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그를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뇌리에 좋은 이미지로 남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나도 마찬가지다.
직장을 떠날 때는 후임자가 나를 탓할 일이 없도록 깔끔한 뒷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였고
프로젝트를 끝내고나면 이후에 누구라도 찾아보기 쉽도록 정리해 놓는 일도 즐겨 하였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다 건강히 살아 있을 때의 얘기다.
오늘 문득,
내 생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했다.
만일, 그 순간을 알 수 있다면, 느낄 수 있다면
나는 과연 의연할 수 있을까?
먼저 떠난 형제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갑작스런 병으로 투병하다가 합병증까지 왔었다.
마지막엔 뇌수술까지 해야만 했었다.
그 수술을 앞두고 그는 두려워했다.
난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는 너무나 외로워 보였다.
우리 형제들은 그의 곁에서 아무 것도 대신해 줄 수 없었다.
평상시 그렇게 활달하고 의연하고 커보이던 그의 모습이었기에
우린 더 맘이 아팠다.
오늘 문득 생각했다.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다.
살아서 겪는 마지막은 먼저 겪은 이들의 경험을 들어 알 수 있지만
태어남을 겪은 모든 생물들이 겪어야 할 마지막은
그 누구에게서도 전해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살아서 할 수 있는 마지막 경험, 바로 그것이기 때문에...
그 알 수 없는 마지막 경험 앞에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드러내면 좀 어떤가.
아름답게 기억될 마지막을 위하여 꼭 의연해야 하는가...
오늘 문득 생각한다.
제 정신을 갖고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태어남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모습은 내뜻대로 되지 않는 것,
그의 마지막 모습은 그의 가장 빛나던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하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자.
그를 추억하며 웃을 수 있도록...
나를 기억해 줄 사람들에게 나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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