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제작된 모짜르트의OST는 박건형, 임태경, 박은태 세 사람의 버전으로 녹음되어 있는데
정말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임태경의 곡들은 OST라고 하기보다는 싱글곡을 듣는 느낌이 더 든다.
아마도 부드러운 음색 때문에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 있어"가 대표곡으로 인식되어서일까.
대체적으로 악보에 충실하면서 감정을 실은 느낌이다.
정성스럽게 부르는 느낌이랄까...
박건형의 노래들은 확실히 배우의 발성이라고 해야 하나?
노래하는 사람이 연기하는 것과, 연기하는 사람이 노래하는 차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러면서도 아주 남성적인, 조금은 거친 모짜르트 같은 느낌이다.
"얼마나 잔인한 인생"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부르는, 아주 빠른 비트에 많은 가사가 들어가는 곡인데
감정과 대사를 전달하는 것이 좀 다르게 느껴졌다.
OST 음원만 듣고는 뭐라고 딱 잘라서 표현하기 어려운 배우가 박은태였다.
정말 독특한 음색인데, 또 호소력이 짙다고 표현해야하나
그 목소리 자체에 고조된 감정이 실려있는 듯한 목소리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감성보컬이라고 표현하는가 보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박은태의 대표곡으로 늘 소개된다.
그래서 특히 이 박은태 배우의 모짜르트를 꼭 한번은 보고 싶었다.
옆자리에 역시 혼자 오신 분도 모짜르트는 꼭 박은태 버전으로 보고 싶었다며 궁금해 했다.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임태경 버전도 꼭 한번 추천한다고 권했다^^
OST를 들으며 생긴 이런 궁금증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지난 7월 25일에는 임태경 모짜르트, 오진영 콘스탄체, 윤형렬 콜로레도, 이정렬 레오폴트 라인의 공연을 보았고
8월1일에는 박은태 모짜르트, 최성희 콘스탄체, 민영기 콜로레도, 이정렬 레오폴트 라인으로 보았다.
지난 번과 많이 다른 캐스팅이라서 더 좋았다. (윤승욱 배우는 결국 못 보네)
다른 캐스팅으로 두 번을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듣는 음악으로서는 임태경 버전이 가장 좋은데, 연기하는 과정에서의 음악은 어떨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역시 임태경 음악의 포인트는 호흡인 것 같다.
완벽한 그의 호흡조절 능력은 거친 감정의 표현 중에도 숨소리가 방해되지 않고
정확한 음과 감정의 전달로 감동을 만들어 낸다는 느낌이다.
성악곡이나 팝, 가요를 부를 때도 느낀 것인데 뮤지컬 무대에서도 이런 호흡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게 느껴진다.
임태경 모짜르트는 시간의 변화를 자신의 목소리 톤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느꼈다.
십대시절은 최대한의 발랄함으로, 이십대는 반항적으로, 삼십대 마지막 순간은 쇠약해져가는 분위기의 목소리로.
특히 피를 더 얻으려면 심장을 찔러야 한다고 말하는 마지막 장면은,
아~ 특히 더 인상적이다.
그는 언제나 최대 성량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완급조절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가 캐스팅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배우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
"빨간코트" 장면에서는 오히려 임짜르트가 더 귀여운(!) 느낌이었다.
팬들의 열광이 이해가 된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잔재미를 주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예상은 어느정도 했지만 박은태의 보컬 파워에 깜짝 놀랐다.
OST버전보다 300%는 진화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나는 쉬카네더" 장면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춤도 잘 추고 취한 연기나 표정도 좋았다.
"똥묻은 돼지고리" 장면에서의 시니컬한 장면도 좋았다.
그러나 역시 압권은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공연장을 날려버릴 듯한 파워였다.
이 곡은 모짜르트의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데
임태경도 좋았지만 박은태의 음색에 잘 어울리는 곡인 것 같다.
박은태의 풍부한 성량이 좋아서 박은태의 공연을 찾는 사람도 많다더니 과연 이해가 되었다.
그러나 가끔 들리는 거친 숨소리가 느껴지는 것은 내가 예민해서일까?
물론 그것이 고조된 감정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는 대목도 물론 있었지만...
그는 분명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매력있는 배우다.
그런데 뭐랄까, 시종일관 힘이 넘치는 모짜르트의 느낌?
아, 민영기 콜로레도! 역시 소문대로 대단했다.
나는 윤형렬의 뚝 떨어지는 그 저음의 무게감이 좋은데 (그 나이에 어찌 그런 무게감이!!)
민영기는 굉장히 파워풀했다.
그때문에 콜로레도의 존재감이 좀 더 크게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윤형렬 콜로레도가 더 좋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콘스탄체!
오진영 콘스탄체를 처음 보았을 때는 좀 존재감이 약하지 않나 싶었다.
등장하는 횟수도 생각보단 적었고, 또 아마 정선아 콘스탄체의 목소리에 익숙해져 있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정선아 콘스가 워낙에 강한 보컬이었으니까...
결정적으로 아쉬웠던 건 그녀가 사랑스럽지 않게 보였던 것...
프로필 사진 보면 카리스마도 있어 보이고, 상당한 미인인데
뭐랄까, 분장이 좀 안 맞았다고 해야하나...어쨋든 좀 아쉬웠었다.
그런데 최성희 콘스탄체와 비교를 해 보니 어쩌면 콘스탄체의 이미지는 오진영 배우가 더 맞는것 같다는 느낌이다.
좀 더 걸지다고 해야 하나...
최성희 콘스는 그녀의 목소리 자체가 얼마나 여성적이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인가.
오히려 사랑 듬뿍 받으며 공주처럼 자랐을 것 같은 분위기라서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 있어"는 정말 잘 어울렸는데
"나는 예술가의 아내라" 에서는 웬지 좀 남 얘기처럼 들렸다고 할까...
아, 물론 이것은 배우의 가창력이나 연기력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그렇게 다르다는 말이다.^^
이경미 베버부인,
그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아마도 캐리어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그러나 웬지 실제로도 포스가 느껴지는 인상이다^^
신영숙 남작부인!
"황금별"을 듣기 위해 모자르트를 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명곡이다.
들을 때마다 뜨거운 것이 느껴지는, 그 가창력에 소름이 돋는...
은근히 남작부인은 등장 횟수도 많고, 알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이 숨어있다.
특히 "여기는 빈" 에서는 앙상블의 소리 가운데서도 선명히 구별되며 모짜르트의 편이 되어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중에 네번째 공연을 한다고 해도 황금별은 역시 그녀의 차지가 되지 않을까?
임강희 난넬,
그녀 역시 참으로 사랑스럽다. 안쓰럽고, 애처롭기도 하고...
진짜 모짜르트의 누나같다.
특히 "왕자는 떠나고" 에서는 아, 가슴이 아프다.
김재만 쉬카네더! 음, 좋았다.
섹시하기를 원하는 이 남자의 상의탈의는 혹시 애드립?
옆에 앉으셨던 분의 정보에 의하면 라만차에서 산쵸역할이 아주 좋았다고.
그 말에 또 라만차까지 자꾸 유혹을 하네...
아, 어린 난넬과 아마데!
그들도 역시 정확한 연기를 하고 있었다.
파티장에서 사람들에게 시중드는 난넬, 동생을 돌보는 난넬
그리고 출연비중이 성인배우와 거의 똑같은 아마데~
그냥 서 있는 장면이 좀 굳어 있는 듯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음에 따라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작곡하는 연기, 펜으로 볼프강을 찌르는 연기, 커튼콜 때의 덤블링까지...
그들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나중에 생각하면 더 행복할 것이다.
마지막 공연은 임태경 모짜르트, 최성희 콘스탄체, 윤형렬 콜로레도, 이정렬 레오폴트 라인이다.
세번째 공연은 관찰은 그만 하고 그냥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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