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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후기/뮤지컬

라흐마니노프 - 20220827

by lucill-oz 2022.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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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오랫만의 뮤지컬 관극인가? 그것도 주말 오후에!

비록 전날 맞은 4차 백신 때문에 온 몸에 몸살이 와서 정신이 혼미했지만 

그렇다고 티켓을 날릴 순 없지! 하며 교통체증을 뚫고, 광명 도착.

 

독특한 무대 구성.

깊은 무대의 뒷쪽은 피아노와 연주자들의 공간.

그리고 앞쪽의 좌측은 니콜라이 달의 공간, 우측은 라흐마니노프의 공간.

비어있는 중앙 통로 저 안쪽 끝으로는 소파와 스탠드가 놓여 있고

니콜라이의 공간과 통로 사이에는 묘비와 붉은 색 수트, 피아노.

라흐마니노프의 공간과 역시 통로사이엔 오래된 가구, 바닥엔 신문지.

뭔가 복잡하고 어수선한 무대는 아마도 라흐마니노프의 뇌구조도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다.

  

 

 

세르게이 바실리예프 라흐마니노프.

음악적 분위기가 풍부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천재성을 드러낸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하기 위해 즈베레프 스승에게 사사받게 된다.

(즈베레프의 테스트를 통과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제자들을 자신의 집에 입주시켜 아주 엄하고 하드한 피아노 연습을 시킨다.

그러나 즈베르크는 아이들에게 피아노 레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하게 해 주었고 

당대의 여러 분야의 인물들을 초대해 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차이코프스키와의 만남도 이렇게 이루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연주는 즈베르크 선생이 큰 기대를 걸 만큼 뛰어났으나 

선생의 기대와 달리 연주보다 작곡을 하고 싶어한다.

결국 스승과의 마찰로 그를 떠난 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을 하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다.

그리고 원하던 대로 <교향곡 1번>을 발표했으나 평단의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어려서부터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살아온 어린 청년이 감당하기엔 충격이 컷을까.

그는 우울증과 함께 오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가족들은 그의 치료를 위해 여러 의사들을 만나게 하나 성과가 없다.

그러던 중 '니콜라이 달' 박사가 그의 치료를 위해 그의 집으로 온다.

달이 비올라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들 사이의 간격이 쉽게 좁혀지지 않았을까.

달은 그동안 그의 마음 속을 괴롭히던 여러가지 일들을 털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나에  대한 미안함, 아버지에 대한 원망, 즈베르크 선생에 대한 마음 등.

달은 라흐마니노프를 위로하고 격려하여 그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음악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라흐마니노프는 드디어 긴 슬럼프를 이기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작곡한다.

 

 

 

예술가의 재능이란 죽을 때까지 저절로 샘솟는 게 아니다.
그가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주제가 체화되지 않으면
모든 이들이 동감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오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모든 창작의 결과물은 그 창작자의 살아온 삶을 함께 보아야 이해가 쉬워진다.
라흐마니노프 뿐만 아니라 그가 고통을 겪는 순간을 함께 한 니콜라이 달에게도 
그가 정신분석자로 성장하기 위해 건넜어야 할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프로이트와 비견될 명성을 얻길 바랬다는,

그래서  라흐마니노프의 치료를 택했다는 스스로의 고백이 말해주듯이)
그들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그 강을 건넌다.
아름다운 두 배우들과 함께.

그리고 아름다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함께.

예술가의 고통은 관객에겐 호사가 된다.

 

어쩌면 예술가들이 아니더라도 세상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크고작은 결핍과 트라우마가 있게 마련이다.

평생 그걸 한번쯤 털어내지 못하고 살면 죽을 때 자기 인생이 불쌍해진다.

누군가를 통해, 아니면 스스로의 자각을 통해 그것을 딛고 일어서야 앞으로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

물론 생채기는 남을 수도 있겠지만 상처는 기억을 심어주고 그 기억을 통해서 두 번째의 상처를 예방해 줄 것이다.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니콜라이 달>이기도 하고 <즈베레프> 선생이기도 했던 임병근 배우.

<라흐마니노프>의 박규원 배우 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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