가 있는 한 그들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인터넷 연결이 끊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들은 비로소 그들이 있던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위를 표류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 맞다. 이런 세상이지, 우리가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새삼스런 자각..
연극보다는 영화로 만들면 좋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은 TV 미니시리즈 같이 영상으로 눈을 사로잡아주며 이야기를 전개시켰다면 좀 덜 지루했을 것 같다.
바다와 하늘, 별이 가득한 밤하늘, 이런저런 부대시설이 있는 호화 여객선 시설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두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으려니 힘이 들어서였을까, 중간중간 잠깐씩 집중이 잘 안됐다.
중간에 등장하는 밀입국자가 북한에서 내려온 청년이라 했는데 왜 한국말이 어눌해야 했을까?
한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나타났고 그들이 모두 한국말로 반응하는데
왜 이 청년은 왜 동남아 노동자같은 외모와 말투여야 했는가? 보면서 이해가 안갔던 부분이다.
유종연 배우를 보며 누구지? 누구랑 닮았는데? 하다가 개그맨 유민상이 생각났다.
가만 보니 진짜 닮았다. 성도 유씨야. 무슨 관계가 있음에 틀림없어!라고 혼자 단정지었다.
연기스타일까지 비슷했으니까.^^
독일인 스탭의 역할을 진짜 외국배우를 세웠다.
김재엽연출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노하는가>에서 외국인 단원을 세운 적이 있었는데 동일인인가?
신선해서 좋았다. 그럼 홍콩인 지앙을 연기한 강희재 배우도 진짜?
그렇게 말해도 믿을 만큼 굉장히 홍콩인스럽게 생겼다.
장면이 바뀌며 암전이 되는 순간에도 조명을 완전히 끄지 않고 대사를 이어가며
세팅 전환을 하는 부분의 연출이 좋았다.
마지막 씬. 마치 배가 제자리를 표류하고 있는 느낌으로
맨처음과 같이 마무리한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장면이지만 여세민이 강누리를 바라보는 눈빛의 느낌이 달라보인다.
첫 씬에서는 자매의 앞머리에 매달린 엄청 큰 헤어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씬에서는 지난밤의 행동과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 여느때와 똑같이 행동하는 걸 보며
어젯밤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보였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는 긴 이야기 중에서 서로의 관계가 조금씩 드러나는 드라마적인 구성도 좋았다.
김광석 라이브 앨범이 BGM으로 깔리는 것도. 아마도 천회공연 앨범인 것 같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몇년 후, 혹은 십년쯤 후니까
가장 나이 많은 인물인 여세민과 그 일행들의 청춘시절에 대한 BGM인가?
역시, 단막극이나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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