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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연극

데블 인사이드 - 20160713

by lucill-oz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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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어터의 홍보 영상이 페이스북에 게시되었을 때 공유이벤트에 응모했었다. 

맨씨어터와 김광보 연출의 작품. 보고 싶다, 기대된다! 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곤 그 사실도 잊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당첨자 발표글을 공유도 해 놨더구만... 그 기억조차 없었다.


며칠 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데 잘 되질 않아서 껐다켰다,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다가 

우연히 메세지를 발견했다. 이벤트에 당첨됐으니 연락번호를 남겨달라는.. 

세상에, 한 달 전에 온 메세지다.

그래도 행운이 마지막까지 함께 해 주어서, 오랫만에 후배 수근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 물론 다섯 시에 조기 퇴근하여 무려 두시간 반이 넘게 마음을 졸이며 운전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너무 촉박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플북을 훑어보지도 못하고 들어갔다.

그러나 그 촉박함이, 끝까지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 반전까지 제대로 느끼며!


이미 여러 번 (혹은 한두 번) 만나온 극단 맨씨어터의 낯익은 배우들이어서 많이 익숙했지만 

칼 역의 김태훈 배우는 전작인 터미널에서 느끼지 못한 매력을 다 드러내 준 듯 하다.

죄와 벌을 강의할 때의 그 분위기란 섬뜩하면서도 빨려들게 만들어 주었다.


등장 인물들은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모두 자기 얘기만 하려고 한다.

혹은 자신들의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는 중에 그들의 관계는 점점 꼬여가고, 

스무살까지 멀쩡하게 살아왔던 슬레이트 부인의 아들 진의 인생마저 대를 이어 꼬아 버린다.

모두를 허망한 파멸에 이르게 만든 허무한 결론...



굉장히 흥미롭고, 그로테스크하며, 독특한 분위기의 극이었다.

암울한 분위기, 홍수로 엉망이 된 도시, 굶주린 개들이 사람을 먹어 치우는...

(세기 말이란 싯점은 왜 늘 이런 식으로 표현되는 것일까.

 백년 단위로 앞자리가 바뀌는 일은 어떤 이유로 이런 암울함을 가져오는 건가... 의문이다.)

각 캐릭터들은 각자 저마다의 집착 증세를 갖고 있어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중에 '잘린 발목'이라는 그들의 공통점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어 준다.

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과장된 대사 톤도 그러하지만 

의상이며 가발의 머리 색, 무엇보다도 붉은 밴드의 무대가 강렬함을 더해 주었다.

텐션이 강한 붉은 밴드라는 단일 소재로 심플하고 강한 인상의 무대를 만든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에 박수!

(그러면서 그걸 만드는 모습이 왜 상상이 되는건지...ㅎㅎ)


포스터의 흰색 의상과 무대의 붉은 색이 더해져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잔상으로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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